[과기부 업무보고] 시장환경 변하면 예타도 변한다...AI 반도체·양자컴·6G 조기 상용화 총력

2022-07-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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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 첫 업무보고...디지털 뉴딜 중단하고 과학·ICT는 기업·시장 중심으로

SMR·메타버스 연구개발도 본격화...계약학과로 기업 맞춤형 디지털 인재 육성

범부처 위원회 통폐합도 추진...4차위 폐지하고 우주위 지위는 유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7월 1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통신3사 CEO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디지털 뉴딜 정책을 중단하고 정부 주도의 과학·ICT 기술 진흥 정책을 민간·기업·시장 중심으로 전환한다.

18일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독대해 △국가연구개발(R&D) 체계 혁신 △미래 혁신기술의 선점 △기술혁신을 주도할 양질의 인재양성 △국가 디지털 혁신의 전면화 △모두가 행복한 기술의 확산 △위원회 축소 등의 내용을 담은 과기정통부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尹 정부 출범 후 첫 업무보고였던 이번 자리는 소모적인 형식과 불필요한 절차를 줄이기 위해 과기정통부 장관 단독 보고로 진행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 연구개발은 민간이 할 수 없고 기술적 파급효과가 큰 원천기술에 집중하고, 최고의 인재를 위한 차별화된 양성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며 "특히 누리호 성공에 따른 우주경제시대의 구체적 실천계획을 마련해서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수준의 인공지능(AI) 역량을 강화하고,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을 위해 개발자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취약계층의 디지털 복지와 무더위에 고생이 많은 집배원분의 건강과 안전에도 특별히 유념해달라"고 덧붙였다.

이에 이종호 장관은 "국가의 생존을 좌우할 전략기술과 미래 먹거리가 될 도전적 혁신기술 개발에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하고 차별화된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선도적으로 도입하겠다"며 "누리호 성공을 계기로 대한민국 우주경제 실현에 만전을 기하고, 디지털 국가전략을 통해 AI 역량 강화와 전 부문 확산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복지는 증대된 사회를 실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글로벌 환경 변하면 예타 계획도 바꾼다

이번 업무계획 보고에 따라 과기정통부는 글로벌 기술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조사 제도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계획에 따르면 먼저 예타 조사대상을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에서 총사업비 1000억원 이상으로 대형화하고, 조사기간을 총사업비 차등 없이 9~11개월로 일원화한 것을 총사업비 3000억원 이하인 경우 6개월로 단축한다. 

특히 예타 사업내용의 경우 기존에는 예타 통과 후 수정 불가가 원칙이었으나, 코로나19·수출규제와 같은 급격한 글로벌 환경변화가 있을 경우 예타 통과 후에도 계획을 변경할 수 있도록 완화한다.

또 과기정통부는 오는 9월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반도체·디스플레이, 우주항공, AI, 양자, 차세대 원전 등 10개 전략기술을 선정한다.

내년부터는 범부처 사업을 한데 모아 통합적으로 연구개발 예산 배분을 실시하고, 기업 수요를 반영한 초격차 프로젝트를 추진함으로써 실질적인 성과를 낼 계획이다. 또 장관과 기업 대표로 구성된 민관협의체를 운영하고, 최고 민간전문가(PM)가 직접 초격차 전략기술 프로젝트를 설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과기정통부는 이러한 계획을 통해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변화에 유연한 연구개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6월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받은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美·中 이어 세 번째로 50큐비트 양자컴 개발...6G도 조기 상용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민관 공동개발, 수요·시장 창출, 민간 기술이전 등 다양한 방식으로 민간투자를 유도하고, 양자, 바이오, 6G 등 미래 유망 신사업 분야에서 민관 협업으로 기초‧원천 기술을 개발하고, 핵심특허를 조기 확보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먼저 양자컴퓨터의 경우 기업연계 플래그십 등 산학연 협력연구를 통해 오는 2026년 미국과 중국에 이어 전 세계 세 번째로 50큐비트급 양자컴퓨터를 상용화하고, 양자인터넷 구현을 위한 원천기술을 확보한다.

바이오 분야에선 뇌과학, 합성생물학 등 첨단 바이오 분야를 중점 지원하고,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 등 바이오+디지털 융합연구를 확대한다.

5G에 이어 6G에서도 선도 국가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오는 2030년으로 예정했던 것을 2028년에 조기 상용화할 계획이다. 6G는 초기부터 약 1조원 규모의 기업이 참여하는 대규모 연구개발을 병행함으로써 6G 국제표준과 핵심특허를 오는 2026년까지 48건 확보하고, 같은 해 세계 최초로 6G 초기 기술을 시연한다.

반도체의 경우 AI 반도체, 화합물 반도체 등에 향후 5년간 1조1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고, 데이터센터와 스마트 공장 같은 대규모 공공사업으로 국산 기술을 빠르게 상용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초기 수요를 창출한다.

소형원전(SMR)의 경우 2028년까지 3992억원의 예산을 투자해 기존 노형 대비 안정성·경제성·유연성 면에서 뛰어난 차세대 소형원전을 개발하고, 수출을 추진한다.

디지털 신사업의 경우 AI, 데이터, 메타버스 등을 디지털 혁신을 위한 핵심 분야로 선정했다. 특히 메타버스의 경우 올해 34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재난안전, 복지 등에 관련된 메타버스 10대 서비스 실증 사업을 추진한다.

사이버보안의 경우 '억제→보호→탐지→대응'으로 이어지는 4대 방어체계와 클라우드·AI 기반 기술개발을 강화함으로써 보안사업을 사이버 방위산업으로 전략적 육성한다.

기존에 국가 주도로 개발된 위성, 발사체 등 우주기술을 민간에 이전함으로써 제작과 발사운용을 병행하는 체계종합기업을 육성한다. 중장기적으로는 국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전환한다.

이를 위해 오는 8월 우주위원회를 개최해 관련기업‧발사장 집적 지역에 우주산업 클러스터를 지정하고, 우주 탐사와 한국형위성항법(KPS) 등의 사업을 전개해 우주경제 시대를 촉진한다.

특히 과기정통부는 누리호 발사 성공을 계기로 대한민국 우주경제 실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연구개발·산업·안보·외교 등을 포괄하는 범부처 '우주개발 기본계획'을 오는 12월 발표하고, 항공우주청 신설을 추진한다.

또 반도체 패권 경쟁 시대에서 우위에 설 수 있도록 민관총력체제를 구축하고 산학연이 보유한 장비·인프라 등을 연계·공동 활용하는 '반도체 팹' 체계를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구축한다.

◆학·석·박사 통합교육과 계약학과 확대해 반도체 등 디지털 인재 육성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대한민국 기술혁신을 주도할 탁월한 디지털 인재 양성에도 본격적으로 나선다.

단기적으로는 민간수요 맞춤형 인재 양성을 위해 교육부와 협의를 진행, 반도체 등 인력난이 시급한 분야를 중심으로 유연한 학사제도를 도입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패스트러닝 트랙(학·석·박사 통합교육)과 기업주도형 디지털인재 교육과정(계약학과)을 꼽을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전략기술 분야에서 최고급 인재 확보를 위해 재능사다리(인재양성 사업간 연계 통한 성장 지원 프로젝트), 한우물파기(최대 10년 지원 프로젝트), 글로벌 트랙(우수 포닥 (Postdoc)의 해외연수 지원 프로젝트)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 과기정통부는 민간과 함께 국가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국가사회 전반에 디지털 혁신을 본격적으로 도입한다.

이를 위해 차세대 AI 핵심기술 개발, 10대 분야 난제 해결 AI 기술개발 등으로 글로벌 수준의 AI 역량을 확보하고, 민간 클라우드 우선,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구매 방식 전환 등의 제도를 공공 분야에 도입해 국내 IT 산업의 근본적 체질 개선을 병행한다. 

과기정통부는 디지털 취약계층 지원에도 본격적으로 나선다. 5G 중간요금제 등을 도입해 통신요금을 다양화하고, 농어촌 초고속망과 공공 와이파이를 확충한다. 보이스피싱 대책 등 비대면 시대에 확산된 범죄에 대응할 방안도 내놓는다.
 

나로우주센터를 방문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왼쪽). [사진=연합뉴스]

◆폐지되는 4차산업위원회...국가우주위원회는 지위 유지

과기정통부는 각 부처 공통과제인 위원회 축소에도 앞장선다. 과학기술 분야의 정부 위원회 28개 중에서 11개는 폐지하고, 3개는 소속을 하향할 방침이다. 

이는 윤 정부가 지난 5일 각종 정부 소속 위원회를 30~50% 줄이겠다고 밝힌 것에 따른 후속 조치다.

이에 따라 현재 대통령 소속 위원회 중에서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폐지되고, 국가지식재산위원회는 총리 소속으로 하향된다. 다만 국가우주위원회는 그 중요성을 고려해 기존 대통령 소속 지위를 그대로 유지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국가우주위원회는 누리호로 촉발된 대한민국 우주경제 비전 실현의 상징이다. 우주 정책의 범위가 연구개발에서 안보와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국가우주위원회 지위 유지 이유를 설명했다.

총 25개에 달했던 총리 소속 위원회 중에서 10개는 폐지되고 원자력진흥위원회와 정보통신전략위원회는 과기정통부 소속으로 하향된다. 우체국보험분쟁조정위원회 등 분쟁을 조정하는 준사법적 성격을 가진 13개 위원회만 총리 소속으로 남긴다.

이번에 폐지하는 국가초고성능컴퓨팅위원회와 국가핵융합위원회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로, 인터넷주소정책심의회는 정보통신전략위원회로 통합하는 방안을 현재 논의 중이다.

헌법에 근거해 설치된 기구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구조 개편도 진행한다. 임요업 과기정통부 과학기술정책과장은 "과학기술자문회의는 자문기능과 정책심의기능이 섞여 있다"며 "자문하는 기능은 그대로 두고, 정책을 민간 중심으로 심의하는 기능은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국제과학기술벨트협의회, 성과지표심의위원회, 여성과학기술인육성위원회 등 전문성 확보를 위해 설치한 위원회들도 통폐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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