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불안이 바꾼 일상] 자동차 판매 '뚝'…밥상물가는 고공행진

2022-07-15 16:00
  • 글자크기 설정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약 24년 만에 6%대로 치솟은 것으로 나타난 지난 7월 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일상이 바뀌었다. 고물가에 장바구니가 가벼워지고, 자동차 생산량과 함께 소비가 뚝 떨어졌다.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심화한 공급망 불안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 등으로 계속 이어진 탓이다.

공급망을 위협하는 대내외 악재는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어, 이런 현상은 올 하반기에도 지속할 전망이다.
 
자동차 생산 차질에 상반기 판매량도↓
1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6월 자동차 생산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줄어든 177만9044대로 잠정 집계됐다.
국내 판매도 줄었다. 올해 상반기 자동차 내수 판매량은 80만7605대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1.3% 감소했다. 친환경 자동차 판매가 크게 늘었는데도 뒷걸음질친 것이다. 올해 상반기 친환경차 내수 판매는 1년 전보다 34.3% 늘어난 21만474대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면서 차량용 반도체 수급이 어려움에 빠진 여파다. 산업부는 "차 반도체 수급난이 이어지고 중국의 봉쇄조치 등 공급망 불안이 심화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올 초 코로나19가 다시 발생하자 확산을 막기 위해 주요 도시를 잇달아 봉쇄했다. 중국 '경제수도'인 상하이도 지난 3월 28일부터 2개월 넘게 봉쇄돼 현지에 있는 공장이 가동을 멈췄다.

반도체 수급 차질은 신차 출고 지연으로 이어졌다. 산업부는 "출고 지연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역기저 효과 등으로 내수 판매량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만 보면 중국의 도시 봉쇄 해제로 부품 수급 상황이 나아지며 생산은 0.8% 증가했지만 내수 판매는 11.9% 역성장했다.
 

지난 6월 14일 광주 서구 시청 야외음악당에 기아 광주공장에서 생산한 완성 차량들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제 곡물값 인상에 치솟는 먹거리 물가
달라진 건 이뿐만이 아니다. 공급망 차질로 국제 곡물 가격이 오르면서 국내 먹거리 물가도 치솟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 지난해부터 크게 뛰었다. 2014~2016년 평균을 100으로 보고 산정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2018년에는 월평균 95.9, 2019년에는 95.1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해엔 100을 훌쩍 넘어섰다.

올해 들어서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 135.6으로 시작한 올해 세계식량가격지수는 2월에는 141.1, 3월엔 159.7을 기록했다. 3월 기록은 역대 최고치다. 이어 4월 158.4, 5월 157.9, 6월 154.2로 내림세에 있지만 여전히 예년보다는 크게 높다.

안 그래도 불안했던 공급망이 지난 2월 24일 발생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 침공 등으로 더욱 위축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도·인도네시아 등의 수출 제한 조치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는 고스란히 국내 밥상 물가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농림수산품 원재료의 수입물가는 3월 들어 1년 전보다 30.3% 상승했다. 이어 4월 30.2%, 5월 30.3%, 6월 28.0% 등으로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이 여파로 지난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2(2020=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0%나 뛰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특히 수입 단가 상승 등에 따라 지난달 농·축·수산물 물가 기여도가 0.42%포인트(p)에 달했다. 

농·축·수산물 전체 물가는 축산물(10.3%)과 채소류(6.0%)를 중심으로 4.8% 올랐다. 채소류 가격이 오른 건 5개월 만이다. 돼지고기(18.6%), 수입 소고기(27.2%), 배추(35.5%), 수박(22.2%) 상승률이 특히 높게 나타났다. 여기에 빵(9.2%)을 비롯한 가공식품(7.9%) 가격도 많이 올랐다.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도 마찬가지다. 6월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7.4% 뛰었다. 지수를 구성하는 식품과 식품 이외 품목이 함께 오른 탓이다. 이 가운데 축산물·가공식품을 포함한 식품 물가는 지난 5월 7.1%에서 지난달엔 7.7%로 치솟았다. 생활물가지수는 458개 생활 품목 중 구매 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이 높아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4개 품목으로 통계를 낸다. 
 

지난 7월 3일 서울 한 재래시장의 곡물가게 모습. 올해 3분기에는 주요 곡물의 수입 단가가 지금보다 더 오를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추경호 "추석까지 물가 상승 계속"
공급망 차질에 따른 국민 고통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높은 물가 상승률은 한가위 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국제곡물 7월호'를 보면 올 3분기(7~9월) 밀·옥수수·콩 등 주요 식용 곡물의 수입단가지수는 184.8로 2분기보다 13.4%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대두박 등 사료용 곡물 수입단가는 178.4로 12.5% 오를 전망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곡물 가격이 높았던 지난 3∼6월에 구입한 물량이 3분기에 들어와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3일 "3분기 말이나 4분기 정도를 물가 정점으로 보지만 불확실성이 굉장히 높다"며 "농산품과 식료품 가격은 계속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같은 날 제주에서 열린 '제45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물가 상승과 관련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공급망 애로 등으로 인해 국제 에너지·곡물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추석(9월 10일)이 지나고 10월쯤 밥상 물가·장바구니 물가를 조금 안정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내다봤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