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빅스텝 후폭풍] "10명 중 8명은 변동금리 대출"... 빚투·영끌족 이자부담 어쩌나

2022-07-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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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 빌린 차주 월 상환액 약 30만원↑

은행 가계대출금리 연내 8%대 전망

이미 주담대 상단 6%, 신대 상단 7%대

13일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한국은행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0%포인트 올렸다. [사진=연합뉴스]

2014년 10월 이후 7년 8개월 만에 기준금리가 2%대(2.25%)로 오르면서 은행 대출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대출을 받아 주식과 가상화폐에 투자한 ‘빚투족'과 내 집 마련에 나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족'의 이자 상환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국내 대출자 10명 중 8명은 변동금리를 적용받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도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상되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는 연내 8%대(상단 기준)까지 오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년 전 받은 주담대 3억원, 올해 월 이자 30만원 더 내야
13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예금은행 가계대출(잔액 기준) 변동금리 비중은 77.7%다. 2014년 3월 78.6%를 기록한 이후 8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해 9월 가계대출 잔액 기준 기준금리가 0.50%포인트 오르면 가계가 연간 부담해야 할 이자는 2020년 말 대비 6조4000억원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차주 한 명당 부담할 이자는 연 289만6000원에서 321만9000원으로 약 32만원 늘어난다.
실제로 작년 8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0.50%일 때 A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 3억원을 금리 2.79%(신용등급 1~2등급, 혼합형), 30년(원리금균등상환방식) 만기로 빌린 차주가 상환해야 하는 금액은 월 123만원이었다. 그러나 1년 사이에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4.33%까지 오르면서 월 상환액이 149만원까지 증가했다.

올해 하반기에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상될 예정이어서 이들의 이자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날 기준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연 4.13~6.14%다. 지난해 말 대비 약 7개월 만에 상단이 2%포인트나 올랐다. 주택담보대출 고정형 금리는 지난달 말에 상단이 7%를 넘어섰으나 금융당국의 ‘이자 장사’ 지적을 의식한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조정해 6%대로 낮췄다. 그러나 이날 한국은행이 ‘빅 스텝’을 단행함에 따라 다시 7%를 돌파하는 건 시간문제다.
 

한국은행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사상 처음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0%포인트 올리는 '빅 스텝'을 밟은 13일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외벽에 붙은 대출 금리 관련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주택담보대출 고정형 금리 지표로 사용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가 주요국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빠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월 2%대에 머물던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이날 3.76%까지 올랐다. 이달 초에는 금리가 4%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 같은 속도라면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연내에 8%까지 오를 전망이다.

4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변동형 금리는 3.70~6.13%로, 이 또한 연내에 금리 상단이 8%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담보대출 변동형 금리는 은행권 자금조달지수인 ‘코픽스(COFIX)’를 따르는데 지난 5월 신규 코픽스는 1.98%로 40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4대 은행 신용대출 상단 또한 현재 7%대에 달한다.

국내 주요 은행은 이날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예·적금 금리를 인상했다. 우리은행은 14일부터 21개 정기예금과 25개 적금 금리를 최대 0.8%포인트 인상한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 또한 주요 예·적금 상품 금리를 각각 최대 0.9%포인트, 0.6%포인트 인상한다. 은행 수익 구조상 예·적금 금리 인상은 대출금리 인상분에 반영될 전망이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기업도 금리 인상 부담... 한은 빅스텝에 이자 3조9000억원 껑충
기준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기업들의 이자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분석을 통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하면 기업들의 대출이자 부담은 3조9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중소기업의 이자 증가액은 2조8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중소기업은 대기업 대비 회사 규모가 크지 않고, 신용등급이 낮아 회사채 발행보다 은행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예금은행의 기업 대출 잔액은 1125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전월 대비 6조원이나 증가한 수치다. 2009년 6월 통계가 시작된 이후 6월 기준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중소기업 대출은 개인사업자 대출 1조7000억원을 포함해 5조4000억원 늘었다. 이는 6월 기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증가세다. 대기업 대출은 전월 대비 6000억원 증가했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이어지는 데다 은행의 기업 대출 취급 노력, 시설·경제성 자금 수요가 맞물려 6월 기업 대출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하반기에도 기업들의 대출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나, 은행권은 속도를 조절할 예정이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 공급망 불안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22년 2분기 대출행태 서베이’에 따르면, 은행권은 오는 3분기에 기업대출을 더 조일 전망이다. 대기업 대출태도지수는 전 분기 대비 9포인트 줄어든 –6, 중소기업 대출태도지수는 전 분기 대비 12포인트 감소한 –6을 기록했다. 이 지수가 양(+)이면 ‘신용위험·대출수요 증가’, ‘대출태도 완화’라고 응답한 금융기관의 수가 ‘신용위험·대출수요 감소’, ‘대출태도 강화’라고 답한 금융기관의 수보다 많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은 “대내외 경기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 증대, 여신 건전성 관리 필요성 등으로 은행의 기업 대상 대출태도가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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