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벨리온에 300억 투자한 KT...AI 반도체 두고 SKT·사피온과 '한판승부'

2022-07-0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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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클라우드 통해 AI 반도체 기업들에 제공...레퍼런스 확보해 글로벌 진출 목표

SK ICT 연합은 AI 반도체 판매에 집중...캐스트닷에라·NHN 등 고객 사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KT가 AI 반도체(NPU)팜 사업 전개를 위해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리벨리온은 이번 KT의 투자와 협업을 바탕으로 AI 반도체를 본격적으로 양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와 대등한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SK텔레콤·SK하이닉스·SK스퀘어 등 SK ICT 연합의 AI 반도체 개발을 위한 자회사 '사피온'과도 피할 수 없는 경쟁이 예상된다.

KT는 6일 리벨리온에 300억원 규모의 전략 투자를 단행하고 사업 협력에 나선다고 밝혔다. 리벨리온은 MIT에서 박사를 받고 인텔, 삼성전자, 스페이스X 등에서 근무한 박성현 대표가 창업한 AI 스타트업으로, 최근 금융사에 특화된 보조연산칩셋을 개발해 월가의 금융사들에 공급함으로써 주목받은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NPU as s Service)'가 확산되면서 전 세계 AI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267억 달러에서 2030년 1179억 달러로 10년간 약 4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생산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만 특화되어 있고, 팹리스(반도체 설계) 점유율은 1%에 그치는 등 시스템 반도체 육성을 위한 기업들의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KT는 국내 AI 스타트업에 투자를 단행함으로써 AI 반도체 수요를 공동 발굴하고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 확대를 모색할 계획이다.

구현모 KT 대표는 "AI 반도체는 한국의 차세대 먹거리가 될 수 있는 핵심 영역인 만큼 KT는 국내 AI 반도체 분야의 선도기업인 리벨리온과 협업해 엔비디아·퀄컴과 같은 글로벌 팹리스 기업을 육성할 것"이라며 "글로벌 경제 상황으로 인해 투자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지만 우수 스타트업에 대한 KT의 투자는 지속해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KT-리벨리온 AI반도체 사업 로드맵 [사진=KT]

◆삼성전자 5nm 공정에서 양산...내년부터 GPU팜→AI반도체팜 대체

KT는 지난해 AI인프라 솔루션 전문기업 '모레'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엔비디아의 '쿠다(CUDA)'에 대응되는 자체 AI 프레임워크를 개발하고 이를 토대로 세계 최초 종량제 GPU 서비스인 '하이퍼스케일 AI 컴퓨팅(HAC)'을 상용화한 바 있다. 다른 클라우드 업체의 GPU 서비스는 쓴 만큼만 비용을 내는 종량제가 아닌 사용 전에 일정 비용을 내는 정액제 수준에 머무르는 것과 대조적이다.

KT가 리벨리온에 투자한 금액은 AI 반도체 개발과 올해 말 양산에 활용된다. 삼성전자 5nm(나노미터) 공정에서 양산되는 리벨리온의 AI 반도체는 내년 중에 KT의 대규모 GPU 팜에 적용될 예정이다.

또, KT는 클라우드 기반 AI 반도체 사업을 위해 KT·KT클라우드·모레·파두가 기존에 진행한 사업협력에 리벨리온을 동참시켜 차세대 AI 반도체 설계와 검증, 대용량 언어모델 협업 등 AI 반도체 사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길 예정이다. KT그룹의 데이터센터와 네트워크, 모레의 AI반도체 구동 소프트웨어와 프레임워크, 리벨리온의 AI 반도체 역량을 결합해 순수 국내 기술로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클라우드 등과 경쟁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 'AI 풀스택' 사업자가 되는 게 목표다.

KT는 이번 협업을 통해 모빌리티,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AI 도입과 디지털 전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먼저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클라우드 기반 AI 반도체를 제공해 사업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이후 리벨리온, 모레, 파두 등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게 목표다. 장기적으로 기존 GPU팜의 상당 부분을 AI 반도체 팜으로 대체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번에 양산하는 리벨리온 AI 반도체는 글로벌 AI 알고리즘 표준인 '텐서플로(TensorFlow)' 구동에 최적화되어 있어 복잡한 AI 모델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보이고, 기존 GPU 하드웨어 대비 3배가 넘는 에너지 효율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현재는 AI 모델 추론(실행)·학습이 모두 가능한 GPU 하드웨어와 달리 AI 모델 실행만 지원하지만, 리벨리온은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실행·학습을 모두 지원하는 차세대 AI 반도체도 선보일 방침이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국내 첫 번째 전략적 투자자로서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 분야 강자인 KT와 협업은 리벨리온의 성장과 사업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리벨리온은 KT와 협력해 AI 반도체 국산화를 넘어 국내 기술이 글로벌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걸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AI 반도체 풀스택 전략 [사진=KT]

◆AI 반도체 두고 SKT·KT 본격 경쟁...판매와 클라우드 서비스 차이점 있어

이번 KT의 투자 발표로 인해 AI 반도체 사업을 두고 SKT와 KT의 경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다만 SKT가 속한 SK ICT 연합은 AI 반도체를 양산하고 이를 외부에 판매하는 게 목표인 반면 KT는 클라우드 기반 AI 반도체 사업을 전개하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SKT·SK하이닉스·SK스퀘어는 지난 1월 SK ICT 연합을 결성하고 총 800억원을 투자해 AI 반도체 팹리스 사피온을 설립했다. 각 사의 지분율은 62.5%, 25.0%, 12.5%다.

사피온은 지난 2020년 첫 AI 반도체 'X220'을 시장에 선보인 데 이어 내년에는 AI 모델 실행뿐만 아니라 학습까지 지원하는 신형 AI 반도체 'X330'을 출시한다. 모회사인 SK하이닉스는 PIM(프로세싱 인 메모리), HBM3 등 차세대 메모리를 사피온에 공급하는 형태로 지원에 나선다. 이를 토대로 사피온은 2025년 HBM3를 적용한 차세대 AI 반도체 'X430'을 선보인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내놨다.

다만 메모리와 AI 반도체의 생산 공정 차이로 인해 사피온의 AI 반도체는 SK하이닉스 대신 TSMC에서 양산 중이다. SK ICT 연합은 삼성전자의 5nm 공정도 사피온의 신형 AI 반도체 양산처로 고려하고 있다.

아직 AI 반도체 양산에 들어가지 못한 경쟁사와 달리 SK ICT 연합은 AI 반도체를 양산하고 학습까지 지원할 정도로 관련 기술을 고도화한 것이 강점이다. KT와 리벨리온도 이를 경계하고 "학습용 AI 반도체는 기술 미비로 인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AI 반도체의 주 수요자가 클라우드 사업자(CSP)인 점을 고려하면 KT클라우드라는 국내 상위권 CSP를 보유한 KT와 리벨리온이 매출 확대에는 더 유리한 고지에 서있다. 이를 의식한 듯 SKT는 관계사 캐스트닷에라와 또 다른 CSP인 NHN클라우드에 사피온을 공급하는 등 AI 반도체 수요 확보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KT클라우드는 이번 협업을 통해 대규모 GPU·NPU팜 사업에서 한층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GPU팜을 종량제로 기업과 스타트업에 제공한 데 이어 리벨리온의 AI 반도체팜도 함께 제공해 기업들의 선택의 폭을 넓혔기 때문이다. AI 학습은 성능이 뛰어난 GPU팜에서, AI 실행은 이용 비용이 저렴한 AI 반도체팜에서 하는 모습이 일반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가는 구글 클라우드...기술력 격차 줄이기 위한 노력 필요성 커져

장기적으로 KT와 리벨리온은 구글 클라우드,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등 클라우드 기반 AI 반도체 사업을 전개하는 글로벌 사업자와 국내외 클라우드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상황도 상정하고 있다.

현재 클라우드 기반 AI 반도체 사업에서 가장 빠른 행보를 보이는 업체는 구글 클라우드다. 구글 클라우드는 바둑 AI 알파고에도 이용된 자체 개발 AI 반도체 'TPU(텐서플로유닛)'를 활용한 대규모 AI 반도체팜을 상용화하고 글로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4세대 TPU가 적용된 구글 클라우드의 AI 반도체팜은 낮은 전력 소모에도 불구하고 AI 실행뿐만 아니라 학습까지 가능한 것이 강점이다. 경쟁사와 3~5년의 기술력 격차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거대 AI '엑사원'을 개발 중인 LG AI연구원을 포함한 다수의 글로벌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AWS는 엔비디아의 GPU를 활용한 대규모 GPU팜을 운영 중이지만, 이와 함께 이스라엘의 AI 반도체 스타트업을 인수해 기술력을 확보한 후 'AWS 인퍼런시아'라는 AI 반도체팜도 함께 서비스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텔 알테라의 FPGA(용도 변경 가능 반도체)를 AI 실행에 맞게 최적화하고 이를 활용한 대규모 FPGA팜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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