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수문화재] 문화재 찾아 10년간 지구 160바퀴...'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

2022-07-06 15:00
  • 글자크기 설정

국립고궁박물관서 7월 7일부터 9월 25일까지 전시

6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 특별전 간담회 [사진=문화재청]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직원들이 10년간 탄 비행거리를 모두 더하니 629만㎞였습니다. 지구를 160바퀴 돈 거리더라고요.”

설립 10주년을 맞이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김계식 사무총장이 지난 여정을 상징적으로 소개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땀 흘린 끝에 6개국에서 국외문화재 784점을 가져올 수 있었다. 특별했던 여정이 전시로 열린다.

◆ ‘열성어필’·‘백자동채통형병’ 등 40여점 최초 공개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관장 김인규)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오는 7일부터 9월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환수문화재 40여 점을 전시하는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 특별전을 개최한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설립 10주년을 맞아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해 일본에서 환수한 ‘나전 매화, 새, 대나무 상자’와 올해 3월 미국에서 환수한 ‘열성어필’과 ‘백자동채통형병’이 처음으로 공개되고, 언론에만 한차례 공개되었던 ‘독서당계회도’(2022년 환수·미국), ‘면피갑’(2018년 환수·독일), ‘문인석’(2019년 환수·독일) 등 6건의 유물도 처음으로 일반 관람객에게 공개된다.

이번 전시를 맡은 신재근 국립고궁박물관 연구사는 “문화재 환수를 할 때 중요한 기준은 희소성과 활용 가치다”라고 설명했다.

처음 공개되는 총 3점의 환수문화재 중 ‘나전 매화, 새, 대나무 상자’는 조선 후기에 제작된 나전 상자로, 제작 수준이 높고 보존 상태도 양호해 국내에서 전시, 연구 등의 활용 가치가 높은 유물로 손꼽힌다.

가장 최근인 올해 3월 환수해 첫선을 보이는 ‘열성어필’은 조선시대 왕들의 글씨(어필)를 탁본하여 엮은 책이다. 백자 표면을 구리 안료로 장식한 병인 ‘백자동채통형병’은 한국에서 선교사로 활동했던 스탠리 스미스(1876~1954)가 소장했던 것으로, 국외 문화재의 반출 사례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역시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유물이다.

한편, 출품작 중 가장 오래전에 환수된 문화재로는 2005년 독일에서 영구대여방식으로 돌아온 겸재 정선화첩과 같은 해 일본에서 반환받은 북관대첩비가 있다. 북관대첩비는 환수 이듬해인 2006년 원래 있던 북한 함경도 길주(김책시)로 반환되었고, 복제본은 현재 국립고궁박물관 앞뜰에 세워져 있다.

환수 문화재 '열성어필' [사진=문화재청]


◆ 문화재의 가치와 환수경로 등을 상세히 설명

전시 공간은 해외에서 다시 돌아온 우리 문화재의 가치와 환수경로 등을 상세하게 알 수 있게 연출했다. △1부 ‘나라 밖 문화재’ △2부 ‘다시 돌아오기까지’ △3부 ‘현지에서’로 구성했다. 

1부 ‘나라 밖 문화재’에서는 돌아온 유물을 통해 우리 문화재가 외국으로 나간 과정을 살펴볼 수 있게 구성했다.

일제가 유출했으나, 민간과 정부가 힘을 합쳐 2006년에 환수한 국보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을 볼 수 있고, 보물인 ‘국새 황제지보’, ‘국새 유서지보’, ‘국새 준명지보’는 모두 한국전쟁 때 도난당했다가 미국과 공조로 그 존재를 찾아내면서 2014년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되돌아온 환수문화재다.

가장 최근인 지난 3월 환수한 ‘백자동채통형병’은 미국인 수집가가 반출한 유물로, 국내 소장 사례가 적고 문화재적 가치가 높다. 전시작품 중 어보와 국새는 관람객이 다각도로 감상할 수 있도록 회전시키기도 하고, 글자가 새겨진 인면(印面)을 올려다볼 수 있도록 입체적으로 전시했다.

2부 ‘다시 돌아오기까지’는 전시 유물을 통해 문화재 환수의 여러 방법을 보여준다.

한·일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일본 소장기관에서 기증받아 환수한 ‘덕혜옹주 당의와 스란치마’, 한국과 미국의 수사공조로 불법성을 확인하고 국내로 환수한 ‘호조태환권 원판’을 통해서는 기관을 통한 기증과 도난문화재의 환수 과정을 상징적으로 볼 수 있다.

환수문화재 ‘문인석’ [사진=전성민 기자]


소장자가 자발적으로 기증하는 방식으로 들여온 환수문화재인 ‘문인석’과 ‘면피갑’도 관람할 수 있다.

‘문인석’을 소장하였던 독일 로텐바움세계문화예술박물관은 해당 유물이 불법 반출된 것임을 확인하고 스스로 반환을 결정하면서 2019년 3월 환수할 수 있었는데, 현실적으로 이는 매우 드문 사례다. 

조선후기 보병들이 입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면피갑’도 독일 상트오틸리엔수도원이 조건 없이 우리나라에 기증하면서 2018년 돌아온 유물이다. 환수 당시에 잠깐 공개되었지만, 국립고궁박물관이 보존처리한 후로는 이번에 처음으로 관람객에게 공개되는 것이다. 면피갑의 안과 밖을 모두 보여주기 위해 복제품도 함께 전시된다.

불법성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국내에 희소하거나 문화재적인 가치가 클 경우 ‘구입’이라는 방식으로도 문화재는 환수된다.

‘나전 매화, 새, 대나무 상자’와 ‘열성어필’이 경매로 구입한 대표적인 유물로, 이렇게 환수한 유물들은 우리나라에서 전시에 활용되고, 관련 분야 연구에 큰 역할을 하게 된다.

3부 ‘현지에서’는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가 국내로 환수되지 않더라도 머물고 있는 현지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한 그간의 성과를 다뤘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서 지원하였던 해외 소재 문화재의 보존처리 과정과 해외에 우리 문화재를 알리는 모습을 영상을 통해 감상할 수 있고, 아울러 그동안의 조사연구 성과를 담은 책자도 직접 읽어볼 수 있다.

20세기 초 독일 상트오틸리엔수도원이 수집한 ‘상국문자도’의 경우 발견 당시 장황과 배접이 없는 상태였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지원 사업을 통해 국내에서 약 1년간의 보존 처리를 거쳐 오염을 제거하고 족자로 새롭게 장황했다.

전시의 마지막 부분에는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의 조사·구입·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직원들, 수많은 국외 문화재의 환수와 주미대한제국공사관 현지 복원 등에 2013년부터 22억원 이상을 후원하고 있는 온라인 게임 전문회사 라이엇게임즈, 전시기획자의 인터뷰 영상을 통해 관람객이 나라 밖 문화재의 각각의 여정을 돕고 있는 이들의 생생한 육성을 듣고, 자신만의 느낌을 적어 보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꾸몄다.

김인규 국립고궁박물관 관장은 “문화재 환수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할 뿐만 아니라, 환수 과정의 어려움, 숨은 노력을 알 수 있는 전시다”라고 말했다.
 

환수 문화재 '나전 매화, 새, 대나무 상자' [사진=문화재청]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