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터키)의 공식 인플레이션 수치가 무려 79% 수준에 달한다는 발표가 나왔다. 실제 인플레이션 상황은 공식 발표보다 더 안 좋다는 분석도 나온다.
4일(현지시간) 튀르키예 통계청은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78.62%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는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전달 대비로는 4.95% 상승했다
인플레이션 보고서를 보면 식품비와 교통비의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부문별로 보면 식품의 연간 가격 상승률도 93.93%로 전월(91.6%)에 비해 2.3%포인트(p) 오르고 교통비 상승률도 138%로 전월(131.2%)에 비해 6.8%포인트 올랐다. 이같은 인플레이션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원자재 및 식품 가격 급등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급격한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2020년과 2021년 튀르키예 중앙은행에 금리를 낮출 것을 지시했다. 중앙은행장이 금리 인하를 거부할 경우 다른 인물로 교체했다. 그 결과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2년간 튀르키예 중앙은행 총재는 3명이나 바뀌었다.
정치적 압력으로 기준금리는 2020년 8.25%까지 내려갔다가 지난해 3월 19%까지 치솟았다. 현재 기준금리는 14%선에서 유지되고 있다. 튀르키예의 리라화는 지난해 달러 대비 44% 하락했고 올해 초 달러 대비 21% 하락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 인상 대신 최저임금 인상을 택했지만, 블룸버그통신은 이 점이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악화시켰다고 봤다. 튀르키예 당국은 지난해 최저임금을 2020년 2826리라(약 21만 8100원) 대비 50% 인상한 4250리라(약 32만 8000원)로 발표했다. 여기에 지난 1일에는 최저임금을 30% 추가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튀르키예의 공식 인플레이션 수치도 높지만 실제 인플레이션 상황은 발표 수치보다 더 높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스탄불 상공회의소는 자국 수도인 이스탄불의 연간 인플레이션 수치가 94%에 달한다고 밝혔다. 블루베이 자산운용사의 티모시 애쉬 이코노미스트는 "튀르키예 정부의 공식 발표를 믿는 사람은 더 이상 없다"며 "신뢰할 수 있는 정책 대응에 대한 기대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