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수장 공백 언제까지?] '미증유 퍼펙트 스톰' 온다는데…금융위원장 임명 '안갯속'

2022-06-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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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7일 오후 서울 중구 여신금융협회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이 엄습해오는 가운데서도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당국 수장의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지난 7일 내정됐지만 여야 간 공방으로 국회 원 구성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3주째 청문회 일정조차 잡히지 않았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사의를 밝힌 지난달 5일을 기준으로 하면 금융위원장 공석 상태가 두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금융당국이 제때 위기에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일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며 인사청문요청안에 대한 심사 시한은 오는 29일까지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요청안 제출일로부터 20일 이내 청문회를 마쳐야 한다. 20일 이내에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제출되지 않으면 윤 대통령은 10일 이내의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경과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할 수 있다. 국회가 재송부 기간 내에 응답하지 않으면 재송부 기한 다음 날부터 청문회 없이 임명할 수 있다. 
 
“‘퍼펙트 스톰’ 대비하라”···임명 강행 수순 밟나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금융권 일각에서는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임명이 시급한 장관급 인사에 대해선 윤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럴 경우 김 후보자는 역대 금융위원장 가운데 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임명된 첫 사례가 된다.
 
나토(NATO) 정상회의에서 돌아온 윤 대통령이 7월 초 요청안 재송부를 요청하고, 7월 중순 임명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금융권 안팎에서는 늦어도 다음 달 10일 전후로는 신임 금융위원장이 업무를 시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부터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27일 출국했다.
 
임명 강행설 배경에는 시급한 민생현안과 변동성이 큰 현 경제상황이 자리한다. ​금융위원장은 금융정책을 입안하고 금융기관과 자본시장에 대한 감독을 총괄하는 자리다. 특히 지금처럼 변동성이 극심한 상황에서는 공매도 금지와 같은 과감한 시장 안정화 대책을 결정할 수 있다.
 
금융위원장 공백이 장기화하는 사이 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미국은 최근 고공행진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1994년 이후 최대 폭의 금리인상을 단행했고 그 여파로 국내 주식·채권·환율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코스피는 2500선이 무너졌고, 대표적 시장금리 상품인 국고채 3년물은 10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원·달러 환율 역시 심리적 저지선인 1300원을 돌파했다.

금융당국 수장들 역시 한목소리로 경제 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이나 ‘퍼펙트 스톰’이란 단어를 쓰며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을 정도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6일 “6~8월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를 넘어서는 것을 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물가 수치를 직접 언급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3일 “복합적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보다 면밀하고 폭넓게 리스크를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같은 날 “미증유의 퍼펙트 스톰이 밀려올 수 있다”며 “원자재 전반이 공급 부족에다 수요급증이 가중되고 전 세계 가치사슬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위기가 빠르게 전파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오일쇼크 때보다 훨씬 큰 위험이 닥쳐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검증 작업과 청문회 일정 등으로 금융위원장 인선이 길어질 것에 대비해 급한 대로 차관급인 부위원장과 신임 금융감독원장을 먼저 임명했지만,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수장 없이는 핵심 정책을 시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 후보자는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에서 주요 현안 보고를 받고 있지만 직접적인 지시는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권 교체기에 혼란 상황을 예상하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면서 “눈앞에 위기가 닥쳐오기 전에 대비하는 것이 당국의 몫 중에 하나인데 정치적 이해 관계에 휘둘리는 상황이 답답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논란 여지 별로 없다” 임명 강행 뒷받침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일각에선 김 후보자가 다른 후보자 대비 개인 신상이나 도덕성 관련 논란이 없다는 점에서 임명이 강행될 여지가 크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향후 정책 추진 과정에서 국회의 협조가 필요한 만큼 청문회를 거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급박한 상황이라는 걸 야당도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김 후보자는 상대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크지 않아 반대할 명분도 별로 없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국회에 제출한 김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25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명박 정부 때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사무처장, 예금보험공사 사장을 지냈으며 지난 2019년부터 여신금융협회 회장을 지냈다.
 
국회에 제출한 재산 신고 자료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총 28억 5161만4000원을 신고했다. 부동산은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18억1087만원 상당의 서울 서초구 반포동 소재 아파트(211.53㎡) 분양권 1개를 신고했다. 부부는 현재 서초구 방배동 소재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후보자는 본인 명의로 2007년식 그랜저를 갖고 있다. 예금은 김 후보자 본인 앞으로 4억8895만6000원, 배우자 앞으로 9172만3000원을 각각 신고했다. 김 후보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아마존닷컴·나이키 등의 증권 2억647만5000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장녀는 독립생계유지를 이유로 재산 고지를 거부했다. 1986년생인 장녀는 현재 IBK기업은행에 과장급으로 재직 중이며 용산구 한강로2가 소재 오피스텔에 전세로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은 인사청문 요청 사유에서 “공직과 민간을 아우르는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금융정책에 대한 전문성뿐 아니라, 금융시장 및 산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안정적인 위기관리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금융시장 안정, 가계부채 관리, 코로나19 대응 후속 조치 등 당면한 금융 현안을 효과적으로 해결해 나가고, 금융혁신 가속화 및 자본시장 선진화 등 우리 금융산업의 발전과 경제성장을 위한 핵심 정책을 훌륭히 수행할 최적임자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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