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안철수 의원까지 친윤(친 윤석열)계 모임에 가입하겠다는 뜻을 시사하면서 이 대표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윤핵관' 미래혁신포럼 개최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에서는 이날 장제원 의원이 대표로 있는 미래혁신포럼과 이 대표가 만든 혁신위원회가 첫 발을 뗐다. 소장파와 윤핵관을 대표하는 거물급 정치인들의 행사가 동시에 열리면서 당 내 대립 구도가 분명하게 드러난 모양새다.
김 전 위원장의 참석은 큰 관심을 모았다. 강연의 좌장인 장 의원과 직전 대통령선거 기간에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장 의원은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 전 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여러 차례 올렸고, 캠프 인선을 두고는 서로가 의견 차이를 보였다. 그랬던 장 의원이 이번 포럼에 김 전 위원장을 초청하기 위해 직접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안 의원의 참석도 이목을 끌었다. 안 의원이 친윤계 의원, 특히 장 의원과 손을 잡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면서다.
안 의원은 필요하다면 친윤계 의원들이 모인 미래전략포럼에 가입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따로 의원 모임을 만들지 않고 참석하고 있다. 필요하다면 (미래전략포럼에) 가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앞서 이 대표가 SNS에서 "다음 주 내내 '간장(간보는 안철수+장제원)' 한 사발 할 것 같다"고 비꼰 것에 대해 "한국말인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속이 타나 보다"라며 언급을 피했다.
이 대표는 지난 24일 자신을 둘러싼 당의 내홍 상황 등을 두고 장 의원이 비판한 내용을 페이스북에 공유하면서 "디코이(decoy·미끼)를 안 물었더니 드디어 직접 쏘기 시작한다. 이제 다음 주 내내 간장 한 사발 할 것 같다"고 적었다. 디코이는 이 대표와 연일 대치했던 배현진 의원, '간장'은 온라인 상에서 은어처럼 사용되는 '간철수(간보는 안철수)'와 '장제원'의 줄임말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는 27일 최재형 의원이 주최하는 혁신위원회 세미나에 참석했다. 이 대표는 "할 말은 있으나 자기 검열하는 사람들, 그리고 할 말이 있는데도 타인의 압력으로 할 말을 못하는 사람들, 가까이는 언론에 익명으로밖에 인터뷰할 수 없는 분들 모두 다 공성전 대상"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 대표의 발언을 두고 대선 때부터 익명 인터뷰로 본인을 저격했던 윤핵관 쪽이나 최근 안 의원 측 관계자가 익명으로 비판한 것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또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두고 "보수정당이 처음으로 어젠다를 갖고 공세적인 입장을 취해 상대 영역을 개척하고 우리 영역으로 가져오는 과정에서 승리한 선거"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는 금기시됐던 젠더 이슈나 사회적 약자 담론을 넘어 더 큰 철학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자유'를 35번 강조했는데 자유에 실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런 검열 같은 중대한 주제들이 문재인 정부 내내 겪어온 어려움, 불편함이라면 윤석열 정부에서 이것에 대해 전면적으로 공성전을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위원장인 최 의원은 공천 제도 정비의 필요성에 대해 "정당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인력 공급이고 그게 공천"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공천에 관해서 점검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미래혁신포럼에 이어서 같은 날 열린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환송 행사에도 불참했다. 이를 두고 당내 윤리위 징계 논란이나 친윤계와의 공개 충돌 등을 빚고 있는 이 대표와 대통령실 간 불편한 기류가 노출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윤 대통령과 이 대표 측이 지난 주말 만찬 회동 보도를 놓고 엇갈린 반응을 보이면서 대통령실이 이 대표와 거리 두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추측이 돌기도 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안 의원을 포함해 배현진 의원, 장 의원과 갈등 양상을 보였다. 이 대표는 지난 26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백범 김구 선생 제73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전날 자신의 SNS에 올린 '흰머리 세 가닥' 사진에 관한 질문에 "스트레스는 거의 없다"며 "제가 원래 (흰머리가) 나면 한 개씩 나는데, 세 개가 나서 특이해서 올렸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표현한 '흰 머리 세 가닥'이 최근 자신과 공개적으로 충돌한 배 의원, 장 의원, 입당 후에도 사사건건 갈등을 빚고 있는 안 의원 등 세 사람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고 해석했다.
우선 안 의원과는 그동안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추천 건을 놓고 마찰을 일으켜 왔다. 지난 25일 고(故) 백선엽 장군 2주기 추모식에서 만나 인사를 나눴지만,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사이에 두고 앉아 행사 내내 어색한 모습을 보였다.
배 의원과는 당 혁신위 운영 방향과 최고위 비공개 간담회 폐지 여부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여왔다. '악수 패싱', '등짝 스매싱'은 물론이고, 최고위 회의에서 반말로 설전을 하는 등 이 대표와 배 의원이 벌인 당 내홍에 대해 장 의원은 "이게 대통령을 도와주는 정당이냐"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