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딜레마] 커지는 인상 불가피론...'원가주의' 신호탄 될까
정부가 3분기 전기요금 연료비 조정단가 조정 내용을 27일 오후 3시경 발표하기로 한 가운데 조정단가가 kWh(킬로와트시)당 3원 인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기요금 패러다임을 원가주의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물가 부담 등을 감안하더라도 국제 유가 흐름에 따라 변동성이 큰 연료비에 대응하기 위해 전기요금도 현실감 있게 유동적으로 조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3분기 전기요금 인상안을 두고 고심 중이다. 산업부는 당초 21일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하루 전날 돌연 연기해 27일 발표한다.
한국전력은 지난 16일 정부에 연료비 조정단가를 3원 인상해달라고 요구했다. kWh당 최대 폭이다.
이번 연료비 조정단가 산정을 두고 한전 경영난을 이유로 정부 안팎에서는 인상 불가피론이 나오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030 엑스포 개최 경쟁발표(프레젠테이션·PT)를 마친 뒤 동행 기자 오찬 간담회에서 현재 전기요금을 ‘비정상’이라고 표현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26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전기요금 인상에 동의를 표하며 “차일피일 미룰 수 없기 때문에 조만간 적정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력시장 주무 부처인 산업부 내에서도 물가 상승을 감수해서라도 한전 적자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에너지 정책의 정치화를 지적하며 “전기요금을 어느 정도 인상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도 억누른 부분이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한전 적자 개선은 주요 매출원인 전기요금 인상 없이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5조8601억원에 달하는 역대급 적자를 기록한 한전의 매출 중 전기판매 비중은 95.7%를 차지했다.
올해 1분기에는 이미 7조7869억원 영업손실을 내며 전년 전체 규모를 넘어섰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한전의) 하반기 원가 부담은 더욱 확대된다”며 “추가적인 조치가 없다면 연간 영업손실은 20조원이 넘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흑자 전환을 위해서는 전기요금을 30% 이상 올려야 하지만 물가 안정화가 더 시급하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완전한 가격 전가는 어려울 것”이라며 “근본적인 한전 재무구조와 전기요금 제도에 대한 개편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전기요금 제도에 ‘원가주의’가 반영돼야 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연료비 연동제’ 도입 후 6차례 연료비 조정단가 조정 과정 중 4번을 동결하기로 결정하는 등 연료비 변동분을 적기에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취지가 무색해졌기 때문이다.
오는 4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을 두고도 물가 당국과 전력 업계 간 첨예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발표도 연기했고 올해 하반기에도 전방위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계속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대한전기협회, 한국전기기술인협회 등 10여개 전기산업 관련 단체로 구성된 전기관련단체협의회는 “정부가 유독 전기요금만 물가 상승을 이유로 연료비 상승률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원가주의에 기반한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요구했다.
정연제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 주요국은 원가를 반영해 올해 전기요금을 인상하면서 세금 감면, 바우처 지급, 전력회사 재정지원 등 (물가 인상) 부담 완화 정책을 시행했다”며 “지난해 (한국이) 도입한 연료비 연동제는 물가상승 우려로 정상적 운영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등 여파로 액화천연가스(LNG)·석탄·석유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은 고공행진을 했으며 프랑스(24.3%), 독일(54.3%), 영국(54%), 스페인(68.5%), 이탈리아(55.0%) 등 각국은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했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은 “단기적으로 원가 요인의 일정 수준은 자동으로 전기요금에 반영되도록 개편돼야 한다”며 “연료비 연동제 조정요금 상·하한 변동폭 폐지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한전은 정부에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안과 함께 △기준연료비 조정 △분기와 연간 연료비 조정단가 상·하한 확대 △연료비 미수금 정산 △전기요금에 총괄원가 방식을 활용한 원가 상승요인 반영 등을 제안했다.
한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에 연료비가 지속적으로 급등한 부분을 반영해 최대한 빨리 기준연료비를 재산정해야 한다”며 “현재 연료비 조정단가 상한으로는 국제 연료가격을 반영할 수 없고 적절한 원가와 투자 보수를 반영한 총괄원가 방식을 통해 전기요금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정부도 전기요금에 ‘원가주의’ 도입 필요성을 인지하고 전기요금 제도 개편을 염두에 두는 모양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취임 전 인사청문회에서 “중장기적으로 기본적인 원칙은 원가와 시장 원리를 반영하는 가격 결정 방향이 맞다”며 “지금까지의 관행은 전기요금이 물가라는 이유로 원가가 올라도 반영을 못 하고 억눌린 채 운영됐는데 이런 상황으로 간다면 한전의 적자, 공기업의 적자가 국민 부담으로 가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산업부는 전기위원회 조직 개편을 추진할 예정이다. 그동안 전기위는 전기요금 조정이나 체제 개편 등 업무를 맡았지만 전기요금 결정권은 정부에 있어 역할에 한계를 보였다. 전기요금 결정 과정에서 전기위는 심의만 할 뿐 최종 결정은 산업부가 기재부와 협의 과정을 거쳐서 발표한다.
산업부는 전기위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를 위해 올해 연말까지 연구용역을 진행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내년에 필요한 법 개정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K-증시 어쩌다가… 연초 대비 하락률 글로벌 1위
국내 증시가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연초 대비 낙폭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코스닥은 지난 23일 연초 대비 30% 이상 떨어지며 1위를 차지했고 코스피는 낙폭 3~4위를 오가는 중이다.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4일 코스닥은 전일 대비 35.92포인트(5.03%) 오른 750.30으로 거래를 마쳤다. 인플레이션 완화 기대감이 제기되면서 직전 2거래일간 하락 폭을 일부 회복했다. 코스닥은 지난 22일과 23일에 각각 4.03%(31.34포인트), 4.36%(32.58포인트) 하락했다. 마찬가지로 직전 2거래일 연속 약세를 보였던 코스피도 큰 폭 상승했다. 이날 코스피 종가는 전일 대비 52.28포인트(2.26%) 오른 2366.60을 기록했다.
코스닥은 그간 하락 폭을 일부 회복했지만 이틀에 걸친 급락으로 글로벌 주요 증시 중 연초 대비 낙폭 1위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24일 종가 기준 코스닥의 연초 대비 하락 폭은 -27.70%(287.53포인트)다. 특히 지난 23일에는 연초 대비 낙폭이 -31.71%(323.45포인트)를 기록하며 30%대를 돌파했다. 코스피도 연초 대비 낙폭이 -20.82%(622.17포인트)에 달한다.
반면 글로벌 지수 가운데 24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연초 대비 낙폭이 20%를 초과한 것은 미국 나스닥과 러셀2000뿐이다. 이들 지수의 낙폭은 각각 -26.69%(4225.18포인트)와 -22.30%(506.82포인트)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비롯해 미국 일부 지수만이 20% 넘는 낙폭을 기록한 것이다.
연초 대비 낙폭이 S&P500은 -18.45%(884.82포인트),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3.90%(5084.38포인트)에 그쳤다.
유럽 증시는 △유로스톡스 -18.44%(798.65포인트) △DAX(독일) -18.12%(2902.60포인트) △CAC40(프랑스) -15.85%(1143.87포인트) △IBEX35(스페인) -5.90%(517.10포인트) △FTSE100(영국) -3.95%(296.34포인트) 등이다.
아시아에서는 인도 BSE센섹스가 -10.91%(6455.24포인트)를 기록해 한국을 제외한 국가 중 유일하게 10% 넘는 낙폭을 보였다.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는 -9.59%(2809.82포인트),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7.78%(282.58포인트), 홍콩 항셍지수는 -6.68%(1555.69포인트)에 불과했다.
5월 말을 기준으로 보면 코스닥은 나스닥보다 낙폭이 덜했다. 5월 31일 기준 코스닥 종가는 893.36으로 연초 대비 낙폭이 -13.92%(144.47포인트)에 불과했다. 당시 나스닥의 연초 대비 낙폭은 -23.69%(3751.41포인트)로 코스닥 낙폭을 10%포인트 가까이 웃돌았다. 6월의 급락이 코스닥을 연초 대비 낙폭 1위 증시로 만든 것이다.
급락은 외국인 순매도가 야기했다. 외국인은 5월 한 달 동안 코스닥 시장에서 318억6800만원어치 순매수해 개인과 함께 기관 순매도분을 받아내며 지수 하단을 지켰다. 하지만 6월 들어 24일까지 304억2200만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전월 순매수분 대부분을 처분했다.
개인 순매수세 약화도 지수 부진에 일조했다. 5월 코스닥을 6090억2000만원어치 순매수했던 개인의 6월 순매수액은 638억7400만원으로 전월 대비 10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인사안 번복 사태 경찰로 책임 떠넘기는 尹 정부
행정안전부가 경찰 직접 통제 방안 발표에 이어 치안감 인사 발표를 2시간 만에 번복하는 등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이 같은 상황은 행안부 자문위원회가 경찰 통제 강화 권고안을 낸 당일 저녁 벌어져 행안부의 ‘경찰 길들이기’ 의혹은 커지고 있다.2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에 대해 27일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앞서 인사안 번복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실과 행안부는 "인사안을 수정하거나 변경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입장을 표명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경찰을 향해 "국기문란, 공무원으로서 할 수 없는 과오"라고 발언하면서 사실상 경찰의 책임론에 쐐기를 박았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재가도 나지 않은 인사가 유출됐다"고도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대통령 패싱’ 발언과 달리, 불과 보름 전 이뤄진 치안정감 보직 인사 때도 경찰청 내정 발표(8일)→대통령 재가(9일) 순서로 진행됐다. 김창룡 청장은 경찰청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만나 "경찰청이 올린 인사안과 다른 안으로 1차 안이 내려왔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행령을 통한 경찰 통제 시도는 경찰법 등 법률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해 법치주의 원칙을 흔드는 것이라는 비판이 잇따르는 가운데, 검찰총장 시절 인사 관련한 사안에 대해 정부와 각을 세우던 윤석열 대통령이 경찰청장의 인사권을 인정하지 않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모순된 행보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선에서는 직장협의회 기자회견과 성명, 토론회, 정부청사 앞 1인 시위 등 경찰 통제 권고안과 인사 번복에 대한 반발 수위를 높여가고 있지만 윤 정부는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경찰 안팎에서는 '경찰청장의 추천권을 사실상 무력화시키고 경찰 길들이기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강도 높게 나온다. 28명밖에 되지 않는 치안감 중 7명이 바뀐 경위도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국기문란'이라고 표현한 이상 경위를 명확하게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는 특히 "경찰 수장들 인사를 한밤중에 발표하고 다음날 취임하라고 한다. 우리 지휘관들이 받는 대우에 대해 '치욕스러움'을 느낀다"는 한탄도 나온다.
이 같은 문제가 잇따르자 일선 경찰들은 목소리를 내기 위해 거리로 뛰쳐나왔다.
경찰 조직의 노동조합 격인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지난 23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지휘·인사·감찰·징계 등의 권한을 이용해 경찰을 실질적으로 통제하겠다는 것”이라며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일련의 행위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권력에 대한 경찰의 정치 예속화로 이어질 것이며 경찰수사가 권력의 입맛에 맞게 기획되는 등 모든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 안팎에선 경찰국 신설이 행안부를 통한 사정정국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특히 시행령 개정으로 경찰 통제를 추진하는 것은 '국회 패싱'을 위한 꼼수라는 비판도 나온다.
경찰개혁네트워크는 "행안부의 경찰 직접 통제는 경찰을 정치권력에 종속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국가권력 장악 시도는 시대 흐름에 어긋난다"면서 "자치경찰을 활성화하고 행정경찰과 사법경찰을 분리하고 경찰조직을 국민의 것으로 안겨주는 경찰위원회 조직을 강화하는 조치가 아니라 이 모든 것을 무위로 돌리는 건 현재 진행되는 민주화·분권화에 반한다"고 말했다.
전국 시·도 경찰직장협의회장단도 지난 23일 "시행령으로 경찰 통제를 시도하려는 것은 경찰법 등 법률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해 법치주의 원칙을 흔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되자 이 장관은 인사 번복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조사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사 대상에는 경찰청 인사담당자를 포함한 지휘부와 함께 행안부에 연락책 격으로 파견된 경찰 경무관(치안정책관)도 포함될 전망이다. 경찰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는 상황 속에서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까지 발생해 윤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내부 조직을 먼저 다잡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고삐 풀린' 국가보훈처 산하 공기업들⋯존재 이유 망각(?)
국가보훈처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보훈공단)과 독립기념관, ㈜88관광개발은 불법적인 수의계약 의혹, 예산 부정 사용, 경영평가 조작, 용역 대금 이중 지급 후 직원이 반환받는 등 내부통제가 전반적으로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보훈공단은 국가보훈처 산하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으로, 국가유공자들과 유공자 가족, 경찰, 군인 등 진료와 재활을 위해 설립된 보훈병원과 보훈요양원 등을 운영한다. 독립기념관은 우리 민족의 국난 극복사와 국가 발전사에 관한 자료를 수집·보존·전시·조사·연구함으로써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국민의 투철한 민족정신을 북돋우며 올바른 국가관을 정립하는 데 이바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보훈공단과 독립기념관은 해마다 4000억원에 달하는 국가보조금을 받는다. 두 기관은 최근 3년간 보조금 1조731억원을 사용했으며, 올해 보조금은 3489억원이다. 보훈기금 증식사업 일환으로 설립된 88관광개발도 3년간 정부에서 1조346억원에 달하는 위탁지원금을 받았다.
그럼에도 해당 기관들은 각종 불법 의혹과 부적정한 관리 행태가 끊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수의계약에 따른 문제는 보훈공단과 보훈병원, 독립기념관, 88관광개발 전반에서 나타났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보훈공단이 퇴직한 직원이 설립한 약품 업체와 수의계약을 통해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보훈복지타운 관리비 유용 의혹, 보훈요양원 장기요양급여 부당 청구 등 행태를 지적받기도 했다. 이어 공단은 경영평가 조작, 의사·직원 채용 청탁 의혹과 임원 선임 절차 무시 등 인사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받았다.
보훈공단 산하 각 지역에 위치한 보훈병원에서는 이 같은 문제가 최근 들어 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보훈병원(중앙·광주·부산·대구·대전·인천)이 종합감사(내부)에서 지적받은 사항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총 지적 건수는 123건으로 전년(108건) 대비 15건 늘었다.
보훈처가 실시한 보훈병원 내부 감사보고서를 보면 A병원 한 곳에서만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총 입찰 계약 중 60%가 수의계약인 것으로 드러났다. 금액으로는 230억원으로 전체 중 51% 수준이었다.
심지어 B병원은 빈번하게 구매가 이뤄지는 물품임에도 경쟁입찰이나 수의계약 방법으로 계약을 추진하지 않고, 특정 업체와 비단가 계약을 지속적으로 체결한 사실도 적발된 바 있다.
수의계약은 경쟁에 의하지 않고 임의로 대상을 선정해 계약을 맺는 것으로 그 자체만으로 위법이라고 평가하진 않는다. 민간기업에서는 규모가 작은 계약은 효율성을 감안해 수의계약으로 처리하는 일이 빈번하다.
하지만 준정부기관에 속하는 공공기업은 잣대를 달리해야 한다. 특히 공무원들이 수의계약을 갑질과 비리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더욱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 일례로 보훈공단 산하 일부 보훈병원은 사업자 미등록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은 사실이 적발되면서 지적을 받기도 했다.
수의계약과 부적정한 비용 사용 문제 등이 꾸준히 발생하는 데 대해 국가보훈처는 감사를 통해 발견되는 문제점에 대해 지속해서 관리하고 있으며 관련 문제를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공 목적을 위해 설립된 공공기업은 효율성보다는 투명성이 더 중요한 조직”이라며 “민간기업이 아닌 보훈처나 산하 공공기관들은 투명성 제고를 위해 수의계약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빌라 500여채 갭투자' 50대 구속기소...대한민국 '전세사기 주의보'
수도권 일대에서 이른바 '갭투자'로 빌라 500여채를 사들인 뒤 전세 사기를 친 혐의를 받는 세 모녀 가운데 모친이 먼저 재판에 넘겨졌다. 최근 전·월세 가격 급등에 더해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규제 강화로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빌라 전세 사기 사건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김우 부장검사)는 사기와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로 어머니 김모(57)씨를 최근 구속기소했다.
김씨는 2017년부터 두 딸(33·30) 명의로 서울 강서구·관악구 등 수도권 빌라 500여채를 전세를 끼고 사들인 뒤 세입자 85명에게 183억원 상당의 보증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공소장에 따르면 김씨는 신축 빌라 분양대행업자와 공모해 임차인을 모집하고 분양 대금보다 비싼 전세 보증금을 받았다.
이후 일부를 리베이트로 챙긴 뒤 건축주에게 분양대금을 지급하는 수법으로 자신의 돈을 들이지 않고서 갭투자를 반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른바 '깡통 전세'를 발생시킨 것이다.
앞서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피해자 50여명과 피해금액 약 110억원을 특정해 수사한 뒤 지난 1월 김씨 등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자체 수사를 통해 피해자 30여명, 피해금액 70여억원을 추가로 확인한 뒤 그를 구속했다.
집값 상승에 더해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강화로 주거비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전세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26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1~4월 전세 보증사고 피해 금액은 201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56억원)보다 약 30% 급증했다. 이는 HUG의 전세금 반환 보증 제도를 이용하고 있는 세입자만 조사한 것으로, 전체 피해 규모는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임대차시장에서 보증보험에 가입한 세입자의 비율은 10% 수준에 불과하다.
2015년부터 집계가 시작된 전세금 보증 사고 액수는 2018년부터 폭증했다. 2017년 74억원에서 2018년 792억원, 2019년 3442억원, 2020년 4682억원, 2021년 5790억원으로 매년 큰 폭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2018년과 지난해를 비교하면 3년 사이 8배로 는 것이다. 같은 기간 보증 가입 금액이 19조367억원에서 51조5508억원으로 170% 늘어나긴 했지만 사고 금액의 증가 속도가 훨씬 빠르다.
전세 사기는 특히 신축 빌라에서 자주 발생하고 있었다. 건축주가 임대 사업을 하는 것처럼 위장해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세입자를 들인 후 명의만 제공하는 '바지 집주인'에게 매각하는 방식이다. 만약 전세 계약 만료 시점에 다른 세입자를 구한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초기 전세금이 너무 높은 탓에 다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거나 집주인 세금 체납 등을 이유로 압류라도 되면 세입자는 전세금을 돌려받기 어렵게 된다.
전문가들은 전세 사기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전세금 반환 보증에 가입하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을 해주지 않으면 HUG가 대신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내주고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구조다.
건축물대장·등기사항증명서·전입세대열람내역서 등 부동산과 관련된 공문서 검토도 필수적이다. 등기사항증명서에 기재된 부동산 소유자 정보가 계약자인 임대인과 동일인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건축물대장을 발급해 불법 건축물 여부를 확인하고, 전입세대열람내역서를 기반으로 또 다른 임차인 유무와 이중계약 여부 및 보증금 총액을 알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전세 기간이 만료됐는데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전세금 반환의 지급명령을 신청하거나 임대차보증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