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채 쇼크] 전세대출자 월세로 떠밀린다

2022-06-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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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당국 전방위적 주거 금융대책 마련

지난 5월 31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전월세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 금리가 한꺼번에 무서운 수준으로 치솟자 전세에서 월세로 떠밀리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전세 보증금이 워낙 비싼 데다 전세대출 금리까지 급격히 오르면서 대출 이자를 지출하는 것보다 월세 부담이 더 낮아졌기 때문이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 전세자금대출 금리 최고 상단은 6%를 넘어섰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 4대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평균 금리는 연 3.26~5.35%로, 5%대를 돌파했다. KB국민은행의 ‘KB플러스 전세자금대출’의 금리는 최저 3.28%~최고 5.74%이며, 신한은행의 ‘신한전세대출’ 금리는 연 3.83%(코픽스)~최고 연 6.04%(금융채 2년물)다.
 
반면 KB국민은행 기준 서울 아파트의 전월세전환율은 3.19%로 전세대출 금리보다 상당히 낮다. 보증금 1억원을 월세로 돌리면 연간 내야 하는 월세(319만원)가 전세대출 금리 5% 연간 이자(500만원)보다 더 싸다는 뜻이다.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이유는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은행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커졌기 때문이다. 전세자금 대출로 활용되는 금융채 2년물은 지난 17일 연 3.862%로 6영업일 연속 상승했다. 해당 기간에 금리 상승 폭은 0.626%포인트에 달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월 기준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1.98%로, 전월 대비 0.14%포인트 올랐다. 2019년 1월(1.99%) 이후 약 3년 만에 최고치다.

앞으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긴축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상승에 따른 금리인상으로 ‘전세의 월세화’는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5월 전국 17개 시·도에서 이뤄진 전체 임대차 거래량은 34만8066건이다. 이 중 전세거래량은 14만6954건이고, 월세 거래량은 20만1112건으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57.8%로 전세를 넘어섰다.

올해 들어 월세 비중은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전체 임대차거래(20만 4221건) 중 월세(9만 3853건)가 차지하는 비중은 46%였지만 2월 48.8%, 3월 49.5%로 점차 커지더니 4월에는 50.1%로 처음으로 전세거래량을 넘어섰고, 5월에도 57.8%로 비중이 더 커졌다. 
 
은행엔 "예대마진 관리" 경고···시장엔 임대차 안정화 방안 낸 정부

윤석열 대통령(맨 오른쪽)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전방위적으로 주거 금융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나섰다. 이날 ‘6·21 대책’의 맨 앞에 ‘임대차 시장 안정 방안’을 배치했다. 정부는 금융대책 중 하나로 올해 하반기 중 무주택 세대주가 부담하는 월세액에 대해 연 750만원 한도로 총급여 7000만원 이하 12%, 5500만원 이하 15%로 월세 세액공제율을 높이기로 했다.
 
‘전세금·월세보증금 대출 원리금 상환액 소득공제’도 확대해 전월세보증금 대출 원리금 상환액에 대해 연 400만원 한도로 40% 소득공제를 실시할 계획이다. 오는 8월 1일부터 1년간 임대차 갱신계약 만료 임차인을 위해 ‘버팀목 전세 대출’의 보증금 기준을 최대 4억원으로 기존보다 1억5000만원 늘리고, 대출 한도를 기존 8000만~1억2000만원에서 1억2000만~1억8000만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리 상승기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을 경감해야 한다고 동시에 주문하기도 했다. 사실상 은행들에 대출금리 인하를 통해 예대마진을 축소하고, 배당을 자제하라는 일종의 ‘경고’를 날린 것이다.
 
이 원장은 지난 20일 17개 국내은행 은행장과 간담회를 갖고 “금리 상승기에 예대금리차(대출금리와 예금금리 간 차이)가 확대되면서 은행의 과도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금리 조정 폭과 속도를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지적했다. 은행들이 금리 인상기에 대출 금리 대비 예금 금리를 적게 올리며 고객들을 대상으로 예대마진을 챙기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은행권은 과도한 금융당국 개입에 대해선 우려를 표하면서도 이 원장 발언 직후 대출금리 인하를 위한 준비작업에 돌입했다. 당장 케이뱅크와 NH농협은행이 금리를 조정했으며 은행들도 전세자금, 주택구입자금 용도 등의 실수요대출에 대해서 최대한 이자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케이뱅크는 이날부터 전세대출의 금리를 최대 0.41%포인트 낮춘다고 밝혔다. 일반 전세대출 금리는 최대 0.41%포인트, 청년 전세는 0.32%포인트 낮아져 각각 연 3.03~4.36%, 연 2.85~3.17%가 됐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주택 관련 대출 이자로 인한 고객 부담을 덜기 위해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낮춘다. 혼합금리 상품의 경우 최대 0.36%포인트, 변동금리 상품은 0.3%포인트 인하한다. 케이뱅크 아파트담보대출 고정금리형 혼합금리 상품은 전 고객에 대해 0.34~0.36%포인트 낮췄다. 이에 연 4.88~5.37%였던 아파트담보대출 혼합금리는 연 4.53~5.03%로 변경됐다. 
 
NH농협은행은 오는 24일부터 전세자금대출 우대금리를 0.1%포인트 확대한다. 이로써 농협은행의 전세대출 우대금리 한도는 기존 최고 1.0%에서 1.1%로 올라간다. 우대금리가 올라가면 대출금리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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