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천정부지로 오른 물가를 잡기 위해 28년 만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초강수를 뒀으나, 이를 예상했던 글로벌 금융시장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6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기 2~3일 전부터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릴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와 시장이 이에 대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 등 금융시장 내 불안 요소가 아직 해소되지 않은 데다, 연준이 오는 7월 FOMC에서도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또는 0.75%포인트 올릴 수 있다고 예고해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285.6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전일 대비 4.9원 내린 수치다. 원·달러 환율은 FOMC 회의 결과가 발표되기 전인 15일, 13년 만에 1290원을 돌파했다. 한때 1293원까지 오르면서 연고점을 경신하기도 했다. 그러나 FOMC가 막상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결정하자, 원·달러 환율은 소폭 하락했다. 이미 전날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영향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FOMC 회의 후 긍정적인 경제 전망을 내놓으면서 물가 안정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커진 점도 달러 약세를 불러왔다.
대표적인 위험자산으로 손꼽히는 가상화폐도 하락세가 완화됐다. 비트코인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2800만원대(업비트 기준)를 유지했다. 비트코인은 지난 14일, 1년 6개월 만에 3000만원선이 붕괴된 후에도 하락세가 계속됐다. 가상화폐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도 전날에 이어 이날도 15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가상화폐는 미국의 긴축 통화정책,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장기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대도시 봉쇄 등으로 경기 침체가 우려되자, 주식과 함께 자금이 대거 이탈했다.
채권시장은 혼조세를 보였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채 3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상승한 3.6740%를 기록했으나, 5년물은 3.8030%로 전날보다 하락했다.
하지만, 연준이 7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혹은 0.75%포인트를 추가로 올릴 수 있다고 밝혀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예상보다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고, 중국의 도시 봉쇄 여파로 인한 공급 병목 현상이 아직 해소되지 않아 물가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준은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4.3%에서 5.2%로 올렸다.
허진욱 삼성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5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에서 확인된 것처럼, 향후 인플레이션 궤적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시장 변동성 확대 국면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