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확대경] 15억 초과 주담대 금지..'재산권 침해' 놓고 헌재서 격돌

2022-06-1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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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12·16 부동산 대책 중 15억원 넘는 아파트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한 정책이 위헌인지를 가르기 위해 헌법재판소가 공개변론을 열었다. 정부가 주택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한 것이라는 주장과 투기수요를 막기 위한 공익적 조치였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위헌 결정이 나면 서울 주택시장 수요가 활발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사진=연합뉴스]

헌재는 16일 오후 2시 정희찬 변호사(안국 법률사무소)가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담대 금지는 재산권 등을 침해한다며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청구인 측 참고인은 성중탁 경북대 로스쿨 교수이고, 피청구인인 금융위원회 측 참고인은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다.
 
◆주담대 제한···"재산권 침해" vs "부동산 과열 완화"
정부는 2019년 12월 16일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며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담대를 전면 금지했다. 대책 발표 이튿날 정 변호사는 소유 중이던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새 주택을 구입하려 했지만 불가능해지자 해당 규제로 헌법상 재산권과 행복추구권, 평등권 등이 침해됐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먼저 헌법소원 청구인 측은 정부가 대출을 위해 은행에 주택을 담보로 제공하는 재산권 행사를 막았다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담보를 제공하고 금융기관에서 금전을 대출하는 것은 대표적인 재산권 행사"라며 "공공의 필요에 의한 재산권 제한과 보상은 법률에 근거해야 하지만 부동산 대책은 법률에 근거한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피청구인인 금융위 측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대책이었기 때문에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맞섰다. 당시 투기와 소위 '영끌' 현상이 사회적 이슈가 되는 등 주택시장이 과열된 상황을 완화하고자 한 정부의 조치라는 것이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책당국으로서는 초고가 아파트발 주택시장 전반의 불안정을 우려할 수 있는 다양한 소지가 현재화하고 있던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은행법상 주담대 금지?···"공권력 행사" vs "입법 재량"
헌재는 정부가 주담대 금지를 통해 은행법과 은행법 시행령 등 모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면서까지 공권력을 행사했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정 변호사 측은 "현행 은행법상 은행의 경영 건전성을 위해 금융위가 경영지도를 할 수 있다고만 돼 있을 뿐이며 그 어디에도 주담대 금지 등 규제가 예상될 만한 법률상 내용이 없다"고 주장했다.

청구인 측 참고인인 성중탁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행정지도를 수단으로 민간 주택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헌법상 시장경제질서를 훼손해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의견을 냈다. 
 

2021년 11월 2일 서울 시내 시중은행에 게시된 대출 상품 관련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반면 정부 측은 은행이 자발적으로 정부 조치를 따르도록 유도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일 뿐이며 수용하지 않았을 때 불이익을 주지 않았다고 맞섰다. 금융위 측은 "해당 부동산 대책은 단순한 행정지도였으며 공권력 행사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신 연구위원은 "주택 대출 규제는 은행법이 위임한 은행업감독규정에 기초한 행정지도 조치로 입법 재량의 일부로 봐야 한다"고 했다.

헌재는 공개변론에서 나온 전문가 등 의견을 종합해 수개월 내에 위헌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 정부의 대출 제한 개입 정도는 어디까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헌재 심판을 받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4년 토지초과이득세, 1999년 택지소유상한제가 각각 국민 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헌법불합치 또는 위헌 판결을 받았다. 이번 헌법소원은 은행과 개인 간 사적계약에 대해 정부가 어디까지 개입하고 제한할 수 있는 것인지 등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법조계는 분석한다.

엄정숙 부동산 전문 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은행과 개인 간 신용을 담보로 돈을 빌려줄 거냐 말 거냐 하는 문제에 대해 정부가 '고가의 물건은 대출을 할 수 없다'고 제한하는 것"이라며 "헌법 37조는 공공 복리를 위해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는데 정책 차원으로 봐야 하는지 지나친 강제력인지가 결론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투기를 막거나 집값을 완화하는 등 공익을 달성했는지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헌재가 목적의 정당성을 얼마만큼 인정할지도 관건이다. 김예림 부동산전문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15억원이라는 기준이 자의적이고 또 주담대를 금지함으로써 집값이 잡힌다는 등 달성할 수 있는 공익이 불분명하다"며 "부작용으로 풍선효과는 무조건 일어나게 돼 있으니까 투기 방지 등 공익적 목적을 달성했는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 위헌 땐 고가 아파트 수요 활발해질 듯

사진은 16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대출 규제는 부동산 대책에서 핵심으로 꼽히는 만큼 선고 결과에 따라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위헌으로 결론 나면 그간 대출 규제로 시장 진입이 어려웠던 고가 아파트에 대해 수요가 몰릴 것이라는 게 대체적 전망이다. KB부동산은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10억9166만원이라고 집계했다.

김예림 변호사는 "헌재가 위헌 판단을 내리면 대출이 안 돼 진입이 불가능했던 서울 시내 15억원 넘는 아파트로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크다"며 "고가 아파트 수요층이 빠지면 중위가격 아래 부동산으로 옮겨가는 수요도 생겨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헌재 판단 여부를 떠나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대출 완화 정책 기조에 따라 종전 정책은 폐지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부동산 가격 진정 국면에서 헌재가 위헌 판단을 내린다면 지난 정부에서 폭등한 아파트 가격이 또다시 상승세를 보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송기균 집값정상화시민행동 대표는 "대출 제한은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데 그 규제가 무력화되면 주택 수요가 많아지고 주택 가격은 또다시 전체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며 "작년 말부터 주택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올랐다는 경제 심리가 강해지면서 큰 폭 하락했는데 집값 진정 국면에서 헌재 위헌 판단이 나오면 부정적 영향을 미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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