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안에 스타벅스 매장이 등장해 화제다. 서울 강남역과 신분당선을 연결하는 통로에 자리한다. 일단 좌석이 없는 테이크아웃 전용매장이다. '커피가 아닌 공간을 판다'는 스타벅스 철학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e-프리퀀시 인기도 예년에 비해선 시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년 '오픈런' 현상을 부르는 행사로 유명세를 탔지만 올해 매장 분위기는 평소 때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에 스타벅스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 훼손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공간의 미학' 강조했는데...이제 커피만 파나요?
해당 매장은 테이크아웃만 가능하다. 좌석과 테이블이 없는 소규모 점포로 운영 중이다. 스타벅스가 지하철역 안에 테이크아웃 점포를 낸 것은 1999년 한국 진출 이후 처음이다. 단순히 커피를 파는 게 아니라 공간을 파는 곳이라고 브랜딩해 온 것과도 상반된다.
하워드 슐츠 미국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는 커피숍(coffee shop)의 고정관념을 깨 스타벅스의 신화를 쓴 인물로 평가 받는다. 1987년 스타벅스를 인수한 그는 '공간 마케팅'에 집중했다. 커피 매장을 단순히 커피를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편안하게 수다 떠는 곳'으로 발상을 전환해 고객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 이후에도 미국 본사는 전 세계 매장 음악과 가구를 직접 관리하며 브랜드 정체성을 지키려고 끊임없이 노력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국 시장에서도 스타벅스의 매장 입지 선택 방법은 지식인들의 연구 대상이 될 정도로 성공사례로 꼽힌다. 특히 건물주들이 '스타벅스 모시기'에 혈안이 될 정도다. 매월 임대 수익에 더해 부동산 부가가치까지 높이는 '랜드마크'의 역할을 톡톡히 하기 때문이다. 돈 되는 자리에 스타벅스 매장이 있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그보다 스타벅스가 있는 곳에서 수익이 난다는 것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
유통업계에선 이마트가 미국 본사 지분을 인수하면서 스타벅스의 출점 전략이 변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브랜드 이미지보다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매장 입지에 변화를 둔 것이라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타벅스 고객들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기보다는 공간을 즐기기 위해 매장을 찾는 경향이 짙다"며 "강남역신분당역사점은 특유의 모던한 나무의자, 재즈음악, 통유리 등의 매장 분위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고객 중심이 아닌 수익성 측면에서 접근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오프런' 사라졌다...'e-프리퀀시' 인기 시들, 왜?
스타벅스의 고유 감성이 잘 묻어있는 'e-프리퀀시'(이하 프리퀀시) 인기도 예전만 못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프리퀀시는 스타벅스 매장에서 미션 음료 3잔을 포함한 총 17잔의 제조 음료를 구매하면 7종의 증정품을 선착순으로 제공하는 행사다.
그간 스타벅스가 매년 여름 선보이는 한정판 굿즈는 '오픈런' 열풍과 품절 대란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다. 현재 진행 중인 여름 행사에선 매장 앞에 줄 지어 서 있는 '오픈런' 현상이 사라졌다. 2020년에는 구하기 힘들었던 굿즈 인기도 시들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일부 매니아층 사이에서는 '쓱타벅스'란 조어가 나오고 있다. 다만 스타벅스의 고유한 감성을 좋아했던 고객들에선 '변심'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현재 프리퀀시 상품은 신세계그룹의 통합온라인몰인 SSG닷컴과 최근 인수한 지마켓글로벌(옛 이베이코리아)이 운영하는 온라인몰에서 판매되고 있다. 지마켓에서 판매 중인 굿즈 가운데 '서머 캐리백'은 이날 오후 2시 현재 총 3141개 팔렸다. 약 한 달 전인 지난달 19일과 비교하면 판매량(2000여개)이 1100여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SSG닷컴에서 유통된 스타벅스 굿즈가 판매 개시 한 시간여 만에 모두 품절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당시에는 굿즈 열풍에 판매 사이트 접속 장애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굿즈의 중고 거래도 미적지근하다. 중고 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에서 거래되는 e-프리퀀시 완성본의 평균 가격도 갈수록 하향 추세다. 지난달 12일 첫 게시물이 올라왔는데, 제시 가격은 5만5000원이었다. 이를 포함해 지난달 평균 거래가는 3만3800원으로 형성됐다. 과거 웃돈을 얹어 거래되던 e-프리퀀시 완성본의 평균 거래가는 2020년 5만3000원, 지난해에는 4만7000원인 점을 고려할 때 각각 36%, 28.1% 내려앉았다.
이마저도 이달 들어서 반토막났다. 이날까지 올라온 게시물 7건의 평균 가격은 1만8972원이다. 점차 가격은 더 하락해 중고 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에서 이날 오전 9시 41분께 1만7000원에 거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흥행 부진의 요인에 대해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일단 특정 회원을 대상으로 판매한 데 따른 부진이란 지적이 있다. 올해 스타벅스는 프리퀀시 굿즈를 구매할 수 있는 고객을 한정했다. 대상은 신세계 유료멤버십인 스마일클럽에 가입한 회원으로 특정했다. 스마일클럽에 가입하려면 3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온라인 예약' 시스템으로 바꾼 것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매장 앞에 줄 서는 진풍경이 화제를 끌며 소비자들을 유입시키는 효과가 있었지만 온라인 예약이다 보니 사람들의 흥미를 끌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강남역신분당역사점은 강남역과 신분당역 연결통로에 자리하고 있다"며 "특히 오전 시간대에 소비자가 많이 몰리는 입지 특성에 맞춰 테이크아웃 매장으로 꾸몄다"고 전했다. 프리퀀시 흥행 부진과 관련해선 "작년에 비해 굿즈 준비수량을 늘렸고 온라인 예약을 받고 있다"며 "현재 1일 온라인 예약률이 95%로 전년도를 상회하고 있다. 예년에 비해 인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논란을 일축했다.
저긴 포장 판매 전용 매장이니까 휴대전화를 충전하거나 노트북을 쓰려는 사람은 갈 일이 없군. 지하상가 매장이라도 더 넓은 자리에 만들어서 앉을 자리와 콘센트를 갖췄으면 좋았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