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래 브리핑] 김정은, 방사포 도발...한·미훈련 정례화와 장마 탓 핵실험 불발 분풀이 분석

2022-06-1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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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께 한·미훈련 명분 삼아 북한 핵실험 강행 관측

김정은, 南 겨냥 최선희·리선권 배치...핵 언급은 쏙 빠져

한·미 감시자산, 북 핵실험 1~2시간 전 포착 가능

북한 포병부대들의 포사격 모습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12일 오전 서해상을 향해 재래식 방사포(다연장로켓포)로 추정되는 발사체 여러 발을 발사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일 국방장관의 미사일 경보·탐지·추적 훈련 정례화 합의와 지난주에 이어 17일부터 시작될 장마 예보에 핵실험이 어려워지자 저강도 도발로 항의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오후 9시 23분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우리 군은 오늘(12일) 오전 8시 7분쯤부터 오전 11시 3분쯤까지 북한의 방사포로 추정되는 수 개의 항적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합참 발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간 탄도미사일(SRBM)급이 아닌 경우에는 언론 발표를 자제해왔기 때문이다. 

김준락 합참 공보실장 역시 아주경제에 "언론이 선공개해 설명하는 수준에서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앞으로도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사항인 탄도미사일이 아니면 따로 공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도발은 북측이 지난 5일 평양 순안, 평안남도 개천, 평안북도 동창리, 함경남도 함흥에서 SRBM 8발을 발사한 뒤 1주일 만이다. 한·미·일 국방장관이 미사일 경보·탐지·추적 훈련 정례화 등을 합의한 지 하루 만이기도 하다. 

미사일 경보훈련은 각국 해상에 위치한 함정에서 시뮬레이션으로 진행되는 훈련이다. 분기별 1회 실시가 원칙이었다. 하지만 2018년부터 남·북·미 화해 분위기를 고려해 훈련 사실을 외부에 공개하지는 않았다. 정례적으로 훈련이 실시되지도 않았다.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훈련(RIMPAC·림팩)을 계기로 하와이에서 실시됐던 탄도미사일 탐지·추적훈련(퍼시픽 드래건) 역시 당시에는 로키(Low-key)로 실시됐다.

그러나 북한의 계속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한 SRBM 도발과 핵실험 강행 암시에 한·미 국방 당국의 대북 로키 전략은 하이키(High-key)로 전환됐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샹그릴라 대화가 열리는 싱가포르에서 한·미가 북한 핵실험에 대응하는 ‘전략자산 액션 플랜’을 마련했음을 시사했다. 

아울러 양국 국방 장관이 회담에서 연합훈련 규모를 확대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에서 하반기 연합훈련부터 미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와 함께 한·미 장병들이 실기동 연합훈련을 진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정은, 南 겨냥 최선희·리선권 배치...핵 언급은 쏙 빠져

리선권 통일전선부장(왼쪽)과 최선희 외무상 [사진=연합뉴스]

지난 10일 종료된 북한 전원회의는 윤석열 정부 출범(지난달 10일)과 한·미 정상회담(21일) 이후 처음 열리는 데다 함북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동향과 맞물려 핵실험 관련 메시지가 나올지에 관심이 쏠렸다.

김 위원장은 전원회의에서 “자위권은 곧 국권 수호 문제”라며 “우리의 국권을 수호하는 데에서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을 우리 당의 강대강, 정면승부의 투쟁 원칙”을 강조했다. 5개월여 만에 '북·남관계'를 대적투쟁 대상으로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면서 “오늘 우리 국가의 안전환경은 매우 심각하며 주변정세는 더욱 극단하게 격화될 수 있는 위험성을 띠고 있다”며 “이 같은 정세는 우리로 하여금 국방력 강화를 위한 목표 점령을 더욱 앞당길 것을 재촉하고 있다”고 북한을 둘러싼 주변 정세 때문에 핵실험을 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펼쳤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전원회의 분위기를 설명하면서 "대적투쟁과 대외사업 부문에서 견지해야 할 원칙들과 전략 전술적 방향들이 천명됐다"고 썼다. 지난해 12월 말 제8기 제4차 전원회의 결론에서는 "다사다변한 국제정치 정세와 주변 환경에 대처해 북·남관계와 대외사업 부문에서 견지해야 할 원칙적 문제들과 일련의 전술적 방향들을 제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결론적으로 김 위원장은 제7차 핵실험에 대한 직접 언급을 삼가했다. 다만, 한반도 정세 탓을 한·미로 돌리며 7차 핵실험을 위한 포석을 깔았다는 해석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대남·대미 라인 주요 인사를 강경파로 물갈이했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외무상에, 리선권 외무상을 대남 문제를 총괄하는 당 통일전선부장에 임명했다.

외무상에 임명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2018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차 북·미 정상회담과 이듬해 하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핵심 역할을 한 대미 협상 전문가다. 하노이 회담이 ‘노딜’로 끝난 직후 대미 비난 인터뷰를 쏟아냈고, 대미 갈등 속에서 북미 대화 가능성을 일축하는 등 강경 입장을 내보였다.

최선희는 핵실험과 ICBM 등 고강도 도발로 인한 국제사회의 제재 국면 전면에 나설 전망이다. 특히 7차 핵실험이 강행되는 과정에서 보일 최선희의 입과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리선권은 남·북 관계 화해 시절이던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한 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라고 발언한 인물이다. 리선권 임명은 남북한 간 대립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염두에 둔 인선으로 윤석열 정부에 대한 공세적 대응을 위한 진용 정비의 성격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미 감시자산, 북 핵실험 1~2시간 전 포착 가능

북한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공사가 진행 중인 3번 터널 주변 현장 [사진=비욘드 패럴렐 누리집]

북한 핵실험 도발에 대한 보도가 연일 계속되면서 김 위원장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한·미 군 당국이 파악·관측하는 방법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 핵실험 절차는 △부지 선정·갱도 굴착 △핵무기 및 측정 장비 설치 △케이블 연결 및 갱도 되메우기 △핵실험 실시 순으로 진행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미 정보당국은 이를 첩보위성이나 정찰기 등 감시자산으로 포착한다. 갱도 굴착 중에는 장비·자재가 주변 지역에서 포착될 가능성이 크고, 측정 장비 설치 과정에서는 방사능 계측·지진파 탐지를 위한 각종 계측 장비가 갱도 주변에 설치되기 때문이다.
 
또 각종 계측 장비 작동을 위해 수백m에서 수㎞의 연결용 케이블을 갱도 밖 지상 통제소까지 설치해야 한다. 북한이 흙·자갈·모래·석고·콘크리트 등을 이용해 핵실험 장소로부터 방사능이 누출되지 않도록 갱도를 다시 메우는 과정 역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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