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최적 규제가 필요하다

2022-06-1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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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진 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노희진, 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일반적으로 규제 완화를 추진한다. 이번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기업 활동을 방해하는 규제를 모래주머니에 비유하였다. 하지만 과거의 예를 보면 규제 개혁은 일반적으로 용두사미에 그치는 경향이 있다. 기존의 규제는 나름대로 필요성이 있어 생산되었기 때문이다. 기업 활동을 어렵게 하는 모래주머니에 환경 개선, 노동자 복지 같은 사회적 가치가 있는 규제가 들어 있다.

지난 정부는 이념에 근거하여 기업의 부담을 제대로 고려하지 아니하고 규제를 생산한 바 있다. 이러한 규제들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중대재해법이나 주당 일할 시간을 제한하는 규제 같은 것들이다. 불필요한 규제나 적정 수준 이상의 강한 규제는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어떤 규제가 존재하면 그 규제를 만든 역사적 배경이 있다. 규제 개선을 위해서는 현재의 규제에 대한 필요성 및 적정성 여부의 판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환경 변화에 따라 기존의 규제가 필요 없다면 없애면 되고, 규제 수준이 높으면 낮추면 된다. 이러한 규제를 발굴하여 적정 수준의 규제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기업의 투자 활동을 저해하는 규제는 적극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규제 의도에 부합되지 않게 규제 결과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규제는 적극적으로 재검토해야 된다. 예를 들어, 중대재해법의 시행으로 중대 재해가 줄어들었는가? 부동산 3법이나 부동산 규제의 결과 부동산 가격이나 전세 가격이 안정되었는가? 대북전단 금지법으로 북한과의 관계가 좋아졌는가? 검수 완박 으로 국민의 법적 편익이 증진되는가? 규제 의도와 댜르게 규제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졸속 규제일 가능성이 높다. 규제 영향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이념적 잣대로 규제를 설계하게 되면 사회적 비용만 크게 발생할 수 있다. 향후 새로운 규제의 설계 시 규제 목적을 분명히 하고 그 효과에 대해 공청회를 통해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도록 해야 된다.

규제의 변화는 규제적 측면에서 이해관계자의 균형 상태를 새로운 균형 상태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이해관계자 간에 유리한 측과 불리한 측의 갈등 요소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게 된다. 특히 가격규제는 신중해야 된다. 부동산 관련 규제로 임차인과 임대인의 갈등을 키우고 부동산 가격과 전세 가격의 폭등을 가져왔다. 이념적 규제가 얼마나 무모한가를 보여 준다.

현재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규제의 생산 시에는 규제의 영향에 대해 다각적이고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 규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고려하여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지켜야 할 행위 수준을 정하는 문제이다. 그렇다면 생산과 소비활동에 있어 규제의 이해 당사자는 누구인가? 소비자, 기업, 규제 당국 모두가 이해 당사자이다. 이들의 관점에서 규제방향을 살펴본다.

첫째 소비자들은 규제를 통해 가급적 보호를 많이 받기를 원할 것이다. 유통기한이나 품질 보장 같은 소비자 보호 규제를 요구한다.

둘째, 기업은 가능한 한 규제 완화를 원한다. 영업활동을 위한 진입 규제나 영업활동 및 투자에 관련된 다양한 규제가 존재한다. 영업활동 규제에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낮은 규제는 영업 활동은 편리하지만 소비자 보호가 잘 안될 우려가 있다.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에 대한 규제는 기업의 영업활동을 제한하는 규제가 될 수 있어 시장에서 기업들 간의 경쟁을 통하여 가격이 결정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가격 규제는 기업의 경영활동에 대한 규제이기 때문에 기업의 경영 실패 시 가격 규제를 가한 규제당국의 책임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투자 규제는 가급적 완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규제를 만드는 규제 당국은 가급적 규제를 많이 만들 유인이 있다. 규제가 많이 있어야 규제 당국은 힘이 있게 된다. 또한 규제 미비로 인한 문제의 발생 시 책임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정 수준의 규제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규제를 설계하는 규제 당국이 스스로를 통제하면서, 소비자와 기업의 이해관계를 적절하게 조율해 나갈 필요가 있다. 특히 국제경쟁이 치열한 반도체 같은 분야에서는 관련 기업의 발목을 묶는 경영활동을 제약하는 규제는 가급적 완화하도록 해야 된다.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 위해서는 규제의 원칙만 정하고 이의 준수 여부를 감독하면 된다. 예를 들어 환경 보호, 노동자의 권익 증진, 고객과의 이해 상충 방지 같은 원칙만 정하고 구체적인 규제를 열거하지 않는 방식이다. 이러한 규제 방식이 도입되기 위해서는 기업 종사자와 규제 감독자의 전반적 질적 향상이 필요하다. 또한 기업의 적극적인 ESG 경영이 필요하다.

바람직한 규제 체계란 효율성(efficiency)이 제고되고 안정성(stability)이 유지되며 형평성(fairness)이 제고된 체계이다. 시장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보장하는 경쟁의 효율적인 틀을 제공하는 최소한의 규제여야 하며, 경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제도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고려되어야 하며, 효율성과 안정성 사이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최적의 합리적 규제를 찾아 이해 관계자의 공감대를 이루어 나갈 적에 규제 개혁을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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