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원전강국' 건설을 위해 4000억원대 예산을 투자하는 대형 연구·개발(R&D)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기술개발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했다.
SMR는 기존 원전보다 발전 용량과 크기를 300MW(메가와트)급 이하로 크게 줄인 소형 원자로다.
당초 산업부가 신청한 예산은 5666억원이었으나 이번 예타에서 2184억원 삭감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2020년 당시에는 원전 12개가 다 영구 정지된다는 가정하에 (많은 예산을) 신청했다"며 "(예산 삭감은) 최근 정책 변화로 운전하는 원전이 늘어난 부분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설계수명이란 발전소의 안전과 성능기준을 만족하면서 운전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간으로, 이를 넘어서더라도 당장 안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설계수명을 넘긴 원전을 계속 운영하는 것은 아무리 윤 정부가 원전강국을 강조하더라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정부와 업계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SMR다.
원자력 업계에 따르면 기존 1000~1400MW급 대형원전을 지으려면 5조~10조원의 비용이 들고 건설 기간도 4~5년이 필요하다. 반면 100MW급 SMR를 짓는 데 필요한 비용은 1조원 수준이며 건설 기간도 2년 내외에 불과하다. 이는 모듈이라는 이름에 맞게 공장에서 개별 부품을 생산하고 현장에서 조립하는 형태로 규격화함으로써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시간을 절감할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또한 SMR는 원자로·증기발생기·가압기 같은 핵심 장비가 하나로 통합되어 있어서 장비를 연결하는 배관에서 방사선이 유출될 우려가 있는 대형원전과 달리 사고 위험성이 적다. 이에 원전의 단점으로 지적받는 운영 중 천재지변이나 인재에 따른 사고 위험성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 대형원전은 많은 냉각수 물을 확보하기 위해 해안이나 강가에만 둘 수 있었지만, SMR는 이런 많은 양의 냉각수가 필요 없어 산간 지역 등 다양한 지역에도 설치할 수 있다. 발전량이 적다는 문제가 있지만, 이는 다수의 SMR를 건설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MR 조기 상용화에 성공한 국가가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만큼 미국, 유럽연합,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전 세계 주요 국가가 수조원대 예산을 투입해 차세대 SMR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원자력 업계에선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선 SMR 기술을 가진 국가로 미국을 꼽았다.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 2012년부터 SMR 인허가 기술지원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고, 바이든 정부는 취임 후 SMR 기술 개발에 7년간 32억 달러(약 4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SMR 관련 규제도 모두 풀었다. 프랑스는 SMR를 포함한 원자력 산업에 10억 유로(약 1조33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고, 영국도 SMR 상용화를 위해 3억8500만 파운드(약 6000억원)를 투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