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 칼럼] IPEF 가입, 中 견제 프레임 벗어나야

2022-05-2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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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 겸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인도·태평양 지역 패권을 둘러싸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걸음이 더욱 바빠지고 있다. 한국과 일본 방문의 목적은 중국 견제라는 대전제가 깔려 있고, 그에 따라 미·중 간 신냉전이 더욱 고착화될 것으로 보인다. 유례없이 반도체 등 경제안보가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 어젠다가 되었고, 실행의 주체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가 등장했다. 한국, 호주, 뉴질랜드, 일본, 싱가포르 등 8개국 참여로 출범하게 되는 IPEF는 기존 대통령과는 차별화되는 바이든식 인도·태평양 플랫폼 구축 전략으로 중국 견제라는 복선이 깔려 있다.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 측 인도·태평양 전략의 출발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회귀에[서부터 시작되어 트럼프 대통령을 거쳐 바이든 대통령으로 그대로 투영되었다. 시진핑 주석이 2013년 9월 일대일로 정책을 제안하고 2014년부터 본격화되면서 미국 외교정책의 중심축이 중동 지역에서 아시아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일대일로는 대외적으로는 중국 주도의 신(新)실크로드 전략 구상으로 내륙과 해상의 실크로드경제벨트를 의미한다. 신중국 설립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고대 동서양의 교통로인 현대판 실크로드를 재구축해 중국과 주변 국가의 경제·무역 협력을 확대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2014년 70여 개 참여 국가에서 2021년 기준 140여 개 국가 및 국제기구가 참여하여 내륙 3개, 해상 2개 등 총 5개 노선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점차 그 범위는 확대되는 추세다. 미국의 동맹국들로 구성된 G7 국가 중 이탈리아도 서유럽 국가 중 최초로 참여하며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만약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초거대 시장으로 인구 44억명(세계 인구 중 약 63%)과 GDP 규모 21조 달러(세계 GDP 중 약 24%)를 차지하는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큰 경제회랑이 된다. 과거 중국이 중심이었던 시대를 꿈꾸며 유라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을 새로운 지역 공동협의체로 만들고자 하는 글로벌 패권 구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2019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일대일로에 맞서 미국판 일대일로라고 할 수 있는 ‘푸른점 네트워크(Blue Dot Network)’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일대일로 사업과 같이 일본, 호주 등과 연계하여 공동 인프라 개발을 진행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경제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였다. 그러나 푸른점 네트워크 사업은 2020년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되면서 결국 제대로 시행도 되기 전에 존재감이 사라졌다. 그리고 바이든 대통령이 등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태평양 지역이 미국의 이익에 사활이 걸린 핵심 지역이라는 것을 여러 번 강조한 바 있다. 미국은 중국의 일대일로 견제와 미국 주도의 경제안보 구축을 위한 일거양득의 플랫폼이 필요했다. 또한 중국 주도의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가 2022년 1월 공식 출범하면서 미국은 더 조급해졌다.
 
바이든식 ‘인도·태평양 전략’ 대두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일대일로 영향력 억제와 부상을 막기 위해 새로운 접근방법을 모색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최초 지역전략 보고서라고 할 수 있는 중국 견제의 ‘인도·태평양 전략보고서’를 2022년 2월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그만큼 인도·태평양 지역이 미국 경제안보와 영향력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가늠할 수 있다. 전략보고서는 총 4장의 약 20쪽 분량으로 ‘중국의 경제, 외교, 군사, 기술력 부상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대내적 역량을 강화하고, 대외적으로는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의 공조를 통해 중국의 도전에 맞설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보고서는 통합적 억제력(Integrated Deterrence)의 논리를 바탕으로 한다. 통합적 억제는 바이든 대통령 국방 전략의 핵심 개념으로 억제력을 구축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노력과 함께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까지 통합해 억제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외교안보와 국방 차원에서 사용되었던 통합적 억제력이 인도·태평양 전략보고서에서는 디지털 경제, 무역 첨단 기술, 인터넷 통신, 사이버 보안 등 경제안보의 확장된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결국 중국의 일대일로가 추구하는 지향점과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주도의 규범과 규칙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결국 향후 미국과 동맹국들 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변하며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들에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참할 것을 직간접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트럼프 대통령 시절인 2019년 6월 백악관 전략문서로 완성된 바 있지만 결국 흐지부지 마무리되었다. 또한 트럼프식 전략이 미·중 양국의 일대일 구도로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라면 바이든식 인도·태평양 전략은 동맹과 파트너의 연합을 통해 중국을 전체적으로 봉쇄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동맹국들에 대한 어떤 공격도 억제하고 필요할 경우 격퇴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강력한 어조로 직접 중국을 지명하지 않았지만 그 칼은 중국을 향한 메시지임에 틀림없다. 한국, 일본, 호주, 필리핀, 태국 등 역대 5대 조약 동맹국가(Five regional treaty alliances)와 협력 강화, 아세안 국가, EU 등 다른 국가와 관계 강화를 통해 중국의 일대일로 확장 억제와 영향력에 맞선다는 포석이다. 미국 측 인도·태평양 전략의 범위는 중국 일대일로처럼 동아시아, 남아시아, 태평양 군도를 포함한 오세아니아 국가까지 매우 방대한 지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주도의 IPEF 출범과 한국 참여에 대해 벌써부터 논쟁이 뜨겁다. 한·중 외교장관 화상회의에서 왕이 외교부장은 ’한·중은 디커플링(탈동조화)과 공급망 단절에 반대한다‘며 직접적인 우려를 표명했다.
 
IPEF가 비록 중국 견제라는 투명모자가 씌워져 있지만 아직 협력 방향이 구체화·세부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꼭 그런 시각으로 볼 필요는 없다. IPEF는 참여국 간 무역 촉진, 디지털 경제와 기술표준, 공급망 회복, 탈탄소화와 청정에너지, 인프라 구축, 노동 표준화 등 6가지 주요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만약 특정 국가를 배제하고자 하는 목적이라면 당연히 거부하는 것이 맞다. 적도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 글로벌 외교의 기본인데, 우리 경제의 최대 협력 파트너인 중국을 적으로 만드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IPEF는 좀 더 다른 시각에서 봐야 한다. 경제안보가 미·중 신냉전의 한 축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글로벌 가치와 통상 지위를 놓고는 경제와 안보를 분리해서 봐야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된다. 미국이 IPEF를 만들어 자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것과 중국이 CPTPP 참여 신청을 한 것 모두 자국의 국익을 위한 것이다. 다자 플랫폼인 IPEF가 향후 어떤 형식과 방식으로 구체화될지 아직 모르는 상황에서 선도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주도권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 중국 견제의 프레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산업의 역량 제고와 다자주의 통상채널 확대를 통해 우리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전략적 균형자의 유연성을 가지고 향후 더욱 심화될 미·중 신냉전의 소용돌이에 대비해야 한다.
 
 
 박승찬 필자 주요 이력
△중국 칭화대 경영전략박사 △주중 한국대사관 경제통상전문관 및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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