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너무 예민하고 힘이 들어 부모님께서 걱정을 많이 하셨다. 발레를 시작하니 싹 없어지더라. 예민함이 춤으로 집중되면서 지금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었던 것 같다. 춤은 나를 살린 은인이다. 좌절도 많이 하지만 지금도 춤을 추면 너무 행복하다."
대한민국 대표 발레리나이자 예술감독인 김주원(45)이 10세 때부터 함께 한 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외에도 고마운 것이 많다. 프로 데뷔 25주년 기념공연 ‘레베랑스’를 준비한 이유다.
김주원은 오는 6월 9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25주년 기념공연 ‘레베랑스’로 관객을 만난다. 표를 판지 하루 만에 모두 매진됐다.
이번 공연 제목인 ‘레베랑스’는 프랑스어로 ‘존경’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로, 발레 무용수가 공연이 끝난 뒤 커튼콜에서 관객을 향해 무릎을 굽혀 인사하는 동작을 뜻한다.
김주원은 “모든 레베랑스는 항상 관객의 박수와 함께한다”며 “시간이 흐르다 보니 그 박수가 얼마나 나를 깊이 있고 좋은 예술가로 만드는 원동력이 돼주었는지를 느끼며 정말 감사한 순간이었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객분들뿐만 아니라 제 인생에서 저와 인연이 있었던 모든 분들께 레베랑스를 보내고 싶은 마음에 제목을 레베랑스라고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데뷔 25주년을 기념해 제작되는 공연인 만큼 지금까지 김주원의 작품 세계를 집대성한 작품이 될 예정이다. 관객들이 다시 보고 싶다는 작품 위주로 무대를 구성했다.
‘해적’, ‘지젤’, ‘빈사의 백조’ 등 클래식 발레는 물론, ‘탱고 발레 - 3 Minutes : Su Tiempo’, ‘사군자 – 생의 계절’, ‘Dear Moon’ 등 김주원이 직접 프로듀싱하여 제작한 주요 작품들과 더불어 새로운 창작 안무들을 만나볼 수 있다.
김주원은 “신체적인 나이로 봤을 때 클래식 발레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라며 “하지만 관객분들이 ‘해적’과 ‘지젤’을 보고 싶어하기 때문에 이번에 열심히 운동하며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철저한 자리관리로 유명한 김주원은 1998년부터 15년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로 정상의 자리를 지켰다.
2012년 국립발레단을 나온 그는 예술가 김주원으로서 더욱 다양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2013년 처음 예술감독으로 데뷔한 그는 발레 '마그리트와 아르망', '김주원의 탱고발레-3 Minutes : Su tiempo', '김주원의 사군자 - 생의 계절' 등을 연출하며 프로듀싱 역량을 드러냈다. 이후 뮤지컬 '팬텀', 연극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등 다양한 장르의 무대에 오르며 전방위 예술가로서 활약하고 있다.
김주원은 "국립발레단을 나온 뒤 10년 동안 정말 큰 부상을 입기도 했고 실패와 고민도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이 경험하고 배웠다. 내가 정말 자유로운 사람이란걸 알게 됐다"라며 “2017년엔 디스크 부상으로 춤을 다시 추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지금 다시 춤을 출 수 있게 된 건 기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데뷔 25주년을 맞이한 그의 춤은 계속된다. 지금처럼 자신의 생각을 춤으로 표현하기 위해 한 무대 한 무대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17일 가득 찬 기자회견장에서 감사의 눈물을 흘린 그의 ‘레베랑스’는 이제 시작이다.
김주원은 “나는 아직도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다. 욕심쟁이인 것 같다”라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