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율주행차 집념, 기지국을 우주에 띄웠다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는 지구 저궤도인 550㎞에 227㎏ 무게의 소형 위성을 1만2000기 띄워 전 세계에 인터넷 통신망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아직 2000기 정도만 띄운 상태로 이는 전체 목표량의 약 16% 수준이다. 2027년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향후 4만기까지 쏘아 올릴 계획이다.
스타링크는 사용이 간편하다. 위성의 통신 신호를 받을 수 있는 소형 안테나와 무선 인터넷 셋톱박스만 있으면 어디에서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2020년 10월 시범 서비스에 돌입한 이후 올해 1월까지 14만5000명이 스타링크를 이용하고 있다.
스타링크는 원래 테슬라의 자율주행차에 맞춘 프로젝트로 출발했다.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을 확보하려면 다양한 상황을 스스로 판단하고 그에 맞는 최적의 행동을 도출해야 한다. 이는 24시간 끊기지 않는 통신 체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어느 지역에서는 통신이 매우 불안정하고, 또 어느 지역에서는 보안 위협이 높아진다면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이 크게 위협 받을 수 있다. 기존 통신 기지국 체계에서는 이러한 한계 극복이 쉽지 않기 때문에 우주에다가 통신 기지국을 설치하면서 문제점을 해결했다.
전문가들은 스타링크의 활용 범위가 매우 넓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스페이스X와 계약을 맺고 위성 인터넷으로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을 가능하게 했다. 하와이안항공은 내년부터 스타링크를 통해 빠르고 끊김 없는 기내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존 한정된 엔터테인먼트 서비스가 위성 인터넷으로 한층 다양해질 것이라는 기대다.
올해 초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테슬라의 자체 스마트폰 ‘파이’ 개발 소식 역시 스타링크와 연동성을 갖는다. 파이는 세계 최초로 위성 전송의 통신 방식과 자율주행차에 최적화한 운영체제(OS)를 갖출 전망이다. 스마트폰을 리모컨처럼 사용해 자율주행차를 움직일 것으로 추정돼 그동안 스마트폰 OS 시장을 양분한 애플과 구글의 잠재적 도전자로 떠오를 조짐이다.
스타링크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한 다수 글로벌 기업은 뒤늦게 우주경쟁 참전을 선언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중국 지리자동차그룹의 모회사인 지리홀딩스그룹은 스타링크와 흡사한 저궤도 인공위성을 공개하고 우주로 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당 위성은 초정밀 지도 정보를 자율주행차에 제공하는 등 위치 정밀도 고도화에 쓰일 예정이다.
일본 자동차기업 혼다도 2030년까지 저궤도 위성을 쏘아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자율주행차를 위한 우주 사업 연구개발에 향후 5년 동안 6조엔(약 58조9000억원)이란 거금을 쏟아붓는다. 독일 포르셰는 자국의 로켓 스타트업 ‘이자르 에어로스페이스’에 7500만 달러(약 950억원)를 투자하며 저궤도 위성을 빠른 시일 내 발사하겠다는 야심이다.
다만 세계 각국이 위성 인터넷 경쟁에 너도나도 뛰어든다면 새로운 국제 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앞서 중국의 항공우주당국은 유엔우주사무국(UNOOSA)에 스타링크 위성이 자국 우주정거장과 충돌할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달 5일에는 중국 인민해방군 기관지 해방군보가 “스타링크의 위성 확충은 미래 전장 주도권을 미국 쪽에 가져가게 하는 일”이라며 스타링크의 군사적 활용성을 비난했다. 유럽우주국(ESA)은 스타링크의 위성 인터넷 사업이 독점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며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일련의 흐름은 우주산업이 미래 기술 패권의 새로운 장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우주산업이 이전보다 비약적 성장을 거듭했지만 아직까지 주요국과 비교하면 미흡한 수준이라 정부의 전략적 산업 육성이 시급해지는 대목이다.
앞서 과기정통부와 국방부는 2020년대 중반까지 100㎏ 이하의 초소형 정찰위성 51기를 개발하기로 협의했지만 프로젝트가 지지부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며 경남 사천에 항공우주청을 설립하는 문제도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양상을 보였다.
한국교통원이 발간한 ‘모빌리티 서비스 혁신을 위한 중장기 전략’ 보고서에서는 자율주행차 관련 부처들의 업무를 한데 묶는 컨트롤 타워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전장과 소프트웨어 등 미래 모빌리티 핵심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유기적으로 협업하고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관련 스타트업의 발굴도 병행해야 하는 부분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자율주행차와 UAM 상용화를 단기간에 이뤄내겠다는 포부지만, 실상은 민관의 대승적 협력 틀도 만들지 못한 상태”라며 “장밋빛 전망보다 실상을 명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구체적 계획을 짜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몇몇 기업이 자율주행과 UAM 등의 비전을 적극 제시하고 있지만, 천문학적인 투자액이 필요해 민관의 유기적인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로 한정하면 자율주행차와 UAM 도입을 위한 국내 통신 인프라는 매우 우수한 수준이기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장기적으로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고도화를 위해서 스타링크와 같은 범용성을 가진 플랫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