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모빌리티] 테슬라, 원가절감 '마의 영역' 넘어서다…매출원가율 70.9%

2022-04-2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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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 3월 22일(현지시간) 독일 브란덴부르크에 소재한 테슬라 첫 유럽 공장인 기가 베를린(기가팩토리 베를린) 완공식에서 춤을 추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EPA, 연합뉴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완성차 원가절감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올해 1분기 매출원가율 70.9%라는 신기원을 이뤄내면서 생산공장 ‘기가 팩토리’의 제조혁신을 입증했다. 특히 완성차 경쟁사들마다 테슬라의 제조혁신을 확인했음에도 비슷한 시스템을 적용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분간 테슬라의 원가절감 노하우가 더욱 빛을 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테슬라, 도요타보다 10% 이상 원가절감 우월

테슬라의 올해 1분기 실적은 전 세계 완성차 업계의 이목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순이익은 무려 7배에 육박한다. 시장에서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 공급망 와해로 인한 ‘카플레이션’이 수익성 증가에 일조했지만, 테슬라 기가 팩토리의 생산방식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세부적으로 매출은 187억6000만 달러(약 23조7000억원)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103억9000만 달러보다 81% 증가했다. 순이익은 33억2000만 달러(약 4조2000억원)로 658% 폭증이다.

주력 사업부문인 전기차 부문 매출총이익은 55억4000만 달러, 매출총이익률은 32.6%로 전년 동기 대비 6.4%포인트(p) 증가했다. 매출총이익은 매출액에서 원가를 뺀 금액을 말한다.

더욱이 매출원가율 70.9%는 원가절감에 도가 텄다는 도요타(80.3%)는 물론 현대차(83.6%)보다 10% 이상 낮다. 매출원가율이 낮다는 것은 차량 생산에 드는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익성은 그만큼 올라간다.

1분기 판매량은 31만48대로 전년 동기(18만4800대)보다 67.8% 늘어났다. 이는 같은 기간 현대차(-3.7%), 스텔란티스(-13.6%), 도요타(-14.7%), GM(-20.4%), 혼다(-23.2%) 등 주요 완성차 업체 대부분이 판매 감소를 겪은 것과 대비된다. 판매량은 아직 주요 완성차 업체들과 차이가 있지만, 홀로 판매 증대를 이뤄냈다는 점은 테슬라의 위기 관리 능력을 여실히 입증하고 있다.
 

[자료=한국자동차연구원]

◆ 기가 캐스팅 효과에 너도나도 시도하지만

특히 테슬라의 ‘기가 캐스팅’은 이번 1분기 실적을 견인한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테슬라는 202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에서 ‘기가 프레스’라 불리는 6000톤(t)급 장비를 도입해 기가 캐스팅 공법으로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내년부터 양산에 들어가는 ‘사이버트럭’에는 8000t급 장비를 사용할 예정이다.

기가프레스는 알루미늄을 녹인 액을 틀에 부어 주조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차량 섀시를 장난감 차를 찍어내는 것처럼 통째로 찍어내는 것이다. 완성차 업계는 테슬라의 이러한 생산방식을 코웃음쳤지만, 제조비용 40% 절감에 무게 30% 경량화라는 믿기 힘든 결과를 만들어 냈다. 

테슬라의 성과에 일부 완성차 업체들은 벤치마킹에 나서고 있다. 최근 볼보자동차는 2025년까지 스웨덴 토슬란다 공장에 ‘메가 캐스팅’ 공정을 도입해 공정 효율성을 끌어올릴 계획이라 밝혔다. 메가 캐스팅은 ‘리어 플로어’라는 후방 섀시 부품에 적용할 계획이다. 기존 100개 부품을 하나로 통합해 공정 과정을 간소화할 수 있다. 차체 중량도 15% 가까이 줄여 전기차 주행거리 확장에 일조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폭스바겐도 독일 북부 볼프스부르크에 준공 중인 전기차 공장에 최신 알루미늄 주조 기계를 도입해 양산 과정을 대거 축소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엄밀히 보면 기가 캐스팅은 테슬라의 자체 기술 역량이 아닌 이탈리아 IRDA에서 발주한 장비 덕분에 실현이 가능했다”라며 “사업에 필요한 파트너를 잘 찾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능력이 테슬라의 보이지 않는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IRDA는 반도체 업계로 보면 세계 최대 반도체 노광 장비 업체인 네덜란드 ASML과 마찬가지”라며 “아직까지 기술적 격차가 존재하고 차량의 완전한 재설계 등 복잡한 구조적 문제가 있기 때문에 완성차 업체들이 기가 캐스팅과 같은 방식을 도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진=EPA, 연합뉴스]

◆완성차 업계, 기존 이해관계에 재편 쉽지 않아

한편에서는 테슬라의 기가 캐스팅 방식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기가 프레스로 만들어진 일체형 섀시가 손상되면 부분 교체가 아닌 전체 교환이라는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알루미늄 합금으로 된 특수 주조품이라 부분 수리가 불가능하다. 이로 인한 교체 비용 증가는 소비자 불만을 초래할 수 있다. 테슬라의 고질병으로 지목되는 단차부터 조립 불량이 기가 캐스팅으로 얼마나 보완할 수 있겠냐는 시선도 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같이 단점을 지속 보완해가는 테슬라 고유의 DNA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제조 혁신을 위한 도전이 꾸준하게 이어진다면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는 기대다. 

최근 일론 머스크가 공언한 10년 뒤 연 2000만대 생산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완성차 판매 1위인 도요타가 1000만대를 가까스로 넘긴 상황이기에 2000만대는 말장난으로 들릴 수 있으나, 테슬라는 과거 10년 전 1만대 판매도 버거웠다. 테슬라는 올해 캘리포니아와 상하이 공장에 그치지 않고 베를린 공장을 새롭게 가동한다. 하반기에는 텍사스 공장까지 추가하면서 실질적으로 200만대 이상의 생산체계를 갖췄다는 분석이다. 
 

테슬라 '모델3' [사진=테슬라코리아]

이호중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그동안 완성차 업체들은 프로세스 혁신보다 제품 자체를 어떻게 싸게 만들 것인지 고민해왔다”라며 “과거의 방식을 계속 고집할 수 없다는 사실을 테슬라가 자극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테슬라는 처음부터 프로세스를 새롭게 정립할 수 있는 환경이었지만,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부품 공급 등 복잡한 이해관계에 얽혀 있기 때문에 제조 혁신을 당장 실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테슬라가 보여준 성과와 같이 국내 완성차 업계가 미래차 경쟁력을 한층 높이려면 이제부터라도 정부의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는 주요국과 비교할 때 미래 미래 자동차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한정적이며 구체적이지 못한 점이 많다”면서 “중국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전기차 스타트업이 급성장했고, 미국과 유럽은 민간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에 힘입어 제2의 테슬라를 꿈꾸는 스타트업이 수시로 등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내는 내연기관차 부품업체들이 미래차 전환으로 인한 생존 위협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단순히 자금적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닌, 민간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 등을 제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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