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강조하는 尹 정부에 재계 '화끈한 응답'

2022-05-11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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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文 정부에 위축된 재계 모처럼 활력

“대통령이 되면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기업인을 업고 다니겠다. 일자리를 세금으로 만드나. 기업이 투자하고 싶어야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 아닌가.”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서 지난 3월 6일 부천역에서 이같이 말했다. 재계는 윤 대통령의 당시 발언이 새 정부가 구상하는 일자리 정책과 친기업적인 경제 비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취임식에 이어 당일 외빈만찬까지 국내 주요 그룹 총수와 6개 경제단체장을 일제히 초청했다. 이런 적극적인 스킨십에 재계도 '투자와 일자리 선물'을 착착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주요 대기업은 향후 3년간 제시한 투자 규모를 상향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경제민주화', 문재인 '재벌개혁' 화두로 위축됐던 재계
역대 정부와 달리 윤석열 정부는 '자유시장경제'를 특히 강조하며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는 대선 당시부터 '경제민주화'를 화두로 제시하며 기업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대표적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들의 약탈적 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추진△일감 몰아주기 제재 확대 등을 공약으로 제시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에 기업들은 당시 '투자와 일자리 선물'도 선뜻 내놓지 못했다. 이후 '최순실 사태'를 겪으면서 재계와 청와대의 거리두기는 더욱 심해졌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거쳐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아예 '재벌개혁'을 전면에 내세웠다. 지배구조 개선, 법인세 인상, 공정위 권한 강화 등을 적극 추진하면서 대기업들의 부담감은 한층 커졌다. 자연스럽게 투자 계획도 과감하게 내놓지 못했다.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삼성전자 서초사옥, SK그룹 서린사옥, LG그룹 여의도사옥, 현대자동차그룹 양재사옥. [사진=연합뉴스]

4대 그룹, 향후 3년간 500조원 이상 투자·일자리 예고
박근혜·문재인 정부와는 확연히 다른 친기업 정부가 출범하면서 삼성·SK·현대차·LG 등 국내 4대 그룹은 그 어느 때보다 과감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삼성전자는 향후 3년간 국내 180조원을 비롯해 240조원을 신규 투자하고 4만명을 직접 고용할 계획이다. 지난해 8월 발표한 삼성전자의 이 계획에 따르면 투자의 대부분은 반도체 분야에 집중될 예정이다. 세계 시장 1위인 메모리 반도체의 초격차 기술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현재 2위인 시스템 반도체는 2030년까지 171조원을 투자해 대만 TSMC를 추월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시설투자(7조9000억원) 중에서도 85%(6조7000억원)가 반도체에 집중됐다. 하반기 가동 예정된 평택캠퍼스 반도체 제3생산라인(P3)과 2024년 가동 예정인 미국 테일러시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밖에 삼성전자는 로봇과 인공지능(AI), 6G, 바이오 등 첨단 사업 진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새 정부 출범 직후 대형 인수합병(M&A) 보따리를 풀 것이란 관측이다.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팀]

SK그룹도 반도체와 AI, 배터리를 미래성장동력으로 일찌감치 점찍고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그룹의 성장동력 키워드를 배터리(Battery)·바이오(Bio)·반도체(Chip)의 머리글자를 따 'BBC'로 정의할 정도다. 이미 지난 2017년부터 전체 글로벌 시장 투자금 48조원의 약 80%를 이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오는 2024년까지 2만7000명을 채용하고 120조원을 투자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SK온도 배터리 분야에서 향후 17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4년까지 4만6000명을 채용하고, 오는 2030년까지는 95조5000억원을 투자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187만대를 달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R&D) 투자 39조1000억원 △설비투자(CAPEX) 43조6000억원 △전략투자 12조8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LG그룹도 미래 먹거리인 전장사업의 역량 강화, 전기차 배터리,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을 중심으로 인수합병(M&A), 합작법인 설립, 생산시설 확충에 나서고 있다. 특히 그룹 핵심 계열사인 LG전자의 올해 시설투자 예상액은 4조2965억원으로 전년 투자액 대비 35% 증가했다. 향후 3년간 투자액은 12조원으로 추정된다. LG는 오는 2024년까지 3만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배터리 핵심 계열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향후 13조원을 투자해 미국 GM과 현지공장 투자, 유럽 공장 확대 등에 나선다. 올해에만 배터리 생산능력 확대에 7조원을 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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