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북한의 선제적 핵위협을 억제할 방안 중 하나로 꼽혔던 주한미군 '전술핵 재배치'를 제외했다. 대신 한·미 간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강경 일변도가 아닌 실용적 대북정책을 병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3일 아주경제 취재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오는 21일 열릴 한·미정상회담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한반도 안보 현안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EDSCG의 골자는 미국이 유사시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가용 수단을 동원해 동맹국을 지켜주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본토와 동맹국을 지키기 위해 약 3800개의 전략핵무기와 230여개의 B61(중력폭탄) 전술핵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계획대로 EDSCG 재가동이 실현되면 미국이 보유한 핵무기가 유사시 우리가 사용할 핵무기와 다를 바 없는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북한이 지난달 25일 밤 개최한 열병식에서 공개한 극초음속미사일 ‘화성-8형’과 ‘신형 준중거리 탄도미사일’에 전술핵을 탑재해 한반도에서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상민 한국국방연구원(KIDA) 북한군사연구실장은 “지난 25일 열린 열병식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무기 사용 의지를 강조했고, 북한이 핵무기 공격을 받지 않더라도 분쟁 초기에 선제적으로 전술핵을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전쟁 억제력 차원에서 핵을 보유한다는 기존 주장에서 공세적인 핵 전략으로 선회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류제승 한국국가전략연구원(KRINS) 수석 부원장은 “북한은 오래전에 이미 레드라인을 넘어섰다”며 “북한이 개발 중인 전술핵과 극초음속미사일도 미국이 아닌 한국을 겨냥한 것임을 직시해야만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은 대한민국에 언제 어디에서나 실존적 위협”이라며 “우리 안전을 보장하는 노력을 최우선하고 ‘맞춤형 억제전략’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한·미 협의에 즉시 착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