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력을 언제든지 가동할 수 있게 철저히 준비하라"며 위협 수위를 높였다.
26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저녁 열린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우리 핵무력의 기본 사명은 전쟁을 억제함에 있지만 이 땅에서 우리가 결코 바라지 않는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에까지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돼 있을 수 는 없다"고 말했다.
핵무기를 전쟁 방지용으로 두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 근본이익이 침탈되는 상황으로 판단되면 사용하겠다는 의미다. 여기서 '국가 근본이익 침탈'이 주관적·포괄적으로 해석될 수 있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위원장이 공개 연설에서 직접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한 것도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또 "핵무력을 최대의 급속한 속도로 더욱 강화 발전시키기 위한 조치들을 계속 취해나갈 것"이라며 "어떤 세력이든 군사적 대결을 기도한다면 그들은 소멸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전날 오후 9시께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참석했다고 전했다.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도 동원됐다.
통신은 "지난 3월 24일 주체조선의 절대적 힘, 공화국의 전략적 지위를 온 세상에 과시하며 만리대공으로 치솟아오른 화성포-17형의 어마어마한 모습을 가까이하는 온 광장이 삽시에 환희와 격정의 도가니로 화하였다"고 보도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핵실험과 정상각도의 ICBM 시험 등이 남아 있기 때문에 5월 개최 예정인 한·미 정상회담 전후로 고강도 도발 가능성 농후하다"고 봤다.
다만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친서를 교환하면서 평화애호 세력과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볼 때 윤석열 정부의 대북 기조와 대응에 따라 북한 측 대응 수위도 조절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열병식은 북한에서 김일성이 조선인민혁명군(항일빨치산)을 조직했다고 주장하는 1932년 4월 25일을 기념해 열렸다. 항일빨치산 기념 열병식 개최는 김정은 집권 이후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