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전략자원' 니켈 수출 빗장…전기차 생산 허브 노린다

2022-04-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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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비즈니스 리뷰

'메이드 인 인니' 전기차 배터리로 일자리·부가가치 창출 목표

석탄 통해 탈탄소화 박차…DME로 LPG 대체

인도네시아가 자원 내셔널리즘을 강화해 경제 부흥에 나선다. 전기차에 필수적인 니켈 등 주요 금속 수출에 빗장을 걸고, 채굴부터 가공까지 인도네시아 본토에서 한번에 이뤄지는 '공급망' 구축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메이드 인 인니' 전기차 배터리를 통해 자국 내 일자리도 창출하고 부가가치도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다.
 
'메이드 인 인니' 전기차 배터리로 일자리·부가가치 창출 목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지난 3월 25일 인도네시아 휴양섬 발리에서 전기자동차 충전을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오는 10월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회의 기간 세계 각국 정상들을 위해 전기차를 운행할 방침이다. [사진=AFP·연합뉴스] ]

CNBC,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외신은 인도네시아가 니켈이나 석탄 등 주요 광물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에 나선 배경에 주목했다.
 
인도네시아는 주석, 니켈, 코발트, 보크사이트 등 막대한 천연 광물 매장량과 채굴량을 자랑한다. 무엇보다 전기차 생산에 필수적인 금속이 많다.
 
이렇듯 풍부한 광물을 세계에 대량 수출했지만 금속·광산 분야가 그간 인도네시아 경제에 기여한 부분은 극히 작았다. 비정부기구인 채굴산업투명성운동기구(EITI)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인도네시아 국내총생산(GDP)에서 광물과 석탄 부문 기여도는 5% 수준에 그쳤다.
 
인도네시아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 단순 원자재 수출에서 벗어나 다운스트림 산업 개발에 주력한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다운스트림 산업은 천연자원을 완제품으로 가공한 뒤 판매하는 것을 뜻한다. 예컨대 원유는 정제를 거쳐 석유, 디젤, 플라스틱 등 다양한 상품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우리는 항상 원자재를 수출하고 있으나 다운스트림 산업을 통해 국내에서 가공하고 소비하는 것이 이보다 더 낫다”고 한 발언에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정책 변화가 함축돼 있다.
 
인도네시아는 2020년 1월 니켈 수출을 금지하며, 자국 내 제련소에서 니켈을 직접 제련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무엇보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재료인 니켈을 전기자동차용 리튬배터리와 같은 고급 제품으로 바꾸기를 희망한다. 관련 산업 육성을 통해 동남아시아 전기차 생산 허브로 발돋움할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경제성장도 도모하겠다는 계산이다.
 
위도도 대통령은 2020년 말 "정부는 리튬이온 배터리 혁신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2~3년 안에 리튬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는 향후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며 “정부 수입 확대와 함께 니켈을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에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투자조정청(BKPM)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2100만톤(t)에 달하는 니켈 매장량을 자랑한다. 이는 전 세계 최대 매장량이며, 인도네시아는 자국 내 가공 공장을 건설하는 등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을 수출 조건으로 내세운다. 우리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과 중국 기업인 CATL 등 주요 글로벌 배터리 생산업체들이 인도네시아 정부와 손잡고 배터리 밸류체인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움직임은 이러한 배경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탈탄소화 물결 속에서 전기자동차 생산에 필수적인 금속에 대한 수요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단순 광물 수출 차원에서 다운스트림 산업으로 점프하는 것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석탄 통해 탈탄소화 박차
인도네시아는 니켈 외에 다른 원자재에 대한 수출 금지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위도도 대통령은 2021년 말 “니켈 수출 중단을 통해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내년에는 보크사이트 수출을 중단할 것이고, 다음으로는 금과 주석에 대한 수출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는 올해 1월 석탄 수출 금지를 결정했다. 국내외 비판으로 인해 해당 결정을 되돌리긴 했으나 ‘국내 시장 공급 의무’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국내 시장 공급 의무란 예컨대 석탄 기업이 상품을 해외에 공급할 때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일정량을 국내에 공급토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국제 시장에서 석탄 가격이 급등하더라도 수출량을 급격하게 늘릴 수 없다.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에서 4위 석탄 생산국이며, 열석탄 수출 1위 국가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석탄 생산량은 2020년 기준으로 5억6400만t에 달했다. 이 중 4억500만t을 수출했다. 이는 그해 세계 석탄 수출량 중 31.2%에 달한다.

인도네시아는 석탄에 대해서도 다운스트림을 추진하고 있다. 컨설팅업체 우드맥켄지 애널리스트인 셜리 장은 CNBC와 인터뷰하면서 “(다운스트림 움직임은) 인도네시아 경제성장을 위한 에너지 안보를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열탄은 인도네시아 경제의 핵심 동력"이라며 "GDP 대비 26%에 달할 정도로 기여도가 높은 제조업은 석탄 발전에 의해 가동된다"고 덧붙였다.
 
S&P글로벌은 인도네시아가 석탄 다운스트림화를 통해 LPG 수입 의존도를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인도네시아 국영 석탄 회사인 부킷 아삼과 국영 석유 기업인 페르타미나가 미국 에너지 기업인 에어프로덕츠앤드케미컬스와 협력해 석탄 가스화 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를 통해 LPG와 물성이 비슷하고 디젤과 프로판을 대체할 수 있는 재생연료인 디메틸에테르(DME)를 연간 140만t 생산할 수 있다. 석탄 가스화 공장은 저급 석탄을 600만t 사용하도록 설계돼 있으며 이를 통해 인도네시아 LPG 수입량을 100만t가량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싱가포르 금융그룹 DBS의 애널리스트인 윌리엄 시마디푸트라는 "다운스트림은 인도네시아가 LPG 수입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에너지 수입 감소는 현재 높은 에너지 가격의 추세 속에서 인도네시아 무역수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운스트림 산업으로의 이동은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과 수입 의존도도 줄일 수 있다. 시마디푸트라는 "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탄광 기업들의 재무 실적에서 석탄 가격의 변동 위험성을 줄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가 이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우선 DME는 화석 연료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 시마디푸트라는 "기존 LPG를 DME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중앙정부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며 "앞으로 원활한 이행을 위해 이해 당사자 간 조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아리핀 타스리프 인도네시아 에너지광물자원부 장관은 최근 DME 개발을 유치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 차원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셜리 장은 인도네시아가 탈탄소화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는 관련 기술과 교육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자금 지원과 정책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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