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의 득표수가 유효투표 총수의 15%를 넘기면 정당 또는 후보자가 지출한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받을 수 있다. 10∼15% 득표한 경우에는 절반을 되돌려 받게 된다. 10% 미만이면 우리 세금이 아닌 후보와 당이 부담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막판 윤석열 당선인과 손을 잡은 이유 중 하나는 막대한 선거비용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9일 치른 제20대 대통령 선거비용보전 청구액으로 각각 408억원, 438억원을 신고했다.
지난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국민의힘은 408억6427만원, 민주당은 438억5061만원을 대선비용보전 청구액으로 제출했다.
선거비용보전 제도란 후보자가 지출한 선거비용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해 주는 것을 말한다.
헌법 제116조 제2항은 “선거에 관한 경비는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정당 또는 후보자에게 부담시킬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력이 없어 선거에 입후보하지 못하는 유능한 사람도 선거에 입후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후보자간 선거운동의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하기 위해서다.
공직선거법 제121조 제1항 제1호와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대한민국 인구수에서 950원을 곱한 액수에 제한액 산정비율을 증감하여 산출한 금액까지 대통령 선거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다. 제한액 산정비율이란 통계청장이 고시한 전국 소비자 물가 변동률을 의미한다.
이 법에 따라 이번 20대 대통령 선거비용은 후보자 1인당 최대 513억여원까지 대통령 선거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다.
공직선거법 제122조의2 제1항 제1호에서 후보자의 득표수가 유효 투표 총수의 15% 이상일 경우 선거비용 전액을, 10% 이상 15% 미만일 경우에는 절반만 돌려주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번 대선에서 각각 48.56%, 47.83%를 득표한 국민의 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민주당 이재명 전 대선후보는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다.
반면 심상정 정의당 전 후보(2.37%)를 비롯한 기타 정당, 무소속 후보는 지지율이 10%에 미치지 못해 보전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최종 보전액은 이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공직선거관리규칙 제51조의3 제1항에서 대선보전비용 청구내역 중 누락된 사항이 있다면 회계보고서를 제출할 때 추가로 비용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해 놓아서다.
이 법에 따라 정당 및 후보자들은 오는 18일까지 진행되는 선거비용 관련 회계보고를 할 때 지난달 청구내역 중 누락된 부분을 추가로 청구할 수 있다.
만약 후보자가 선거비용 항목을 허위로 적어 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비용보전 청구서를 제출할 경우 어떤 법적 책임을 지게 될까.
공직선거법 등 선거비용보전과 관련한 법에는 따로 처벌규정을 마련해 놓지 않았다.
그 결과 법원은 허위 선거보전 청구서를 제출한 사람에게 형법을 적용하고 있다.
김복만 당시 울산시 교육감은 지난 2010년 실시된 교육감 선거 때 당시 회계책임자인 사촌 동생과 공모해 선거 인쇄물 및 현수막 납품업자와 짜고 실제 계약금액보다 부풀린 허위 회계보고서를 만들어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해 2620만원을 과다 보전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이 사건을 담당한 당시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김 전 교육감의 행위를 사기죄로 판단한 후 벌금 1000만원을 확정했다.
이에 대해 지난 2012년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비용보전 허위 청구죄’를 도입하자는 법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허위로 선거비용을 청구할 경우 해당 후보자의 당선을 무효화하고 허위 청구 금액의 최고 50배까지 과태료로 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당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이 법안을 흐지부지 끝내 법제화되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