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미국 국방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군의 전투력이 침공 초기와 비교해서 90% 가까이 떨어진 것으로 평가된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침공에 앞서 우크라이나 국경 주변에 15만명 이상의 군대를 집결시켰지만, 사상자가 연일 발생하는 데다가 전투기 등이 격추되며 막대한 손실을 입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쟁이 길어지며 식량과 연료 부족으로 러시아군은 사기 저하 문제마저 겪고 있다. 하물며 피복이 지급되지 않아 러시아군이 동상에 걸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앞서 서방 언론들은 러시아군이 압도적 우위를 보이며 며칠 안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점령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러시아군은 주요 도시 장악에 실패하며 고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가용한 정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서 작전 중인 러시아 점령군의 탄약, 식량 비축량은 사흘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분량 미만"이라고 밝혔다.
전쟁이 지지부진하자, 러시아군이 포위 전술로 전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쟁 연구소(Institute for the Study of War)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군이 초기 작전에 실패하면서 우크라이나 도시에 대한 ‘장기 포격 단계’로 이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상군 진전이 지지부진하자 도시를 포위해 무차별 폭격을 가하는 식의 고사 작전을 구사한다는 설명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군이 과거 체첸 전쟁에서 보였던 잔혹성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지난 1995년 1차 체첸 전쟁 당시 러시아군은 체첸 수도 그로니즈에 하루에 3만 발에 달하는 무차별 포격을 가했다. 이는 20초마다 1발씩 포격한 수준으로, 당시 포격으로 인해 그로니즈 인구 27만여명 가운데 2만7000~5만명에 달하는 민간인이 사망했다.
러시아가 전쟁의 판세를 바꾸기 위해 생화학무기나 핵무기를 꺼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백린탄을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가 보유한 전술 핵무기가 약 2000개에 달한다며, 우크라이나에 이 같은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러시아군 핵무기 운용부대에 경계 태세 강화를 지시한 바 있다.
국제전으로 비화할 우려도 나온다. 이날 CNN은 나토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벨라루스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려는 조치를 밟고 있다고 전했다.
대화를 통한 해결 가능성도 점점 줄고 있다. 개전 후 계속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 대표단의 회담은 아직도 별다른 성과가 없다. 러시아측은 크름반도의 러시아 합병과 돈바스 지역의 친러 공화국 독립을 인정할 것을 우크라이나에 요구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는 이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국 정상회담의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희박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