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수장 교체? 힘받는 유임론...'금정라인'도 주목

2022-03-2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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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이주열 교체에 금융당국 수장 바뀌면 혼선 불가피

인수위선 최상목 전 차관이 경제부총리·금융위원장 하마평

금융당국 수장 배출 엘리트 집단 '금정라인'에 시선 쏠려

고승범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본격 가동되면서 금융권에서 금융당국 수장 거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새 정권이 들어서면 금융당국 수장들이 대부분 교체됐다는 전례가 있어 교체설이 나오고는 있지만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임기가 아직 1년도 지나지 않았고, 코로나19 장기화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내외 금융 환경이 불안정한 상황이라는 특수한 사정 때문에 유임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취임한 지 1년도 안 됐는데···유임론 '솔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교체될 예정인데, 금융당국 수장까지 동시에 바뀌면 경제금융정책 추진에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복잡한 금융 환경 속에서 금융당국 두 수장을 한꺼번에 교체하면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정권 초기 대폭적인 물갈이가 부담스럽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있다. 

고 위원장과 정 원장의 정치색이 비교적 강하지 않다는 점도 유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실제 금융위와 금감원 내부에서도 고 위원장과 정 원장의 유임을 강하게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위가 인수위에 권대영 금융정책국장과 이동훈 전 금융정책과장을 파견한 것을 두고도 유임론에 힘이 실린다. 문재인 정부에서 가계부채 관리와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지원 등 주요 현안과 관련해 핵심 역할을 맡은 두 사람이 인수위에 들어간 것을 두고 금융 분야에 급격한 정책 변경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부처·금융당국 차기 수장들에 대한 하마평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선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를 맡은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차관(농협대 총장)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금융위원장 후보로 보고 주목하고 있다. 최 전 차관은 코로나19 소상공인 지원,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 연금 개혁 등 윤석열 당선인이 내세운 경제 공약들을 정부 부처들과 협의하는 중책을 맡고 있기도 하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기재부 1차관, 국무조정실장 등을 역임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도 유력 후보로 입에 오르내린다. 경제1분과 인수위원으로 임명된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 이름도 경제부처와 금융당국 수장 후보로 거론된다. 이들은 윤석열 캠프 정책총괄본부에서 활약한 전문가들로, 최 전 차관과 함께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틀을 마련하는 작업을 맡고 있다. 

이 밖에도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전 금융위 상임위원)이 거론된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이 지난 18일 제1차 대통령직인수위 전체회의가 끝난 뒤 경제1분과 최상목 간사, 신용현 대변인, 김소영 위원, 신성환 위원과 함께 인수위원장실에서 첫 오찬 겸 업무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 수장 배출 엘리트 집단 ‘금정라인’에 주목
새 정부의 경제·금융 수장 교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금융당국 내 엘리트로 손꼽히는 ‘금정(금융정책)라인’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금정라인 출신들이 경제부총리, 금융당국 수장에 오르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금정라인은 과거 재무부와 재정경제원,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현재 금융위 금융정책국 출신 관료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재정경제부의 금융정책기능과 금융감독위원회의 감독정책기능을 통합한 금융위를 출범시키면서 금융정책국은 금융위에 속하게 됐다.

금융정책국은 국내 금융정책과 금융제도를 기획하고 총괄한다. 대표적 업무는 △가계부채 관리 △금융감독·검사·제재 업무 기획·총괄 △금융지주 인가·감독 △금융회사 경영지배구조 기획·총괄 등이다. 금융 관련 법령 제·개정권을 갖는 막강한 권한 때문에 금융위 내부에서도 선임 부서 역할을 담당한다.

금융 부문에서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금융정책국장, 금융정책과장이 가장 먼저 호출될 정도다. 재정경제부 시절에는 금융 관련 산하기관장 인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가계부채 관리,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 상환 유예 대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윤 당선인이 주요 공약으로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보상과 가계대출 규제 완화 등을 언급해 이번 정부에서도 금융정책국 역할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소액 채무 원금 감면 폭을 현재 70%에서 90%까지 확대하고, 자영업자 부실 채무를 일괄적으로 매입해 관리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오는 25일 대통령직인수위에 대한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이와 관련된 현안을 보고할 예정이다. 
 
그래서 금융정책국장이나 금융정책과장은 금융위원장 못지않게 관심을 받는다. 금융정책국을 거쳐간 공직자들은 대체로 기획재정부와 금융당국 수장에 오르는 ‘엘리트 코스’를 밟기 때문이다. 현 고승범 금융위원장(행시 28회)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행시 28회),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행시 34회), 이세훈 금융위 사무처장 모두 금융정책국장을 역임했다.
 
최상목 전 차관은 재정경제부 시절 금융정책과장을 맡았고, 추경호 의원도 과거에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을 거친 후 기재부 1차관에 올랐다. 이 밖에도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김석동·신제윤·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 등도 모두 금정라인 출신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인수위에 여러 인사를 후보로 보냈는데 금융정책국 출신들이 선택을 받았다”며 “금융정책국은 윤 당선인의 공약과 연관된 업무를 하는 부서이기도 하지만 금융위 내에서 유력한 선임 부서라서 인수위에 파견을 가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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