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부터 시작된 서울패션위크로 광화문 거리는 스트릿 패션의 성지로 변했다. 이곳에는 모델들의 스트릿 패션을 찍기 위해 수십명의 포토그래퍼들이 광화문에 모였다. 거리에는 대부분 인근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들이었지만 패션쇼를 마치고 나온 모델들이 포즈를 취하자 곳곳에 포진해 있던 사진작가들이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21일 진행한 디자이너 ‘비먼(vimun)’ 패션쇼를 보기 위해 찾은 한 컬렉션 광화문빌딩점은 예년처럼 북적이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패션쇼 준비로 고조된 느낌이었다. 중화권 바이어들을 위해 왕홍들이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고, 곳곳에 패션업계 종사자들이 분주하게 패션쇼를 준비하고 있었다.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바이어와 패션업계 관계자 등 소규모로 진행된 패션쇼는 60석 남짓의 자리가 마련돼 있었다. 규모는 작아졌지만 열기는 여전했다. 백스테이지에서는 쇼를 준비하는 모델과 스텝, 디자이너들의 환호가 이어졌고, 조명이 바뀌고 음악이 공간을 가득 메운 다음 한 모델의 워킹으로 패션쇼가 시작됐다.
쇼가 끝난 뒤 관객들은 한 컬렉션에 남아 쇼핑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이곳에는 이번 시즌 서울패션위크 런웨이에서 선보인 의상 등을 직접 입어보고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는 ‘현장 기획전’이 열렸다. 그간 바이어 중심으로 B2B(기업 간 거래)만 진행했지만, 올해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가 이뤄지게 된 셈이다.
이날 현장에 찾은 한 관객은 “3년 만에 온라인 패션쇼가 아닌 생생한 현장에서 패션쇼를 관람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면서 “패션쇼 규모는 많이 축소됐지만, 프론트 라인에서 관람할 수 있어서 좋았고, 패션쇼를 관람하고 쇼에 나온 의상을 바로 구매할 수 있어 관객을 배려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올해 2022 F/W 서울패션위크는 여전히 남아있는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로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진행됐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매 시즌 40명 내외의 디자이너가 100% 사전제작 온라인 송출로 패션쇼를 진행한 바 있다.
이번 시즌 서울패션위크에 참여한 35인 디자이너의 패션쇼는 12개 브랜드는 라이브로, 23개 브랜드는 사전제작해 선보였다. 모든 패션쇼는 유튜브, 네이버TV, 틱톡을 통해 전 세계 동시 송출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패션산업 전반이 위축됐음에도 서울패션위크 이름으로 패션의 본고장인 ‘파리패션위크’에 진출하게 됐다. 서울패션위크가 세계 4대 패션위크인 파리패션위크 ‘트라노이’ 트레이드쇼에 서울패션위크 전용관을 열었고, 트라노이쇼에는 9개의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가 참석했다. 또 지난 6일 진행한 파리패션위크 패션쇼에 잉크, 라이, 분더캄머, 두칸 등 4개의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가 진출하기도 했다.
서울패션위크 관계자는 “팬데믹으로 패션업계가 침체된 상황 속에서 오프라인 패션쇼의 현장감을 느끼고 싶은 바이어와 프레스가 늘어나고 있음에 따라 오프라인 패션쇼를 진행하게 됐다”면서 “방역 지침으로 인해 좌석이 축소됨은 물론, 인원 제한이 있는 상황이라 이전처럼 축제의 장 같은 활기찬 분위기는 아니지만 현장감을 생동감있게 전달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 패션업계의 붐을 다시 한번 일으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