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비율이 역대 최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만기연장·이자상환유예 등 코로나 금융지원 조치 영향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코로나 금융지원이 종료될 경우에 대한 후폭풍 우려 역시 여전해 감독당국은 은행권을 상대로 충분한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1년 말 국내은행 부실채권 비율은 0.5%로 전분기 말(0.51%)보다 0.01%포인트 하락해 또다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이란 3개월 이상 연체돼 떼일 위험이 있는 대출금을 의미한다. 부실채권비율은 2020년 1분기 말(0.78%) 이후 6분기 연속 하락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국내 은행이 보유한 부실채권 규모는 11조8000억원으로 전분기(11조9000억원) 대비 1000억원 가량 감소했다. 이가운데 기업여신이 10조2000억원, 가계여신이 1조4000억원이 전분기와 비슷하거나 소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신규발생한 부실채권은 10조8000억원으로 1년 전(12조5000억원)과 비교해 13.9%(1조7000억원) 줄었다. 이 중 기업여신 신규부실 규모가 8조3000억원으로 1조원 가량 감소했고 가계여신 신규부실은 2조1000억원대로 전년 대비 무려 25.3%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매각, 여신정상화, 담보처분을 통한 여신회수 등 부실채권정리 규모는 12조9000억원으로 전년(13조9000억원) 대비 7.6%(1조1000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가계여신의 부실채권비율은 0.16% 수준으로 1년 전과 비교해 소폭(0.05%포인트) 개선됐다. 가계여신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부실채권비율의 경우 전년 대비 0.04%포인트 개선된 0.11%를 나타냈다. 마이너스통장 등 기타신용대출의 경우 0.26%로 1년 전보다 0.07%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카드채권 부실채권비율은 0.77%로 전년도보다 0.2%포인트 개선됐다.
은행 별로는 시중은행이 0.23%, 지방은행이 0.44%, 인터넷은행이 0.29%의 부실채권비율을 나타냈다. 우선 시중은행가운데서는 외국계인 씨티은행(0.47%)의 부실채권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신한(0.27%) △하나(0.26%) △국민(0.20%)·우리(0.20%) △SC(0.19%) 순으로 집계됐다. 이들 은행은 모두 전분기와 비교해 0.01~0.05%포인트 가량 부실채권비율이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방은행 역시 △전북 △대구 △부산 △광주 △제주 등 대부분 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이 전분기과 동일하거나 감소한 가운데 유일하게 경남은행의 부실채권비율(0.46→0.61%)이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은행은 케이뱅크(0.49→0.54%)와 카카오뱅크(0.21→0.22%)로 전분기보다 소폭 상승했다. 특수은행 중에서는 수출입은행이 1.72%로 전분기(1.55%) 대비 크게 증가했다.
은행권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작년 말 기준 165.9%(잠정)로 전분기말(156.7%) 대비 상승했다.
금감원은 작년말 기준 은행의 자산건전성 관련 지표가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다면서도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은행의 손실흡수능력에 대해 안심할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특히 코로나 장기화 속 대출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등 각종 금융지원 조치가 연장된 상황에서 추후 금융정상화가 이뤄졌을 때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황준하 금감원 은행감독국 팀장은 "은행이 전례없는 팬데믹 상황에서 잠재되어 있는 신용위험을 충실히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충분한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도록 지도해나갈 방침"이라며 "은행이 대손충당금 산출시 적용하는 미래전망정보 등에 팬데믹 상황, 대내외 금융ㆍ경제 여건 등을 충분히 반영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