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작은 노력이 큰 사고 막는다

[사진=이희근 안전보건1부장]

오늘 아침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깜짝 놀란 일이 있었다. 신호등이 초록불로 점멸되어 사람들이 막 횡단보도를 건너가고 있는데 갑자기 신호를 무시한 배달 오토바이 한 대가 행인들을 가로질러 휙 지나가는 것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여러 명이 깜짝 놀라 황급하게 달려가는 오토바이를 바라보았던 기억이 난다.
 
횡단보도가 초록불로 바뀌면 모든 차량들은 행인들이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도록 당연히 정지선 앞에 정지하여 기다려야 하며, 배달 오토바이도 당연히 해당되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러한 작은 교통법규는 위반해도 누구도 제재하지 않고 크게 위험하지 않다는 생각들이 모두의 가슴에 소리 소문 없이 자리 잡아서인지 사소한 규칙이나 약속은 지키지 않는 것이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생각들이 쌓여서 결국에는 배달 오토바이 사고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사고 예방에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작지만 기본적인 교통법규를 반드시 지키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위반한 사람에 대한 처벌과 벌금을 매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동차 안전벨트 매기, 좌·우회전시 깜박이 켜기, 횡단보도 정지선 준수 등 작지만 기본적인 교통법규 준수를 위한 캠페인을 펼치거나, 요즘처럼 어디든지 설치된 각종 CCTV를 통해 위반현장 적발 및 문자를 통한 알림 서비스 운영 등을 통해 항상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이 처벌위주 행정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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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직장, 사회 모든 부분에서 안전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키는 것 또한 중요하리라 생각한다. 가정에서는 기본적인 안전에 관한 밥상머리 교육을 시키고, 직장에서는 나 자신과 동료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를 당당하게 요구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사회적으로는 모두의 안전에 대해 같이 공감하며 지켜주고 배려할 수 있도록 한 목소리를 내는 공동체 의식의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우리 근로자들이 작업하는 현장에는 어떨까?

고용노동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12차례 '현장점검의 날'을 통해 일제점검한 사업장 100개 중 63개소에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근로자 100명 중 26명이 개인보호구를 착용하지 않고있어 여전히 기본적인 작업안전수칙들이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실이 생산현장과 건설현장에서도 일상화되다 보니 아직도 많은 사고들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반문해 보게 된다.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관련하여 경영자들은 법의 규정이 모호하고, 안전보건 확보를 위한 요건이 너무 많아 그 모든 것을 현실적으로 다 충족할 수 없다.

이는 단순히 경영자에게 사고의 책임만 물으면 되는 손쉬운 해결책이라고 말하고 있고, 근로자들은 사업주가 안전한 작업장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을 지시하므로 결국 근로자는 항상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기에 해당법의 확대 적용과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둘의 입장은 모두 자기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것이다.

이 법을 집행하는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법은 처벌을 위한 것이 아닌 예방을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사고라는 것이 하나의 단순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닌 복잡다단한 원인들로 인해 발생하므로 그러한 복잡다단한 원인들을 해소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들을 안전보건 확보라는 의무 속에 담아 사고를 예방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람간의 갈등도 한순간의 실수로 그 사람이 싫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작은 실수, 마음 상함 등이 쌓이다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발생한 하나의 원인으로 해서 큰 갈등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현장에서의 사고라는 것도 한 순간의 잘못으로 급작스럽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경영진과 관리자의 사고에 대한 인식, 작업장의 불안전한 상태, 근로자들의 불안전한 작업방법 등 다양한 원인들이 쌓이고 쌓이다가 더 이상 쌓일 수 없는 순간에 발생하는 것이 사고다. 그냥 당연히 일어날 사고가 일어난 것은 단 한 건도 없다는 것이다.
 
사람간의 갈등도 그동안 조금이라도 사이가 소원해진 것을 느끼고 오해를 풀고자 조금이라도 노력하였다면 갈등이 파국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듯이 현장에서도 이러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경영자의 안전보건에 대한 경영방침, 안전보건을 관리하기 위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이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지원, 그리고 이러한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하고 개선하는 등 작지만 기본적인 노력들이 충분히 이루어진다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안전보건에 관한 작지만 기본적인 안전수칙, 그리고 이를 지키고자 하는 모두의 노력들이 사망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