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조원 규모 재정 자금을 확보해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살리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이 시험대에 선다. 윤 당선인은 취임 직후부터 속도감 있게 공약을 실천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여소야대 국회와 협치, 재원 마련 등 문제로 속도전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새 정부 출범 후 100일 내에 50조원을 투입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방역지원금과 관련해서는 기존 정부안과 별개로 600만원을 추가해 최대 100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공약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공약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른 소상공인 피해가 큰 만큼 보다 신속하고 제대로 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지급 방안 등 세부적인 계획이 아직 미흡하고,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정은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손실보상금과 방역지원금 규모를 확대하는 방향은 맞다고 본다”면서도 “세부설계에 대한 내용은 드러나 있지 않다. 업종이나 피해 규모에 따라 어느 정도 보상이 이뤄져야 하는지 손실보상 산식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비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2년 동안 방역 조치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은 기존 손실보상금이 턱없이 부족하고 느낀다”며 “충분한 보상 기준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윤 당선인 공약이 이행되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 교수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핵심”이라며 “추가경정예산(추경) 추가 편성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데 편성 작업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약 이행을 위한 관건은 결국 재원 확보다. 앞서 정부는 올해 초 소상공인 320만명에게 방역지원금 300만원을 지급하는 데 예산 9조6000억원을 투입했다. 윤 당선인이 공언한 대로 600만원을 추가로 지급하려면 방역지원금 예산으로만 19조2000억원이 더 필요하다.
당초 윤 당선인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문재인 정부가 편성한 한국판 뉴딜, 직접 일자리 등 예산을 줄이는 지출 구조조정 방식을 구상했다. 하지만 복지 예산 등 의무 지출을 줄이기는 쉽지 않고, 이런 예산을 삭감해도 재원을 온전히 마련하기 어려워 윤 당선인이 비판해온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당선인이 약속한 대로 취임과 동시에 손실보상에 나서기에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는 5월 10일 이후 추경을 집행하려면 늦어도 다음 달 초에는 국회와 추경안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인수위원회에는 추경 편성 권한이 없는 만큼 현 정부가 추경 예산안과 재원 마련 방안 등을 짜야 한다. 이를 위해 윤 당선인은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협조를 구할 계획이었으나 회동이 무산됐다.
재정당국과 마찰을 빚을 것으로도 예상된다. 이미 동해안 산불 피해 대책 지원,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대책 마련 등이 2차 추경에 반영될 가능성이 커서 기획재정부는 재정건전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만일 현 정부 협조를 얻어 2차 추경안을 마련하더라도 국회 여소야대라는 벽을 넘어야 한다. 다만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민주당도 소상공인 지원 대책에 미온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