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상황에 빠르게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한국 또한 예외는 아닙니다. 현재는 이에 대한 대응이 너무 느립니다."
세계적 석학이자 <자본주의의 미래> 저자인 폴 콜리어 옥스퍼드대 브라바트니크 행정대학원 공공정책학 교수는 16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2022 아시아·태평양 금융포럼(APFF 2022)'에서 '장점 강화하기: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한국은 어떤 형태의 자본주의를 선택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한 기조강연을 통해 "지금은 당장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극단적 불확실성' 시대"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많은 국가들이 △잘못된 관념 △잘못된 정치적 이익 △소규모 경제 생산 등 세 가지 함정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콜리어 교수는 "국가가 탈출해야 하는 함정은 사회 전체에 만연한 잘못된 관념과 사회 유력 인사들이 개인의 이익 추구에 급급해 서민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잘못된 정치적 이익에 있다"고 언급했다. '소규모 경제 생산'에 대해서도 "작은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며 비판적 시각을 제시했다.
콜리어 교수는 최빈곤국이 함정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대안으로 '생산성의 기적'과 정부 차원에서 '공공 차관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위험 담보 금융으로 기업이 클러스터를 개척할 수 있도록 하고 가치 사슬에 편입될 수 있는 큰 기업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한국과 같은 이머징마켓(emerging market·자본시장에서 급성장 중인 신흥시장) 역시 극단적 불확실성 속 위험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간 승승장구했던 민주주의는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는 꼭 그렇지 않을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전 세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를 극단적 불확실성이 생길 때마다 되풀이되는 것이 바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라고 말했다.
콜리어 교수는 이 같은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인해 뉴욕과 런던 등 상대적으로 더 안전한 자본시장이 선호돼 이머징 국가 경제가 위험하다고 봤다. 그는 다만 "패닉이 오랫동안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이머징마켓 경제는 다시 회복세로 접어들어 2050년이면 이머징마켓 평균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거의 차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는 결국 최빈곤국과 나머지 국가 간 냉혹한 격차만이 남는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 격차를 방치할수록 좁히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동아시아 개발금융기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동아시아 기업들이 최빈곤국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