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에게 특별사면의 공이 다시 넘어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문 대통령과 오찬 회동을 하면서 이명박(MB) 전 대통령 사면을 공식 요청하기로 하면서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직접 대면은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시절인 2020년 6월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윤 당선인 측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15일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브리핑하면서 “윤 당선인은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요청하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견지해왔다”고 말했다.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역대 정부에서 매번 논란의 중심이 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4일 ‘2022년 신년 특별사면’ 대상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전격 포함시켰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은 12월 31일 0시부터 공식적으로 자유의 몸이 됐다.
문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보수·진보 진영 간 극단적인 대립을 확인한 만큼 국민 통합 차원에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결단을 내려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이런 측면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 내에서도 결국 문 대통령이 사면 건의를 수용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권 일각에선 김경수 전 경남지사 사면 건과 맞물려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만약 이 전 대통령 사면이 결정된다면 문 대통령 임기 종료 전날인 부처님오신날(5월 8일)에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서울 통의동 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이 전 대통령 사면을) 건의하는 것이고 수용하는 것은 문 대통령께서 하시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께서 부담을 가지고 하시라는 것이다. 사면권은 대통령이 보유한 권한”이라고 강조했다.
전례도 있다. 제15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김대중 당시 당선인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사면을 김영삼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김 대통령은 김 당선인과 청와대에서 오찬하는 자리에서 사면 요청을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