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2022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총상금 2000만 달러·약 247억원) 17번 홀(파3).
비어 있는 티잉 그라운드에 골드 맨이 올랐다. 혼합 현실(MR)로다. 그리고는 호쾌하게 티샷을 날린다. 그린에서는 2001년 우즈의 영상이 나온다. 긴 거리 버디 퍼트. 골드 맨은 똑같은 퍼트와 세리모니로 우즈를 따라 한다.
우즈는 이 버디를 기반으로 우승했다. 그 유명한 "Better than most"다.
선수들은 하루에 두 라운드씩을 소화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3라운드 잔여 경기에 이어 최종 4라운드를 쑤셔 넣었다.
아니르반 라히리(인도)가 3라운드 결과 선두였다. 첫 번째 인도인 우승자 탄생이 목전에 놓이자, 인도는 "이제 한 라운드가 남았다"면서 대회가 끝나기도 전에 축제 분위기를 풍겼다.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캐머런 스미스(호주)가 등장했기 떄문이다. 스미스는 17번 홀 골드 맨이 되고자 하는 의지를 표출했다.
깃대의 위치는 살벌했다. 35야드(32m) 깊이 중 17야드(15m). 우측에서 4야드(3m) 위치다. 그린 오른쪽 해저드와 가장 가까운 곳에 깃대가 꽂혔다.
스미스는 티잉 그라운드에서 아이언을 쥐고 자신 있게 스윙했다. 샷 트래커 상으로는 해저드에 빠질 것 같았다. 갤러리는 환호했고, 스미스는 미소를 띠었다. 4피트(1.2m) 거리에 공이 안착했기 때문이다.
그는 쉬운 퍼트와 함께 라히리를 제치고 선두로 나섰다. 18번 홀(파4)에서는 보기를 범했다. 이날 버디 10개, 보기 4개를 엮어 6언더파 66타를 기록했다. 최종 합계 13언더파 275타다.
그는 숨죽여 라히리의 남은 경기를 기다렸다. 18번 홀 라히리가 파를 기록했다. 12언더파. 첫 인도인 우승은 한 타가 모자랐다.
스미스가 골드 맨을 품에 안았다. 다음(2022~2023) 시즌에는 골드 맨이 스미스의 17번 홀 플레이를 따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시즌 두 번째 우승으로 마쓰야마 히데키(일본), 스콧 셰플러(미국)에 이어 3번째 다승자로 기록됐다. 투어 통산으로는 5승째다.
우승 상금으로는 360만 달러(약 44억7000만원)를 받았다. 페덱스컵 포인트는 600점을 획득했다.
우승 직후 스미스는 "17번 홀 버디는 운이 좋았다. 우승의 원동력은 퍼트였다. 버디와 파 세이브에서 도움을 받았다. 퍼트가 잘 들어가서 기분이 좋다"며 "가족들이 2년 만에 대회장에 와 있다. 함께할 수 있어서 기쁘다. 정말 긴 한 주였는데 믿을 수 없다. 잘 이겨냈고, 우승까지 왔다"고 말했다.
스미스는 스티브 엘킹턴(1991·1997년), 그렉 노먼(1994년), 애덤 스콧(2004년), 제이슨 데이(2016년)에 이어 5번째 호주인 우승자로 기록됐다.
이날 러셀 헨리(미국)는 천국을, 욘 람(스페인)은 지옥을 경험했다. 헨리는 11번 홀(파5)에서 앨버트로스를 기록했다. 240야드(219m) 거리의 두 번째 샷을 홀에 넣으며 단박에 3타를 줄였다. 대회 역사상 11번 홀에서 나온 3번째 앨버트로스다.
헨리는 이 앨버트로스로 최종 합계 8언더파 280타 공동 6위로 대회를 마쳤다.
람은 4번 홀(파4)에서 퀸튜플 보기를 기록했다. 한 번에 무려 5타를 잃었다. 그 여파로 29계단 추락해 공동 55위(2오버파 290타)에 위치했다. 공동 55위에는 커트라인을 통과한 임성재(24)와 이경훈(31)이 자리했다.
더스틴 존슨(미국)은 최종 4라운드에서 9언더파 63타를 기록했다. 18홀 최저타 동률이다. 종전 기록자는 브룩스 켑카(미국)로 2018년 최종 4라운드에서 9타를 줄였다. 최종 순위는 공동 9위(7언더파 281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