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1호 부동산 정책은 안전진단 면제?…분당·목동‧상계 수혜 받나

2022-03-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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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분당구 일대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정비업계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부동산 공약 중 가장 먼저 실현할 공약으로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꼽고 있다. 이는 특별법 형태의 정부입법으로도 가능하기에, 국회의 입법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해당 공약은 30년 이상 된 아파트에 정밀안전진단을 면제하는 한편, 기존 평가기준 역시 50%를 차지하는 구조안전성의 비중을 30%로 낮추고 주거환경 비중을 15%에서 30%로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30%의 구조안전성 가중치는 과거 이명박 정부(40%)와 박근혜 정부(20%)의 중간치다. 이 경우 건축연한 30년이 지난 단지는 안전진단을 통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노후 단지가 밀집한 경기도 1기 신도시(성남 분당·고양 일산·안양 평촌·군포 산본·부천 중동, 입주순)와 서울 목동, 상계동 등이 주요 수혜지로 지목되는 가운데, 이 중에서도 가장 큰 기대감을 나타낸 곳은 성남시 분당구였다. 1991년 1기 신도시 중 가장 먼저 입주한 분당은 지난해 9월로 건축연한 30년을 채웠다. 그간 한솔마을 5단지·무지개마을 4단지·느티마을 3·4단지 등이 리모델링 사업의 시작을 끊었지만, 아직 재건축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최우식 분당재건축연합회 총괄본부장은 "대선 후 상당히 고무돼 있는 상황"이라면서 "안전진단 면제 또는 요건 완화가 분당 지역에서 재건축조합 설립까지 이르는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 본부장은 이어 "올해 안에 (성남시로부터) 정비예정구역까지 지정받는다면, 전체 10만 가구 아파트 중 1만5000가구 정도가 바로 2025년과 2027년에는 각각 조합설립과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이주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분당 주민과 국민의힘 중앙당 사이에서 의견을 조율해왔던 김민수 국민의힘 성남분당을 당협위원장 역시 "분당 재건축에 대해 주거환경개선의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성남시의 재건축기본계획 수립이 빠르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면서 "안전진단 규제 완화 방향의 정책이 나올 것으로 예측하면서 지역과의 협의를 (중앙당에)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교적 입주시기가 늦은 일산의 경우 현실 가능성에 기반한 계획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산 최대 재건축 온라인 커뮤니티인 '일산나침반' 운영자는 "부동산 경기와 재건축 가능성 측면에선 좋아졌지만, 현실화까진 간극이 있는 상황"이라면서 "대형단지 중심으론 재건축, 일부 소규모는 리모델링을 먼저 추진해 사업성을 개선한 후 재건축 대상 단지를 확대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당연히 현재 2차 정밀안전진단을 통과 못한 초기 재건축 단지들이 직접 수혜 대상이 되겠지만, 향후 정치권이 협의해 안전진단 제도를 더욱 손본다면 전체 재건축 단지도 사업 속도가 확실히 날 것"이라면서도 "다만 신도시 정비를 통한 수도권 10만호 주택 공급 공약이 모두 재건축을 통해서 실현할 것이란 보장은 없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이어 "현재까지 1기 신도시에선 재건축 사업 모델이 나오지 않은 데다 리모델링 검토 비중이 더 높았기에 향후 리모델링과 재건축 사이에서의 사업 방식 고민이 늘어날 것"이라면서 "실리가 있는 곳은 재건축 전환을 시도하겠지만, 정부의 제도 정비와 입법과정이 선행해야 하기에 (이 과정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 소재한 목동5단지 아파트. [사진=신동근 기자, sdk6425@ajunews.com]

서울의 목동이나 상계동의 경우, 이미 안전진단 준비가 상당 부분 진행된 만큼 공약 현실화 시점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목동 내 한 단지의 재건축준비위원장은 "이미 (안전진단) 준비가 돼 있는 만큼 정부 방침에 따라 목동 전체 14개 단지가 결성한 '목동아파트재건축준비위원회연합회' 차원에서 의견을 모아 전달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앞서 목동9단지의 2차 안전진단 신청을 주도했던 김연진 재준위 부위원장의 경우 "안전진단이 재건축 자체를 막기 위한 하나의 '걸림돌' 장치처럼 설계된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던 상황이 여럿 있었기에 이번 공약을 환영할 수밖에 없다"면서 과거 경험을 반추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어 "이번 공약을 계기로 목동9단지 역시 2차 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 재도전이 활성화할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공약이 책임 없는 말로만 남지 않도록 (새 정부가) 차근차근 구체적인 단계를 밟아가기를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목동 신시가지 14개 단지 중 2차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는 6단지가 유일하다. 지난해 초 9단지와 11단지는 2차 정밀안전진단에서 최종 탈락했다. 2020년 7월 2차 안전진단을 시작한 13단지 역시 아직 결과를 못 받았다. 5단지는 2년 가까이 2차 안전진단을 진행 중이며, 7단지와 1·2·3·4·10·14단지는 각각 지난해 1월과 3월 2차 안전진단 절차를 신청했다. 

노원구 상계지구에선 이미 재건축을 마친 상계주공1단지를 제외한 9개 단지가 재건축을 진행 중이다. 이 중 5단지만 정비구역 지정으로 재건축을 확정했을 뿐이다.

안전진단 표본세대 모집을 거의 마무리한 상계주공3단지의 경우 '올해는 어떤 방법으로든 안전진단을 통과하겠구나' 하는 긍정적인 주민 반응이 이어진다는 후문이다. 이 단지 재건축준비위원회 관계자는 "다만 완전 면제는 법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며 준비하는 중"이라면서 "새정부 내각이 꾸려진 후 빠른 시일 안에 추진된다면 바로 신청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6월 지방선거가 끝나고 신청 시기를 살펴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해당 단지는 지난해 8월 2022년 대선 이후까지 정밀안전진단 신청을 연기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대선이 끝났지만, 정권 이양까진 몇 개월이 남아 있는 만큼 올 상반기까진 (재건축) 시장에서의 극적 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2040 서울플랜 발표에 이어 윤석열 후보의 당선으로 재건축 단지 전반의 기대감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재건축 인허가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면, 기존에 리모델링을 추진해온 단지들도 재건축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리모델링과 달리 재건축에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이 적용되기에, 향후에는 추가 분담금 부담 수준과 재건축 사업성 사이의 계산 결과가 재건축 사업 추진의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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