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승리 윤곽이 뚜렷해지자, 지난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상황실에 들렀다. 당선 소감 일성이 흘러나왔다. 국민에 대한 감사와 함께 국민 통합을 강조했다. 이번 대선은 역대급 비호감과 네거티브가 선거를 지배했다. 오죽했으면 당선자와 낙선자 모두 국민 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상대 후보보다 더 표를 많이 받은 지역을 지도로 보면 마치 지역 감정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결과로 보인다. 호남은 이재명 후보가 압승을 거두었고 영남은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 모두 윤석열 당선인이 더 표를 많은 얻는 결과로 나타났다. 1992년 이후 다른 양강 구도의 대선과 비슷한 모습이라 ‘지역 감정’ 또는 ‘지역주의’에 대한 우려가 앞선다.
과연 이번 대선의 결과가 지역 감정이나 지역주의일까. 광주, 전남, 전북에서 모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득표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 후보가 전남은 86.10%, 광주는 84.82%, 전북은 82.98%로 모두 80%가 넘는다. 윤 당선인은 텃밭인 영남에서 압도적인 득표를 했다. 경북은 72.76%, 대구는 75.14%, 부산 58.25%, 경남 58.24%, 울산 54.41%로 나왔다. 영호남 지역의 개표 결과만 놓고 보면 여전히 지역주의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해 윤석열 후보가 ‘호남 공들이기’를 많이 했고 이 대표는 30%대 득표를 기대했기 떄문에 상대적으로 아쉬움이 역력한 결과다. TK는 이재명 후보의 출신 지역이므로 더 많은 득표를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대구만 하더라도 이 후보의 득표는 21.6%에 그쳤다.
‘지역 감정이 아니라 지역 결집’이 더 강하게 작동하는 선거였다. 실제로 윤 당선인은 역대 보수 정당의 대선 후보로서 가장 많은 득표를 한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 후보 또한 부산, 울산, 경남에서 지난 5년 전 문재인 후보가 얻었던 득표보다 더 많은 수확을 거두었다. 이겨야 사는 진영간 대결 구도 속에서 정당의 기반을 가지고 있는 지역 내에서 유권자들이 결집한 결과인지 마치 서로를 너무 싫어해서 으르렁 거리는 악의적 관계로 보면 곤란하다. 윤 당선인이나 이 대표가 광주에 쇼핑몰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을 때 가장 공개적으로 반갑게 받아들인 여론도 해당 지역이었다. 이념과 정당의 텃세가 아니라 지역 주민들을 위한 정당의 서비스 경쟁이 시작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대선의 투표 결과가 시사하는 바가 무척 크다. 특히 더 이상 지역이나 이념에 의한 지역 볼모잡기가 아니라 지역의 주체적이고 독자적인 의사 결정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사실상 지역 구도는 이미 무너졌고 새로운 투표 기준이 지역별로 설정된다는 반가운 변화다. 보수 정당의 이 대표가 호남에 공들이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정상적이고 일상적인 정당 활동을 한다는 인식이 가능해져야 한다. 더 이상 민주당은 호남, 국민의힘은 영남 이라는 공식이 적용된다면 한국 정치는 한 걸음도 더 발전하기 어렵다.
TK 출신인 이 후보가 민주당의 후보가 될 수 있듯이 호남 출신의 보수 정당 대선 후보가 당선되는 정치적인 결정이 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나타나야 한다. 당장에 이번 지방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경쟁력 있는 인물로 호남 지역의 광역 단체장과 기초 단체장 후보를 내세워야 하고 민주당 역시 유권자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인물로 지역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번 대선은 망국적인 지역 감정이 아니라 지역 결집의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