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 앞에 경제 과제가 산적해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기름값과 물가가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윤석열 정부의 첫 시험대는 '물가 잡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 사태에 유가 고공행진...물가까지 위태
새 정부가 해결해야 할 첫째 과제로는 물가 관리가 꼽힌다. 지난달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까지 이른바 '신3고(新3高) 현상'이 한국 경제를 강타했다. 이대로라면 경제 활동이 침체한 가운데 물가는 급등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가장 곤혹스러운 건 유가다. 해외에서 원유 전량을 수입하는 구조인 만큼 국제유가 급등은 고스란히 국내 물가로 연결된다. 지금 같은 고유가 상황이 계속될 경우 생산자 물가와 공업제품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국제유가는 이미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의 가격은 지난주 122.8달러로 전주보다 16.6달러 상승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전 배럴당 90달러 안팎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상승률이 40%에 육박한다.
국제유가 상승은 국내 기름값은 물론 소비자물가에도 치명적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7% 상승했다. 특히 석유류와 외식물가가 지난달 소비자물가를 견인했다. 석유류 등 공업제품이 1년 전보다 5.2% 올랐다. 세부적으로 보면 휘발유는 16.5%, 경유는 21.0%, 자동차용 LPG는 23.8% 상승했다. 석유류 상승 폭(19.4%)은 지난 1월(16.4%)보다 확대됐다.
이 가운데 석유류의 물가 기여도는 0.79%포인트에 달한다. 5개월 연속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 상승률을 기록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가 조만간 '소비자물가 4%대' 서막을 여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대외변수가 여전해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미국은 최근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라는 극약 처방을 내놨다. 이런 상황을 감지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달 초 발표한 '3월 경제 동향'에서 "국제유가를 비롯한 주요 원자재 가격이 수급 불안 우려로 급등하면서 우리 경제에 경기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전기료 인상 무산될까...高물가 앞에 고심 깊어지는 尹
물가 관리와 관련해 윤 당선인은 선거 기간 중 대통령 직권으로 전기요금 인상 계획을 백지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말 기준연료비를 2022년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총 킬로와트시(㎾h)당 9.8원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후환경요금도 4월부터 ㎾h당 2원 인상한다.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가 졸속으로 밀어붙인 탈원전으로 발생한 한전의 적자와 부채의 책임을 회피하고 전기료 인상의 짐을 고스란히 국민에 떠넘기려 한다"며 전기요금 인상 계획을 무력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다음 달 시행 예정이던 전기요금 인상 계획이 무산될지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요금 인상이 미뤄지면 한국전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큰 적자를 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해 말부터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폭등했고, 연료비 상승분이 반영되지 않으면 한전의 전력 생산 원가 부담을 메꿀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에 대한 업계 불만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오는 6월 지방선거까지 앞두고 있어 무작정 백지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전문가들은 물가를 잡는 데는 '금리 인상'이 가장 뾰족한 묘수라고 입을 모은다. 정책으로만 물가를 잡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더 끌어올리는 정책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면서 "윤 대통령 당선인이 코로나 사태로 낮아진 금리를 정상화할 인물을 한은 총재로 앉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를 높일 필요는 있다"면서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물가 상승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단기 대책으로는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공급망과 생산 기술력을 늘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