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1년 후 물가 상승을 광범위하게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1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현재 서울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2052.98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2000원을 넘긴 것은 2013년 9월 둘째주 이후 약 8년 6개월 만이다.
정유업계에서는 국제유가가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만큼 국내 휘발유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통상 국제유가가 2~3주 시간 차를 두고 국내에 반영되는 만큼 휘발유 최고 가격이 ℓ당 3000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서울의 휘발유 최고가는 ℓ당 2829원으로 이미 3000원에 바짝 다가섰다.
국제유가 상승이 장기화되면 기대인플레이션을 끌어올려 추가적인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해외경제포커스 '국제유가 상승이 주요국 기대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기대인플레이션은 각각 4.9%, 7.0%로 집계돼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미국과 유럽의 높은 기대 인플레이션이 유가 변동 충격에 반응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경기순환 요인뿐 아니라 유가 역시 기대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유가가 높을수록 기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 자체가 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가가 120달러 이상일 때는 가격이 10% 상승할 때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최고 0.3%포인트, 0.5%포인트씩 덩달아 올랐다.
또 유가 상승세가 오래 갈수록 기대 인플레이션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과거 4분기 동안 유가 상승 충격이 없었을 때와는 달리, 충격이 지속했을 때는 유가가 10% 오르면 미국과 유럽의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0.4%포인트, 0.6%포인트 상승했다.
보고서는 "유가 충격이 발생하면 1∼2분기 정도 시차를 두고 기대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원유 수입 의존도가 미국보다 높은 유럽의 경우, 유가가 기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결과를 고려하면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국제유가 오름세는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져 추가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될 것"이라며 "기업의 가격 결정, 노동자의 임금 협상 등을 통해 물가 상승이 더 광범위하게 확산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