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낭기의 관점]윤석열, 성공한 대통령 되기 위한 5가지 조건

2022-03-1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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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0일 당원들로부터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초박빙 접전 끝에 당선됐다. 득표율로 0.7%p, 득표 수로 24만7000여 표 차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대선에서 가장 작은 표 차이다. 이 같은 초박빙 대선 결과는 윤 당선자에게 큰 과제를 안겨 줬다. 국정 운영과 국민 통합에서 어느 대통령보다도 높은 수준의 정치력과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는 과제다. 

 

많은 사람들이 윤 당선자의 국정운영 능력을 걱정한다. 윤 당선자의 공직 경력은 검사 생활 26년이 전부다. 수사 업무만 해왔을 뿐 교육, 보건, 복지, 노동, 교통, 국토 등 다른 행정 분야 경험은 전혀 없다. 외교, 안보, 국방 분야는 말할 것도 없다. 국정 각 분야에 생소할 것이다. 윤 당선자에게는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같은 선출직 경력도 없다. 국회 및 야당과  정치적 갈등을 겪어본 적도, 이를 해소하느라 고민해 본 적도 없다. 게다가 초박빙 당선으로 정치적 입지까지 좁아졌다. 이러니 윤 당선자의 국정 운영 능력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정 운영, 케네디 같은 리더십 발휘를


윤 당선자는 선거 운동 중에 “나의 장점은 결정이 빠른 것이다. 그 결정은 혼자 하지 않는다. 의논해서 빨리 결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에 민관 합동위원회를 구성해 민간 전문가들이 결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하겠다”고도 했다. 결정을 혼자 하지 않고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의논해서 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그런다고 해서 합리적이고 좋은 결정을 하게 된다는 보장은 없다.  

 

중요한 것은 의논 방식이다. 의논 방식은  질 높은 의사 결정을 하기 위해 중요하다. 대통령이 비서진이 써준 회의 자료를 읽으며 지시하고 참석자들은 이걸 받아 적는 식으로 하면 의논이 아니다. 역대 정부에서 청와대 회의는 이런 방식이 많았다. 

질 높은 의사 결정을 하려면  대통령에게 탁월한 회의 진행 능력이 있어야 한다.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회의 진행에서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다양한 의견들의 찬반 논리를 날카롭게 대립시키고 극단적인 견해들을 견제해 가면서 각 의견이 가지는 장단점을 정교하게 도출하도록 회의를 이끌었다. 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창조적 방안을 찾아 나갔다. 

 

어떤 대통령이라도 국정 전반에 걸쳐 전문적인 식견을 가질 수는 없다. 윤 당선자처럼 국정 운영 경험이 없는 경우에는 더 그렇다. 그러나 창조적 방안을 찾는 회의 진행 능력은 국정 경험과 전문지식이 없더라도 갖출 수 있다. 윤 당선자가 국정 운영 능력에 대한 걱정과 우려를 떨쳐내려면 케네디 같은 탁월한 회의 진행 리더십이 필요하다. 

 

윤 당선자에게는 더불어민주당과 협치하는 능력도 요구된다. 현재 국회는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 다수 의석을 갖고 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선거 기간 중에 “지금 국민의힘은 105석에 불과하고 민주당은 172석”이라며 “대통령 5년 임기 초기에 2년 1개월을 105석으로 어떻게 국정을 이끌 수 있겠느냐.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 당선되면) 식물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수당의 힘을 행사해 청와대를 무력화시킬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민주당이 송 대표 말대로 윤 당선자가 하는 일에 제동을 걸고 나온다면 윤 당선자는  큰 어려움에 빠진다. 당장 국무총리 임명에 국회 동의를 받지 못해 총리를 공석으로 둬야 할 수 있다. 윤 당선자의 공약도 국회에서 예산과 법안 뒷받침을 해주지 않으면 추진할 수 없다. 


민주당과 협치 능력에 성패 달려


윤 당선자가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장벽을 넘으려면 높은 수준의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당 지도부와 정례적으로 만나 국정을 논의하고 협조를 구할 수 있어야 한다. 윤 당선자는 “더불어민주당의 양식 있는 분들과 협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당선자의 국정 운영 성패는 민주당과의 협치 능력에 달려 있다. 초박빙으로 당선돼 정치적 입지가 좁아졌기에 민주당과의 협치 능력은 더욱 절실하다. 

 

한편으로 초박빙 당선이 윤 당선자에게  약이 될 수도 있다. 협치는 권력자의 선의에만 맡겨서는 이뤄질 수 없다. 협치를 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 돼야 협치를 하게 된다. 초박빙 당선은 윤 당선자가 민주당과 협치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을 만들었다. 윤 당선자는 자기 하기에 따라 야당과의 협치라는 새로운 정치 전통을 세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았다. 이 기회를 잘 살려 나간다면 통합의 정치를 이룬 정치인으로 평가될 것이다.

 

윤 당선자가 민주당 협조를 받아내는 데는 국민을 상대로 한 설득력도 중요하다. 국민을 이해시키고 지지를 얻으면 그 힘으로 야당을 압박하고 견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 이해와 지지를 얻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과의 소통이다. 청와대 기자회견을 매월 열어서라도 정책을 설명하고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 기자회견은 격의 없고 자유로운 방식이라야 소통과 설득의 효과를 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처럼 1년에 한 번 방송에 나와 짜여진 각본대로 쇼하듯 ‘국민과의 대화’를 하는 것은 진정한 소통이 아니다.   

 

윤 당선자가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분야는 또 하나 있다. 그가 내세운 ‘공정과 상식’을 회복해 국민을 통합하는 일이다. 문 정권 사람들은 내로남불 행태로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렸다. 내 편과 네 편으로 갈라 똑같은 잘못이라도 내 편이면 무조건 싸고 돌고, 상식과 동떨어진 억지와 궤변을 늘어놓았다. 나만 옳다는 독선, 겉으론 정의를 외치면서 뒤로는 편법과 탈법을 일삼는 위선으로 갈등과 분열을 불러일으켰다. 문 정권의 내로남불은 국민들의 정권 교체 열망에 불을 지폈다. 그 열망이 윤 당선자를 만들어냈다.


‘내로남불’ 버리고 국민 통합 이뤄야 


윤 당선자는 10일 새벽 당선 인사에서 “국민 통합을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통합을 이뤄내려면 국민을 내 편과 네 편으로 갈라 내 편은 무조건 감싸고 도는 내로남불을 버려야 한다. 대신 ‘내불남불’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아니라 ‘내가 해도 불륜, 남이 해도 불륜’이 내불남불이다. 내 편의 잘못부터 인정하고 내 편의 비리와 불법부터 엄히 다스리는 게  내불남불의 시작이자 끝이다.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면 흔히 춘풍추상(春風秋霜)이라고 쓰인 액자를 청와대 집무실 벽에 걸기도 한다.  남한테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대하고, 자신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 대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를 행동에 옮긴 대통령은 거의 없다. 상대방한테는 서리처럼, 자기 편한테는 봄바람처럼 대했다. 이게 바로 내로남불이다. 문재인 정권에서는 그 정도가 유독 심했다. 윤 당선자가 문 정부처럼 한다면 내로남불은 계속되고 국민 통합은 멀어진다.

 

국민 통합을 위해 또 하나 필요한 자세는 독선과 아집을 버리는 것이다. 정치를 도덕적 선악 대결로 보면서 나만 옳다고 여기고 내 주장만 고집한다면 통합은 불가능하다. 정치는 여러가지 정책 대안 중 선택하는 것일 뿐 선과 악, 정의와 불의로 나뉘어 대결하는 게 아니다. 정책 대안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합리성과 효율성 같은 실용적 가치다. 실용적 가치를 우선하면 대화와 타협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념을 맹목적으로 앞세우거나 선택이 내 편의 권력에 미칠 영향만을 고려한다면 정치는 대결과 갈등에 빠질 수밖에 없다. 

 

윤 당선자가 전통적 보수의 테두리 안에 머물거나 더 나아가 보수 성향을 더욱 강하게 드러내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윤 당선자는 성장을 통한 분배, 보편 복지보다 선별 복지, 복지와 성장의 선순환 같은 보수적 정책 노선을 밝혀왔다. 전 국민에게 현금을 뿌리는 식의 복지 정책에 반대했다. 복지정책이 복지로 끝나지 않고 성장에 기여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했다.  


약자 보듬고 정치 보복 경계를


문재인 정부는 전 국민 코로나 지원금, 세금 지원을 통한 공공 일자리 창출 같은  현금 뿌리기 정책을 중시했다. 윤 당선자의 복지 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퍼주기식 복지, 성장과 따로 도는 복지의 반작용으로 볼 수 있다. 잘만 하면 문재인 정부 복지 정책의 문제점을 바로잡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잘못하면 성장 만능, 경쟁 만능, 능력 만능주의가 될 수도 있다. 그 결과 부의  양극화와 사회 갈등이 심해질 수 있다.  윤 당선자는 능력을 발휘하거나 경쟁에 뛰어들 여건이 안 되는 계층,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들을 보듬는 정책에도 신경 써야 한다.

 

윤 당선자 앞날에 가장 큰 논란거리가 될 수 있는 문제는 소위 과거 청산이다. 전 정권에서 빚어진 비리와 불법을 수사하면 정치 보복 논란이 벌어질 게 뻔하다. 그렇다고 비리와 불법을 못 본 체하는 게 옳은 일도 아니다. 정권교체를 원한 사람 중에는 전 정권 비리에 대한 단호한 처벌을 바라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반면에 전 정권의 ‘적폐 청산’을 빙자한 정치 보복에 신물이 나서 정권 교체를 원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윤 당선자는 “내 사전에 정치 보복은 없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비리 수사를 하더라도 사법 시스템에 따라 하겠다고 했다. 청와대가 특정인을 찍어 관여하는 방식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비리와 불법은 그가 누구라도 수사해서 처벌하는 게 법치주의다. 문제는 법치에 정치권력이 관여할 때다. 그건 법치를 가장한 정치 보복일 뿐이다. 불법은 처벌하되 정치보복 논란이 벌어지지 않도록 절차와 내용에서 정당성을 인정받게 하는 게 윤 당선자 앞에 놓인 과제다. 

 

윤 당선자는 국민의 기대와 걱정을 한몸에 받고 있다. 기대는 충족시키고 걱정은 떨쳐 나갈 정치력과 리더십을 얼마나 발휘하느냐에 나라의 앞날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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