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5년'. 문재인 정부 에너지 정책은 낙제점을 받았다. 탈(脫)원전에 매몰된 정책 탓에 원전업계는 물론 국내 최대 전력 공기업인 한국전력조차 빚더미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에서는 에너지 정책을 다시 정상화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 등에 따르면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사업이 중단된 원자력발전소는 총 8기다. 이 중 설계수명이 끝나 폐쇄 수순에 있던 고리 1호기를 제외한 월성 1호기와 신한울 3·4호기, 천지 1·2호기, 대진 1·2호기 등 7기는 탈원전 정책 탓에 운영되지 못했다. 최근 5년간 새로 지은 원전도 없다.
피해는 고스란히 산업계 몫으로 돌아갔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가 내놓은 '원자력산업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문 정부 첫해인 2017년도 국내 원자력산업 분야 총매출액은 23조8855억원으로 2016년(27조4513억원)보다 13.0% 감소했다. 2018년도는 20조5610억원으로 13.9% 줄며 감소 폭이 더 커졌다. 2019년도엔 20조7317억원으로 소폭 올랐지만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전문가 양성 역시 제동이 걸렸다. 원자력산업협회에 따르면 2019년도 국내 대학 원자력 관련 학과 배출 인력은 전년보다 10.2%, 2020년 3월 기준 재학생은 6.8% 각각 줄었다.
한전도 유탄을 맞았다.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손실은 5조8601억원으로 역대 최저를 경신했다. 2008년 금융위기로 국제유가가 치솟았을 때 기록한 손실액인 2조7981억원의 2배에 달한다. 탈원전 정책에 맞춰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을 늘려가는 중에 국제 원자잿값이 급등하자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신재생에너지를 과도하고 성급하게 들여왔기 때문에 적자가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정부가 강제한 전기요금 동결도 영향을 미쳤다. 이는 결국 국민 고통으로 돌아가고 있다. 한전은 대선이 끝난 다음 달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h당 4.9원씩 총 9.8원 올린다. 기후환경요금도 4월부터 ㎾h당 2원씩 인상한다. 3분기부터 가구 부담이 11.8원 더 늘어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탈원전 정책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에너지 정책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탄소중립 등에만 집중하며 '안정적 공급'과 '사회적 비용 최소화'라는 에너지 정책 목표를 무시했다"며 "그 결과 에너지 가격 폭등·공급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는 이념적 접근이 아닌 본래 정책 목표에 충실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