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9.9원 오른 1237원에 마감했다. 전날 1220원(종가 1227원)을 돌파한 지 하루 만이다. 원·달러 환율이 1230원을 넘어선 건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 직후인 2020년 5월 말 이후 약 1년 9개월 만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4차 회담 개최 가능성, 일부 유럽 국가의 러시아 경제 제재 불참 등으로 이날 원·달러 환율이 1220원대로 복귀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으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환율은 더 상승했다.
달러화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갈등, 유가 급등에 따른 경기 위축 우려, 국채 금리 상승, 유로화 약세 등 영향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가 확산되면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3차 회담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가운데 국제유가 급등세가 지속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둔화 속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금융시장에 확산됐다”며 “이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달러화 강세를 이끈 반면 유로존은 경기 위축 우려가 높아지면서 약세를 지속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갈등이 장기화하고 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 계속되면 달러 강세가 계속되고, 원·달러 환율은 1250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가 이어질 재료들은 살아 있고 환율을 떨어뜨릴 저항은 없기 때문에 당분간 1200원을 상회하는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1250원 선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도 “2010년 이후 1250원이 상방 지지선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추가적으로 고조된다면 상단을 1250원으로 제시하는 의견이 많았다”며 "향후 추가 급등 시에도 상방 지지선 역할을 해줄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