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스튜디오는 지난해 240억원, 400억원 등 두 차례 유상증자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한 투자는 전환우선주 방식인데 △청구 기간 10년 △높은 콜옵션 비율(50%) △전환가액 액면가 조정 등의 조건 덕에 '황제 우선주'로 불린다. 두 번의 증자 모두 '처음'에는 '최대'주주인 이니셜 관련 투자조합에 배정됐다. (주)이니셜은 지난해 7월부터 평균 종업원수가 0명(나이스평가정보 기준)으로 특별한 사업을 하지 않는 페이퍼컴퍼니로 보인다.
현재 수준의 주가 기준으로 만약 400억원 투자까지 완료된다면 총 주식은 31.5%(1936만 주)가 늘어나게 된다. 그리고 400억원 유상증자의 배정 대상자는 이후 변경(엔피트리 1호 조합, 더블유디제이1호조합 순) 됐지만 콜옵션(매도청구권)을 활용한다면 최대주주는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
콜옵션이란 옵션 보유자가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다. 팔아달라고 요구(매도청구) 할 수 있다. 권리 만을 떼어내어 매매할 수 있다 보니 적은 금액으로 주식 인수 효과를 낼 수 있다. 이에 최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옵션의 행사 가능 기간이 길 경우, 최대주주가 돈을 마련할 때까지 회사가 보유하고 있다가 최대주주에 팔 수 있는 개연성이 커져 악용 소지는 올라간다. 이번 전환우선주의 청구기간은 9년이다.
아울러 주가 변동에 따라 전환가격을 낮출 수 있다면 효과는 배가 된다. 예를 들어, 100억원을 투자했다고 하자. 전환기준가격이 5000원이면 권리 행사 시 보통주 200만 주로 전환된다. 그런데 주가가 하락해 행사가격이 1000원으로 떨어진다면 그의 5배인 1000만 주로 전환 가능하다.
이 모든 과정들은 앞으로 버킷스튜디오의 1주당 가치보다 미래의 1주당 가치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설계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 법 개정으로 현재는 이 같은 조건으로 발행이 막힌 상황임을 고려할 때 막차를 탄 것이다.
그럼 1주의 가치가 얼마나 줄어들까? 이는 총 주식 수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3분기 말 기준 버킷스튜디오의 총 주식 수는 4250만 주다. 그런데 7400만 주까지 총 주식 수가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지난해 11월 400억원 유상증자가 발행 결정되고, 8000원 선이었던 주가가 약 3500원까지 빠졌기 때문이다. 만약 2년 전 최저가인 980원 수준으로 주가가 빠진다면 1억1900만 주로 늘어난다. 그렇다면 현재 1주의 가치는 3분의 1로 쪼그라든다.
주가가 1000원선까지 다시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버킷스튜디오의 전환우선주는 산술적으로 최대 10년 6개월간 가격이 조정될 수 있는데, 버킷스튜디오가 내부적으로 주가를 상승시키려 해도 지금처럼 △우크라이나 사태 △미국의 금리 인상 △인플레이션△공급망 병목 현상 등 외부적 요인으로도 주가는 하락할 수 있다. 코로나19 탓에 980원까지 빠진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또 성장주 특성상 등락폭은 클 수 있으며 지난 5년간 버킷스튜디오의 최고점은 저점 대비 약 12배 높았다.
물론 버킷스튜디오는 △NFT 시장 성장 △라이브커머스 성장 △비덴트의 빗썸 인수 기대감 등 잠재적인 호재가 있다. 특히 비덴트의 빗썸 인수 부분은 최근 주목받고 있다.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 의장의 불구속 기소 △버킷스튜디오·인바이오젠·비덴트의 실탄 확보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 합류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역시 1주당 가치 하락 수준과 비교할 필요가 있다. 만약 비덴트가 빗썸홀딩스의 최대주주가 된다면 버킷스튜디오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얻게 된다. 그런데 경영권 프리미엄은 약 통상 30%로 평가받는다. 민감도 분석상 3분의 1 토막이 날 수 있기에 1주당 가치는 프리미엄을 고려해도 쪼그라들 수 있다.
그 이외에 빗썸홀딩스가 지금보다 급성장하거나 버킷스튜디오와 빗썸과의 시너지 정도를 더 고려해볼 수 있다. 그런데 현재 빗썸코리아의 이사진에 강지연 버킷스튜디오 대표가 합류 중이고, 계열사인 비덴트는 빗썸코리아 선임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진 점을 고려할 때 현재도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상황이다.
시가 총액이 그대로라면 누군가의 피해는 누군가의 이득이다. 현재 시나리오로는 이 과실은 강지연 대표 등으로 향할 개연성이 상당하다. 현재 수준 주가에서 400억원의 유상증자가 완료됐다는 가정 아래 버킷스튜디오 최대주주의 지분율은 31.78%다. 현재 지분율인 39.57%보다 8%가량 줄어든 것인데 이는 착시효과다. 400억원 유상증자에 50% 콜옵션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행사한다면 지분율이 40.31%로 오르게 된다. △주가가 2000원으로 내려간다면 44.76% △1000원으로 빠지면 51.22% △액면가로 하락시 57.36%가 된다.
그런데 쪼그라든 가치는 역설적이게도 순환출자 문제의 해결 수단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현재 버킷스튜디오는 계열사 비덴트와 순환출자 중이다. 순환출자는 자본 공동화 문제 등을 야기하기에 심상정 정의당 대통령 후보 등 정치권에서는 해결해야 하는 주요 문제로 지난 30여 년간 지적되어왔다.
만약 이 같은 시나리오로 진행된다면 순환출자 문제는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다. 1주 당 가치가 줄어들기에 비덴트가 보유한 버킷스튜디오의 지분가치도 함께 줄어들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대주주는 지배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제반 준비를 마쳤다. 또 높아진 지분율은 빗썸 인수 시 배당 효과를 높일 수도 있으며, 일부 지분 매각도 가능하다. 특히 종업원 0명인 (주)이니셜의 부채비율은 2200%로 재무안정화에 나설 필요성이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상환우선주(RCPS) 등 조건부 지분증권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은 일반 차입과는 달리 지분 전환권이 있다"며 전환가격 조정 조항이 있고, 대주주의 실질적인 특수관계자에게 발행하거나 신주인수권을 보유하게 되는 구조라면 소액주주와 이해 상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행위들은 회사의 필요에 의해 행해지는 것으로 대주주는 피해가 없거나 의도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나 소액주주는 갑작스러운 기업가치의 이전으로 피해를 보게 된다"면서 "이사회 관계자들은 선량한 관리자로서 소액주주의 이해관계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