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한 달 만에 떠난 베트남 배우자…대법 "혼인무효 안 돼"

2022-03-06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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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대법원 [사진=연합뉴스]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배우자가 결혼 직후 집을 나갔다는 이유만으로 '혼인 무효'를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주(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한국 국적의 남편 A씨가 베트남 국적 부인 B씨를 상대로 낸 혼인 무효 확인소송 상고심에서 혼인 무효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창원지법으로 파기환송했다고 6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7년 국제결혼 주선업체를 통해 B씨를 만나 혼인신고를 했다. B씨는 결혼 한 달 만에 외국인등록증과 여권을 들고 가출했고, 이후 연락이 두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 과정에서 B씨는 A씨가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 어려움을 주지 않고 행복하게 살게 해주겠다'며 약속해 결혼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B씨는 A씨의 부모, 형과 함께 살며 집안일을 도맡아 했고 생활비도 부족해 갈등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1심과 2심은 동거 후 1개월 만에 B씨가 집을 떠났다는 등 사정을 따져 A씨의 손을 들어주고 혼인이 무효라고 결정했다. B씨가 가정에 적극적이지 않았고 국제결혼을 위한 신상확인서에 직업 등을 허위로 기재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대법원은 B씨가 처음부터 결혼할 의사가 없었음을 단정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과 결혼하는 베트남인은 대부분 현지를 떠나 혼인생활을 하게 되는데, 언어장벽이나 문화·관습 차이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이같은 대법원 판단은 외국인 배우자와 혼인무효 소송에 관한 후속 판례다. 그간 외국인 배우자와 결혼한 우리 국민의 혼인무효 소송을 너무 쉽게 받아들였다는 비판이 실무와 학계를 중심으로 있었다. 이에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외국인 배우자가 결혼 직후 집을 나갔다는 이유만으로 혼인무효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례를 제시한 바 있다.

대법원은 "B씨가 진정한 혼인 의사를 갖고 결혼해 입국했더라도 상호 애정과 신뢰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언어의 장벽이나 문화적 부적응, 결혼을 결심할 당시 기대한 한국 생활과 실제 현실 사이의 괴리감 등으로 단기간에 혼인관계 지속을 포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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