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시즌이 도래했다.
시진핑(習近平) 2기 체제의 마지막 양회로, 올가을 3연임에 도전하는 입장에서 경제·민생 등 내치와 외교·안보 등 외치 측면에서 모두 '안정'에 방점을 찍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양회는 한 해 국정의 큰 방향성을 확인하는 자리다.
올해는 2018년부터 시작된 시 주석의 두 번째 임기 마지막 해다.
시 주석이 3연임을 넘어 장기 집권에 나설지 여부가 판가름 날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개최도 앞두고 있다.
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용하며 민심을 다독이고, 주요 2개국(G2) 지위에 올라선 국가 위상을 대과 없이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다만 직면한 대내외적 환경이 녹록지 않다. 전인대 개막 첫날 정부 업무보고 때 발표될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치는 '5% 이상'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중국의 성장률 목표치가 5%대로 낮아진 건 개혁·개방 이후 처음이다.
신화통신은 "우리 경제는 수요 축소와 공급 충격, 기대 약화라는 3중 압력에 직면해 있다"며 거시경제 전반의 안정화를 강조했다.
코로나19 기저효과가 사라진 가운데 민간 경제의 활력 저하와 부동산 시장 불안 등 내부 요인에 미·중 갈등 격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외부 악재까지 겹쳐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중이다.
장리쥔(張立群)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거시경제연구부 연구원은 "코로나19 영향을 극복하고 민생의 최저선을 굳게 다져야 한다"며 '안정 최우선(穩字當頭)'을 강조했다.
경제가 흔들릴 경우 빅테크·사교육 규제, 탈빈곤과 집값 안정 등 시 주석의 새 어젠다 '공동부유(共同富裕)' 정책이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
공산당과 정부 내 기강 확립도 중요한 과제다.
올가을로 예정된 20차 당대회에서는 차기 총리와 신임 정치국원 등 시진핑 3기를 이끌 새 지도부가 꾸려질 예정이다. 물밑 신경전과 충성 경쟁이 치열하다.
양회 기간 중 어수선한 정가 분위기를 다잡고 국정 과제의 성실한 이행을 독려하는 메시지가 다수 발신될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 미·중 갈등과 대만·홍콩 문제, 우크라이나 사태 등 외교·안보 이슈에 대한 입장 정리에도 관심이 쏠린다.
양회에서 직접 다뤄질 사안은 아니지만 개회 기간 중 진행될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업무보고나 왕이(王毅) 외교부장 등 주요 인사의 기자회견 내용을 통해 대략의 퍼즐을 맞춰 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