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호텔이 좋다. ···방을 안내받아 깔끔하게 정리된 순백의 시트 위에 누워 안도하는, 그런 경험을 그리워하며 살아간다.' -김영하 작가 <여행의 이유> 중에서-
얼마 전 '확진자'가 됐다. 격리를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격리 중 고생을 해서였는지 아니면 여전한 후유증 탓인지 여행이 아직은 조심스럽기만 하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은 여행을 추억하는 것에 만족하자고 마음먹었다.
코로나19 확산세에 2년여 세월을 힘들게 보내던 올해 초, 무작정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로 향했다. 2년여 동안 제대로 여행을 즐기지 못한 나에게 준 작은 선물이었다.
롯데관광개발이 운영하는 제주 드림타워는 2020년 12월 개관했다. '국내 최초 도심형 복합리조트' '제주국제공항과 가까운 곳에 들어선 제주도 최고(最高) 빌딩'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곳이다. 1년여 후인 2021년 11월에는 두 번째 타워를 개관하며 '1600개 객실'을 갖춘 완전체가 됐다.
호텔 관계자는 "야외 수영장은 1월에만 하루 최대 이용객이 1000명대를 돌파했고, 하루 평균 700~800명이 꾸준히 방문하고 있다"며 "지난해와 비교해 이용객이 60% 이상 늘었다"고 귀띔했다.
드림타워 안에는 제주 지역 상품을 전시한 6차산업 전용 판매점과 국내 브랜드 패션 편집숍, 디저트숍, 푸드코드 등이 두루 포진해 있다. 롯데관광개발은 다양한 시설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식음 분야에 특히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정통 중식 훠궈를 선보이기 위해 마카오에서 셰프를 영입하는가 하면, MZ세대 입맛을 고려해 햄버거와 스테이크를 취급하는 스테이크 하우스를 최상층에 들였다. 데판야키(철판구이)를 맛볼 수 있는 정통 일식당, 길거리 음식을 판매하는 푸드코트도 만날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레스토랑은 '38포차'다. 포장마차식 안주와 생맥주 등을 판매하는 곳으로, 여느 제주도 카페 정도 가격에 즐길 수 있어 도민뿐 아니라 여행객에게도 입소문이 났단다.
롯데관광개발은 일몰 후부터 저녁 10시까지 매시간 정각에 10분 동안 미디어파사드를 연출한다. 벽면 안쪽에 1만개 넘는 LED 조명을 설치했다. 공사비만 270억원가량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낮에 도착해 잠들기까지 객실과 레스토랑, 쇼핑몰 등 드림타워 내 시설물을 둘러보기만 했을 뿐인데 만보기 숫자는 1만을 가뿐히 넘겼다. 두 다리를 혹사해가며 호텔 구경을 했지만 구석구석 전체를 다 둘러보진 못했다.
'이렇게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질 줄 알았다면 찬찬히, 오롯이 눈과 마음에 담을 걸······.'
잠시 눈을 감고 생각만 했을 뿐인데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지는 듯 선명하게 떠오르는 당시의 추억에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소망한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빨리 진정되길, 마음놓고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완연한 봄'이 어서 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