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상암 SBS 프리즘타워 공개홀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2차 법정 TV토론회에서 "거대양당의 독점체제, 소위 적대적 공생관계를 이제는 깨고 소수정당들도 국민이 지지하는 만큼 의석을 가지고 정치활동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민주당이 선거 끝나기 전에 정치개혁 의지를 밝혀준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말보다 실천이 중요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선에서 득실을 따지고 이용할 생각하지 말고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지를 잇는 민주당의 정체성 회복 차원에서 진심을 다해 꼭 (정치개혁을) 실천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안 후보는 과거 자신이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의 공동대표였던 점을 언급하고 "내가 그 당 내부의 다른 사정을 다른 분에 비해 잘 아는 편이긴 하지만 과연 (정치개혁안이) 의원총회를 통과할 것인가, 그게 키라고 본다"면서 "만약 진정성이 있다면 지금 (대선까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의총이야 언제든지 모아서 통과시킬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윤 후보는 "이런 중요한 개헌 담론들이 선거를 불과 열흘 앞두고 이렇게 전격 제안돼 '정권교체'라는 거대한 민심의 흐름을 '정치교체'라는 프레임으로 치환하는 선거전략으로 악용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민주당의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이날 토론의 주제는 '정치'였지만 어김없이 이 후보와 윤 후보의 '대장동 의혹' 공방이 치열하게 펼쳐졌다. 포문은 윤 후보가 주도권 토론에서 열었다.
윤 후보는 전날 조재연 대법관의 대장동 녹취록 속 '그분'이 아니라고 부인한 기자회견과 이날 오전 원희룡 국민의힘 정책본부장이 공개한 '대장동 보따리'를 거론하고 "이런 걸 종합해보면 (이 후보는) 계속 거짓말이라고 하는데 그동안 한 이야기가 전부 사실과 다른 것 아니냐"고 따졌다.
그러자 이 후보는 윤 후보를 둘러싼 '부산저축은행 봐주기 수사 의혹'으로 반박했다. 그는 "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봐주지 않았느냐. (부친의 집을 팔아) 그들한테 이익을 본 것도 윤 후보"라면서 "그 녹취록이 맞는다면 거기에는 본인이 죄를 많이 지어가지고 구속돼서 바로 죽을 사람이라고 돼 있다. 책임이 더 크다는 말"이라고 받아쳤다.
이에 윤 후보는 "내가 (사업을 승인한) 성남시장을 했느냐 경기지사를 했느냐. 아니면 관용 카드로 초밥을 먹었느냐"며 "이건 마치 이완용이 안중근에게 '나라 팔아 먹은 사람'이라고 하는 이야기와 똑같은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러자 이 후보는 "부산저축은행의 다른 건은 기소하면서 왜 대장동 1150억원 불법 대출을 알면서도 기소를 안 하고 봐줬느냐. 조우영(대출 브로커)에게 커피는 왜 타줬나"라고 압박했다. 윤 후보가 "그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갖다 붙이려고 10년 전 것까지..."라고 말하자 이 후보는 "삼부토건은 왜 봐주셨냐"며 공격을 이어갔다. 그러나 윤 후보는 녹취록 내용을 거듭 언급하고 "이 후보가 몸통이라는 것이 명백하게 나오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자신의 주도권 토론 순서가 되자 윤 후보를 향해 "정말 입만 열면 거짓말이다. 그런 식으로 거짓말하지 마시라"고 비난했다. 그는 "대형 비리범하고 관련이 있는 것은 그 비리범을 도와준 사람, 윤 후보 같은 분이고, 나는 5800억원을 환수했다"면서 "'윤석열 게이트'다. '윤석열이 몸통'이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말했다.
◆우크라 사태에 尹 "힘을 통한 평화" 李 "싸우지 않고 이겨야"
양강 후보의 격돌은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이어졌다. 이 후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전쟁은 정치인이 결정하고, 전장에서 죽는 건 젊은이다. 우크라이나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6개월 초보 정치인이 대통령이 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가입을 해주지 않으려고 하는데 가입을 공언하고, 러시아를 자극해 충돌했다"며 윤 후보의 짧은 정치경력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는) 외교 실패가 전쟁을 불러온다는 아주 극명한 사례"라며 "윤 후보가 너무 거칠고 난폭해서 사드 배치, 선제 타격과 같은 이야기를 쉽게 한다. 중요한 것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싸울 필요가 없게 만드는 평화"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윤 후보는 "이 후보가 안보관이 부족하고 내용을 모른다"면서 "그런 식의 유약한 태도로는 평화가 위협될 수 있다"며 힘을 통한 평화를 주장했다. 특히 그는 "민주당 정부나 이 후보는 종이에 잉크로 된 종전선언을 강조하는데 북이 핵개발을 포기 안 했는데 종전선언을 강조하는 것 자체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같은) 동일한 위협을 줄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이 후보는 "윤 후보는 정말 전쟁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며 "대비는 철저하게 하면서 외교적으로 소통하면서 관리해야지 큰소리만 뻥뻥 친다고 되느냐. (그런 사람을) 안방 장비라고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렇지만 윤 후보는 "극초음속미사일이 날아오는데 저런 말을 해서 군통수권자와 대통령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참 많이 걱정이 된다"고 받아쳤다.
심 후보 역시 윤 후보에게 "선제타격 이야기를 하고 '3불정책'(사드 추가 배치·미국 미사일방어체계 편입·한미일 군사동맹 반대) 폐지 등 (동아시아의) 전략적인 균형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발언을 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안 후보는 "북한의 핵능력이 미지수일 때 우리가 썼던 것이 확장억제지만, 이제는 북핵이 있는 상황에서 대응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유사시 미국의 괌 미군 기지나 일본 오키나와 주둔 미군 기지의 전술핵을 이용할 수 있는 '핵공유'를 제안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야권 단일화'도 도마에 올랐다. 심상정 후보가 '다원적 민주주의'를 강조하면서 "다원적 민주주의와 후보 단일화는 양립할 수 없다"며 "단일화는 힘이 센 정당이 힘이 약한 정당을 굴복시키는 것"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안 후보와 윤 후보에게 차례로 "아직 양당 단일화가 열려 있느냐"고 물었다. 안 후보는 "이미 다 끝난 일"이라고 답했지만, 윤 후보는 "지금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긴 뭐하지만 저희도 노력하고 있다"고 답해 온도차를 보였다.
그러나 안 후보는 "제가 윤 후보에게 제안을 했었던 것은 경선을 하자, 그 말씀을 드렸었다. 거기에 대해 생각이 없으면 그건 이미 다 끝난 일"이라고 재차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그건 분명하게 정리를 했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이 후보도 '야권 단일화'를 경계했다. 그는 "선거에서 단일화로 우격다짐으로 눌러 앉히고 조건을 같이한다는 것은 안 하는 게 맞다고 본다"면서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가치와 공감하는 부분이 있는 세력들끼리 역할을 나누자, 통합정부를 만들자, 진심으로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며 안 후보의 '국민통합내각'에 공감의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