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승인됐지만…'메가 캐리어' 날개 꺾였다

2022-02-22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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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10년 간 26개 국제선·14개 국내선 반납 조건

글로벌 10위권 당초 목표 사실상 무산된 셈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인수합병(M&A)을 조건부로 승인한 가운데 양사 간 통합이 이뤄지더라도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급 파괴력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양사에 조건부 승인을 한 주요 항목은 기업결합일로부터 10년 동안 국제선 26개, 국내선 14개 노선 운수권과 슬롯 반납 등 구조적 조치, 운임 인상과 공급량 축소 제한, 마일리지 제도 유지 등 행태적 조치로 나뉜다. 노선 반납 규모는 두 항공사 국제선 65개 중 49%, 국내선 22개 중 64%에 이르는 작지 않은 비중이다.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팀]

예컨대 통합 항공사는 신규 진입을 원하는 다른 항공사에 운수권 일부를 넘겨야 한다. 경쟁 제한성이 있는 서울~뉴욕 노선은 비행기를 하루 4회 띄우던 것에서 2회로 줄어든다. 나머지 2회는 다른 항공사에 넘겨주는 방식이다. 공정위 이행감독위원회는 이러한 조건들에 대한 이행 실태를 10년 동안 감독한다.
대한항공은 공정위의 이러한 방침에 별다른 반발 없이 수용 의사를 밝혔다. 업계 안팎에서는 대한항공이 후일을 도모하겠다는 전략적 차원에서 취사선택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북미 노선은 국내 탑승객이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외국 항공사들은 수익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저비용항공사(LCC)들도 장거리 노선에 취항하려면 대형 항공기 도입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타격으로 당장 인프라 확충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향후 통합 항공사가 다수 노선을 되찾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여기에 알짜 노선으로 꼽히는 김포공항 국제선은 제재 대상에서 제외했다. 김포공항은 거리상 이점에 높은 탑승률을 보이고 중단거리 위주이기에 LCC들이 가장 기대하던 노선이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주채권단은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에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인천공항의 슬롯 점유율 확대를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글로벌 10위권에 이르겠다는 당초 목표가 사실상 무산돼 물밑 움직임에 들어가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통합 항공사의 미래 경쟁력을 훼손할 정도로 운수권과 슬롯을 축소한다면 사업량 유지를 전제로 한 고용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차후 양사 중복 인력에 대한 처리 문제도 관심사다. 지난해 3월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코로나19에서 점진적인 회복이 이뤄진다면 통합 항공사의 시너지 창출이 연간 3000억~4000억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통합으로 인한 구조조정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전원 고용 승계를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대한항공 임직원 수 약 1만8000명, 아시아나항공 약 8700명의 승계 명분은 슬롯과 운수권 제한이 없다는 조건을 달았을 때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입을 모은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양사 통합은 얼마나 이른 시일 내 가능하냐가 핵심이었다”면서 “국내에서 빠른 결단을 내리고 미국과 유럽 등 외국 경쟁 당국의 빠른 승인이 이뤄져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큰 역할을 했어야 했지만 지금은 늑장 대응에 산업 불투명성이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각국이 신규 노선 확대 등 자국 이익을 우선하는 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것을 고려했을 때 이번 결정은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면서 “오랫동안의 고민을 반영한 결과라 보기에는 전반적으로 아쉬움이 크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 보잉 777-300ER [사진=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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