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위메이드는 지난 9일 2021년 연결기준 연간 및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위믹스 플랫폼 100개 게임 온보딩', '블록체인 탈중앙화금융 서비스의 확대', '블록체인 및 메타버스 기업 전략적 투자' 등으로 사업 확대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발표에 위메이드가 바라보는 메타버스가 무엇인지에 대한 언급은 포함되지 않았다. 즉 전략적 투자 대상인 '메타버스 기업'이 어떤 회사일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장 대표는 지난 16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위메이드 간담회 자리에서 '메타버스를 무엇이라고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하기 시작했다.
"메타버스는 이제 아무나 막 쓰는 단어가 됐다. 각자가 각자의 정의를 내리는 것 같다. 이름도 '메타(Meta)'인 페이스북의 정의대로라면 가상현실(VR)을 통한 경험이 메타버스다. 페이스북을 따라 마이크로소프트도 VR 기반의 오피스를 만들다가, 최근 게임회사(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했다. 제페토 같은 아바타 커뮤니케이션, 커뮤니티(서비스)를 하는 회사는, 그 안에 여러 브랜드를 입점시키고 (경제체제, 상호작용 방식을) 발전시키는 것을 메타버스라고 한다."
"제가 생각하는 메타버스와 저희 임직원이 생각하는 메타버스가 같아야 한다. 제가 '뭐 그런 거 있잖아' 하면서 직원들에게 만들어내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든 '레디 플레이어 원'이라는 영화 속의 '오아시스'라는 서비스가 메타버스라는 것, 현존하는 최고의 메타버스는 '로블록스'라는 것, 이 두 가지에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그 영화에서 할러데이 박사(오아시스를 만든 인물)는 '모든 사람이 즐겁게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하고, 그가 만든 회사가 게임회사였다. 로블록스 앱도 애플과 구글의 스토어에서 게임 앱으로 분류돼 있고, 로블록스를 만든 회사도 게임회사다."
그에 따르면 현존하는 메타버스 모범사례의 공통분모는 '게임'이다.
"게임이 메타버스의 코어(core·核)다. 왜인지 그걸 외면하려고 하는데, 모두가 동의하는 현상에서 그게 보인다. 내게 묻는다면 메타버스가 게임이라고 얘기한다. 기존의 게임이 곧 메타버스인 것은 아니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게임에서 얻은 재화를 현실의 경제적 이익으로 전환하는 장면이 나온다. 로블록스에서 하는 일이 게임으로 번 돈을 현실의 통화로 바꾸는 것이고. 기존 게임 내에서 가치를 갖는 것이 게임 밖의 경제로 연결되는 것이 메타버스다. 그걸 가능하게 해 주는 기술이 블록체인이다. 그래서 블록체인을 만난 게임이 메타버스다. 백 번 양보한다면, 그게 (메타버스 자체까지는 아니어도 메타버스의) 코어다."
게임의 본질적 특성이 아니지만 어떤 관점에서는 메타버스의 속성으로 취급되는 요소들이 장차 흡수될 것이란 전망이 이어졌다.
"물론 (미래의 메타버스는) VR 이런 것을 다 흡수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아이덴티티(identity)와 이코노미(economy)를 봤을 때 현존하는 메타버스에 가장 가까운 서비스는 게임이다. 원격 근무, 원격 의료, 원격 금융, 이건 (메타버스의 일부라고 뭉뚱그릴 게 아니라) 그냥 그렇게 부르면 되지 않나. 굳이 그걸 메타버스로 부르는 것이 어떤 실익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장 대표의 이 답변은 위메이드의 실적 발표 당시 언급된 올해 사업 확대 방안 중 하나인 '블록체인 및 메타버스 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의 방향성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올해 사업 확대를 위해 염두에 두는 투자 대상이 블록체인 기업과 '블록체인을 이용하는 게임 서비스를 전개하는 기업'이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위메이드는 회사 차원에서 메타버스에 대해 별다른 설명을 보탠 적이 없었다. 메타버스의 정의가 저마다 제각각인 상황에선 어떤 기업을 메타버스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잠재적인 투자처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메타버스 기업에 투자를 하겠다는 얘기도 어떤 기업에 투자를 하겠다는 얘기인지 불분명했다.
"사업을 전개해 보니 P2E라는 용어가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유저의 행태가 P2E가 아니다. 요즘은 (P2E게임이라고 하지 않고) 그냥 '블록체인 게임'이라고 쓴다. 이 분야에 두 가지 접근이 존재한다. 하나는 '엑스인피니티'같이 암호화폐 진영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한 게임이다. 이건 게임이 재미가 없기 때문에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이고 그래서 P2E라고 부르는 게 맞는다. 그런데 (위메이드가 출시한) '미르4'는 게임을 하면서 돈도 벌려는 것이고, 이걸 다른 용어로 표현하고 싶어서 '플레이 앤드 언(P&E·Play & Earn) 게임'이라고 했다."
그는 국내외 기성 게임 업계 안에서도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선입관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위메이드는 국제 게임 콘퍼런스에 참가해 선입관에 대한 반례를 제시할 계획이다.
"오해도 있다. (게임 개발자들조차) 게임은 재미있어야 하는데 블록체인 게임은 '재미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개발 안 한다'고 한다. 블록체인 게임을 만들자고 하면 '나더러 어떻게 저런 (재미없는) 게임을 만들라는 거냐'는 게 대다수 개발자의 생각이다. 한국은 그나마 (미르4를 블록체인 게임으로 출시한) 위메이드 때문에 이해도가 높은데 글로벌 업계에선 이해도가 훨씬 떨어진다. 이 생각을 깨려고 글로벌 전시회에 나가기로 했다. 블록체인 게임이 '웰메이드 게임의 시작'이고, 블록체인을 붙이면 게임이 더 재미있어진다는 사실을 전하고 설득하기 위해 미국 GDC 등 게임쇼에 나가려는 것이다. 미국에서 P2E 하면 엑스인피니티 같은 암호화폐 진영에서 시작된 게임만 나와서 블록체인 게임에 투자 안 한다, 이런 얘길 한다. 북미 개발사가 위메이드와 함께 일해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면 다른 인식을 갖게 될 거라 생각한다."
위메이드는 블록체인과 별개로 개발·서비스 가능한 미르4라는 게임에 NFT를 연동한 버전을 만들어 글로벌 시장에 내놓았다. 미르4에서 거래되는 아이템이나 재화가 그에 연동된 NFT로 블록체인을 통해 이용자나 다른 제3자 간에 거래될 수 있다. 이처럼 게임 속 재화·아이템과 연동된 NFT를 사고 파는 것은 단지 기존 온라인 게임 아이템 거래 서비스업체(아이템베이·아이템매니아)의 모델을 블록체인으로 바꾼 것과 현격한 차이가 있다고 장 대표는 주장했다.
"미르4는 원래 한국에서 완성된 게임이다. 초기 틀을 유지하고 있고, 블록체인 게임이 이걸 벗어나게 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게임과 연결된 블록체인 이코노미의 진화만으로 (게임서비스 활성화·수익성 지표가) 반등했다. NFT를 붙여서 아이템베이, 아이템매니아와 똑같이 하는 게 아니냐고 하는데, 그런 말 들으면 안타깝다. (다르다고) 여러 번 얘기했는데. 기존 방식은 게임의 경제가 게임에 묶여 있는 것이고, 그 게임에서만 되는 (효용이 있는) 거다. 블록체인이란 기술 자체는 게임과 분리된 것이다. 미르4의 '드레이코'나 캐릭터는 게임의 것이 아니라 유저의 것이다. NFT를 활용해 아무나, 제3자가 게임을 만들 수 있다."
장 대표에 따르면 위메이드는 블록체인 게임인 미르4에 연동되는 아예 다른 게임을 만들 것을 장려할 계획이다.
"드레이코를 기축통화로 쓰는 게임을 만들겠다고 하면 위메이드의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다. 그러면서 게임 간의 순환적·다층적인 경제, 인터게임 이코노미(inter-game economy)가 생겨나는 방향으로 (서비스가) 진화해갈 것이라 생각한다. 이게 블록체인이 주는 큰 약속이다. 올해 미르4의 코인과 NFT를 활용한 새로운 게임이 10개 이상 나올 것이다. 그 진화 방향의 첫 단계는 블록체인 이코노미, 코인 디파이로 경제를 풍성하게 하고, 다음으로 인터게임 이코노미를 발전시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