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를 찾아서] 故 구자홍 LS그룹 회장, '재계 10위권·사촌 경영' 안착…"자상했던 소통형 리더"

2022-02-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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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LG가 2세대 경영인…2004년 초대 회장 취임, 9년간 그룹 이끌어

2015년부터 LS니꼬동제련 회장 맡아…고인 아들은 경영 참여 안해

“어떤 기업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의 차이는 그 기업에 소속돼 있는 사람들의 재능과 열정을 얼마나 잘 끌어내느냐 하는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 토머스 제이 왓슨 전 IBM 회장이 남긴 말이다. 기업 구성원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것은 최고경영자(CEO·Chief Executive Officer)의 역할이다. 이는 곧 기업(Company)은 리더(Chief)의 역량에 따라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기업에서 리더의 역할은 중요하다. 아주경제는 기업(Company)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다양한 C(Chief : CEO or CFO or CTO)에 대해 조명해보려 한다. <편집자 주>


지난 11일 오전 고(故) 구자홍 LS그룹 초대 회장이 별세했다. 향년 76세. 고인의 유족으로는 배우자인 지순혜 여사와 장녀 구나윤씨, 아들 구본웅씨가 있다. 장남인 본웅씨는 LS그룹 경영에서 빠져 벤처 투자회사 포메이션8그룹 대표를 맡고 있다. 

고인은 LS그룹을 재계 10위권 기업으로 성장시킨 주역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범(汎) LG가의 2세대 경영인으로, LG그룹에서 독립한 이후 '아름다운 사촌 경영 승계'의 물꼬를 텄고 이를 안착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룹의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한 그의 빈소에는 코로나19 상황과 주말임에도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비롯해 GS그룹 등 재계 각계 각층의 인사는 그를 “자상하고 따뜻했던 소통형 리더”라고 기억했다. 
 

구자홍 LS그룹 초대 회장 [사진=LS그룹]
 

美 유학 후 상사맨 시작, LG전자 부회장까지...LS그룹 '사촌경영' 기반 다져
LS그룹에 따르면 1946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구 회장은 경기고 졸업 후 고려대 교육학과 재학 도중 미국 유학을 떠나 프린스턴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7년 반도상사(현 LX인터내서널·전 LG상사)로 입사해 홍콩지사 부장, 럭키금성상사 해외사업본부 상무에 오른 뒤 이듬해 전무로 승진했다. 1991년 금성사 대표이사 부사장을 맡았다. 1995년 금성사가 LG전자로 이름을 바꾼 뒤 사장으로 승진해 재직하다 이후 1998년 부회장, 2002년 회장까지 초고속 승진했다. 적극적인 인수합병, 해외진출, 연구개발 강화를 통해 LS그룹을 재계 13위 기업으로 성장시켰다는 평을 얻었다.

LS그룹은 LG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의 셋째·넷째·다섯째 동생인 고 구태회·평회·두회 3형제가 설립한 그룹으로, 고인은 고 구태회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구 회장은 2003년 LG전자 부회장에서 물러난 뒤 LG그룹에서 LG전선, LG니꼬동제련, LG칼텍스가스, 극동도시가스 등이 계열 분리된 LG전선그룹의 초대 회장을 2004년부터 맡았다. 대외활동으로 한국전자산업진흥회 회장과 한국비철금속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금탑산업훈장, 한국CEO대상, 금속재료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고 구자홍 LS그룹 초대 회장이 생전 LS타워 기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LS니꼬동제련]

고인은 선대가 정한 '사촌형제 공동경영' 원칙에 입각해 1·2대 회장 승계 작업을 순조롭게 마무리하면서 그룹 전통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기반을 다졌다. 

그는 2005년 1월 LG전선그룹의 이름을 LS그룹으로 바꾸고 국내외에서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펼치며 사업 성장을 주도했다. LS그룹은 2008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됐다.

고인은 9년간 초대 회장을 맡으면서 적극적인 인수합병과 해외 진출을 꾀하고 연구개발을 강화해 LS그룹을 재계 13위 기업(공정거래위원회 발표·자산 규모 기준·농협·포스코·KT 제외)으로 성장시키는 기틀을 닦았다.

고인은 2012년 말 사촌인 구자열 2대 회장에게 그룹 회장직을 넘기고 LS 이사회 의장, LS미래원 회장으로 물러났다. 이후 동생인 구자명 LS니꼬동제련 전 회장이 먼저 별세하자 2015년 3월 LS니꼬동제련 회장으로 선임돼 별세 전까지 왕성하게 회장으로 활동했다.
 
소탈하고 온화한 성품...바둑 애호가로 대회도 후원
LS그룹에 따르면 고인은 소탈하고 온화한 성품으로, 직원들과 소통하며 건강한 기업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노력했다. 고인은 소탈한 성품을 가진 인물이었다. LS니꼬동제련 회장 재직 당시 젊은 직원들과 맥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캐주얼 데이'를 운영하는 등 소통의 리더십을 보였다.

실제로 고인은 생전 존중과 배려, 신뢰를 핵심 경영철학으로 실천했다. 타인의 단점보다 장점을 볼 수 있는 ‘밝은 사람’을 그룹의 인재상으로 꼽기도 했다.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불비타인(不比他人)’을 가훈으로 삼았다고 한다.

미국 유학 시절 부인 지순혜씨를 만나 당시 재벌 총수 일가 중 이례적으로 정략 결혼이 아닌 '연애 결혼'을 한 일화도 유명하다. 연애 시절부터 현재까지 부부간 존중하는 마음을 담아 존댓말을 사용했다고 한다. 

소문난 바둑 애호가이자 아마추어 6단의 실력자로서 사내 바둑대회를 개최하며 임직원 화합을 도모했고, 대외적으로 바둑 대회도 적극적으로 후원했다. 이런 인연으로 구글의 인공지능(AI)과 대결에서 1승을 한 이세돌 국수도 13일 고인을 기리기 위해 빈소를 찾았다. 
 

고 구자홍 LS그룹 초대 회장이 1999년 LG전자 사장 당시 회사 노조위원장을 업고 체육대회에서 달리기를 하고 있다. [사진=LS그룹]

고인은 외부에 모습이 공개된 지난해 8월 당시만 해도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던 터라, 이날 갑작스럽게 전해진 별세 소식에 재계가 안타까움을 전하고 있다.

한편 LS그룹은 올해 초부터 구두회 전 예스코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자은 회장이 3대 회장을 맡아 그룹을 이끌고 있다. 구자은 회장이 LS그룹 2세대 중 마지막 주자다.

앞선 세대에서 이어지던 장자 승계·사촌 경영의 전통을 계속 따르면, 9년 후 LS그룹의 회장을 맡을 순서는 고인의 아들인 구본웅씨다.

하지만 본웅씨는 현재 LS그룹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벤처투자회사 포메이션그룹 대표에 전념하고 있다. 또 지난해 말 고인과 그의 자녀들은 ㈜LS 지분과 계열사 예스코홀딩스의 지분을 모두 매각해, 사실상 'LS 그룹 경영'에 의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고인의 동생인 구자엽 LS전선 이사회 의장과 고 구자명 회장, 구자철 예스코홀딩스 회장의 아들들은 현재 LS 계열사 대표이사 또는 전무로 근무하고 있다. 이에 재계에서는 LS그룹 3세대에서 장자 승계 원칙이 깨진다면, 현 구자은 회장 체제에서 새로운 승계 원칙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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