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10일 임기 종료를 3개월 앞두고 △연합뉴스 △AFP △AP △EFE △교도통신 △로이터 △타스 △신화통신 등 세계 7대 통신사와 합동으로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퇴임 후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전직 대통령으로서 사회적인 활동도 구상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020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저는 대통령 이후를 생각하지 않고, 그냥 대통령으로 끝나고 싶다”면서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인터뷰에서도 “솔직히 퇴임 후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면서 “퇴임 후 거주할 양산 사저 공사가 거의 다 돼 가는데도 뉴스에 보도된 사진으로만 봤지, 한 번도 현장에 가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 1993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한 뒤 한반도 전쟁 분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그해 6월 방북해 김일성 주석과 회담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년 중 최고의 장면으로 2018년 9월 19일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이뤄진 ‘능라도 연설’을 꼽았다.
문 대통령은 평양 방문 이틀째 일정으로 5·1 능라도 경기장을 찾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집단체조를 관람한 뒤 마이크 앞에 섰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 사상 최초로 평양 능라도에 모인 15만 평양시민들 앞에서 연설한 것은 남북 관계에서 최고의 장면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가장 아쉬운 대목은 ‘하노이 노딜’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 간의 하노이 정상회담이 실패로 끝난 것이 참으로 아쉽다”면서 “하노이 정상회담이 성공했다면, 북한의 비핵화와 함께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가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말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선 “정부가 사심 없이 국정에 전념한 점을 국민들께서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셨다고 생각한다”면서 “감사하게 여긴다”고 답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해 “우리나라가 통합의 정치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면서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임 중 탄핵 후폭풍과 퇴임 후의 비극적인 일을 겪고서도 우리 정치 문화는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적폐청산 수사’ 관련 발언을 하기 전에 나온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금 선거 국면에서도 극단적으로 증오하고 대립하며 분열하는 양상이 크게 우려된다”면서 “아무리 선거 시기라 하더라도 정치권에서 분열과 갈등을 부추겨서는 통합의 정치로 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극단주의와 포퓰리즘, 가짜뉴스 등이 진영 간의 적대를 증폭시키고 심지어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적대와 증오를 키우고 있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상황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고 사회 전체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권이 앞장서서 갈등을 치유하며 국민을 통합시켜 나가야 할 의무가 있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야권의 유력 인사들에게 당적을 유지한 채 내각에 참여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취지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끝내 모두 고사했다. 진영으로 나뉘는 정치문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정치 문화부터 보다 통합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고 협치를 제도화해 국민들에게 희망을 드리고자 했다”면서 “협치를 위해 약식 취임식 전에 야당부터 방문했고, 여야 지도부와 여러 차례 만나면서 초당적으로 힘을 모으기 위한 협치의 틀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설치를 이끌어낸 것"이라고 돌아봤다.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는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임기 초반부인 2018년 8월 청와대 오찬 회동에서 합의한 기구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위기 극복에 정치권이 예산과 입법으로 힘을 모아준 것은 매우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대화하고 타협하며 통합하는 성숙한 정치로 한 단계 더 나아가지 못해 아쉬움이 많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럼에도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 국민들의 통합된 역량”이라고 말했다.